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내년 경영전략수립 곤란
잠정적 긴축경영체제 유지전망
송현섭
21cshs@sateconomy.co.kr | 2006-10-13 00:00:00
최근 잇따른 악재로 재계가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예년의 경우 대기업을 중심으로 내년도 경영전략 및 세부계획을 수립키 위한 작업이 분주하겠지만 재계는 일단 북한 핵실험이후 사태를 주시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출렁이는 환율변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국제유가도 변동성이 커진 만큼, 경영전략 밑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견해가 팽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돌발적인 북한 핵실험으로 국내외 거시경제 변수와는 상관없이 경기가 예상 밖으로 빨리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사태추이만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유업계의 경우 일단 내년에 긴축경영을 유지하자는 쪽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대기업들 대부분이 경영전략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를 반증하듯 전경련 조건호 부회장은 지난 11일 경제5단체의 북핵실험 규탄성명을 발표한 뒤 기업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따라서 삼성그룹과 현대차·LG·SK 등 주요그룹은 현업부서별로 내년 사업계획 초안을 잡는데 역량을 쏟고 있지만 북한 핵실험 리스크 과부하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재계는 유례 없는 제로베이스 예산편성과 긴급을 요하지 않는 설비투자를 최소화하는 등 외환위기 후 최대의 긴축경영을 준비하고 해외시장위주 마스터플랜을 설정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내년에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 오히려 마케팅비용만 손해볼 것이라며 수출 청사진의 어려움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치적인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각된다면 해외수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다각적인 차원에서 사태추이 및 파장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사업에서는 오는 11월 착공하는 체코공장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는 한편 기아차도 슬로바키아 현지공장에 대한 지원강화 등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 따르면 무엇보다 국내기업이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에 전력해야 하는 마당에 환율문제 역시 내년 경영전략 및 계획 수립을 혼란에 빠뜨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 관계자들 모두 “현재 상황에서는 환율 예측이 전혀 안 되고 있으며 기본적인 경영방침조차 정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주요 대기업들은 달러/원 환율을 890원∼900원대 후반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원유가격 마지노선은 두바이산기준 배럴당 평균 53∼56달러대로 잡고있다.
실제 각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달러·엔 모두 약세를 보이는 데다가 달러/원은 물론 엔/원 환율도 당초 예상과 달리 요동치고 있어 실질적 환율 전망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해운과 항공업계의 경우 환율뿐 아니라 국제유가 변동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이들 변수가 목표설정을 비롯한 경영전략 계획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현대상선 등 업체들은 내년도 사업계획 초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환율과 유가가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만 예측이 쉽지 않아 고심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전문가들은 통제가 불가능한 경영환경 때문에 대기업들은 결국 내년에 긴축경영기조를 견지해 대규모 설비투자나 무리한 마케팅전략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국내 정유업계는 우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인해 원유 도입비용이 급증하지 않을지 우려하면서 업계차원에서 긴축경영에 나선다는 방침을 잠정적으로 확정한 상황이다. 삼성·LG그룹 관계자는 현업 부서별로 사업계획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11월말에는 잠정적인 계획안이 나올 것이라며 내년도 그룹별 경영계획은 당초보다 보수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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