수입 과일값 되레 비싸진 한·미 FTA
여용준
dd0930@sateconomy.co.kr | 2018-04-09 09:28:0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당시 정부는 ‘한·미 FTA로 달라지는 우리 생활’이라는 책자를 발행했다. 정부는 이 책자에서 “수입 관세의 인하 등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경감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경제단체의 전망도 장밋빛이었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수입업협회는 한·미 FTA의 도·소매가격 인하 효과를 각각 7.0%와 6.3%로 진단하고 있었다. 와인과 맥주의 소매가격 평균 인하율이 13%, 과일과 견과류는 9.6%, 육류·어류는 7.7%, 주스·음료는 7%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의약품과 비타민도 인하 폭은 낮지만 2.7%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발표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유통업체의 54%가 수입상품의 판매가격을 내리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래서 국민은 FTA를 기대했다. FTA가 발효되면 하면 값싼 외국 과일과 와인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먹을거리가 풍성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수입 먹을거리는 되레 비싸졌다. 지난주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발효 6년, 농축산물 교역 변화와 과제’에서 지난해 미국산 과일 수입은 6억3천100만 달러로, 한·미 FTA가 발효 전인 2007∼2011년의 연평균 2억6천300만 달러보다 140.1%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수입 물량으로 따지면, 같은 기간 14만9407t에서 24만915t으로 61.2%가 증가하고 있었다. 수입 물량이 61.2% 늘었는데, 금액으로는 140.1%나 늘었다면 결론은 쉬울 수 있다. 그만큼 수입가격이 올랐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FTA 발표 첫해인 2012년과 작년을 비교하면, 과일의 t당 수입가격은 2006달러에서 2619달러로 30.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렌지는 1264달러에서 1587달러로 25.6%, 포도는 2689달러에서 3056달러로 13.6%, 레몬은 1622달러에서 2581달러로 59.1%나 오르고 있었다. 장바구니 물가가 경감되고, 도·소매가격이 인하될 것이라던 정부와 경제단체의 얘기와 달랐다.
FTA 발효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수입품 가격이 떨어져 일반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라”고 지시하면서 ‘와인’을 예로 들기도 했다. “와인은 수입업자가 몇 명으로 정해져 있더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와인값도 내리지 않았다. 작년 말 소비자교육중앙회가 국내외 백화점과 마트, 전문판매점 등 9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입 와인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평균 80%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와인 36개 제품의 경우, 국내 평균 판매가격은 4만4117원으로 해외 평균 판매가격 2만4541원보다 79.8%나 비쌌다. 또 화이트와인 14개 제품의 국내 평균판매가격은 2만7588원으로 해외 판매가격 1만5037원에 비해 83.5%나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교육중앙회는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최고 4.7배아 비싼 레드와인도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 지적에도 불구하고 유통구조는 바로잡히지 않은 셈이다.
더 있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은 ‘한·미 FTA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10년 동안 일자리 35만 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었다. 그랬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일자리 비상’이다. 국민은 한·미 FTA 덕분에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다는 자료를 구경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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