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상상력으로 바라본 미래의 세계

공동체주의 이행에 대한 교훈들

송현섭

21cshs@sateconomy.co.kr | 2006-10-13 00:00:00

미래는 불안과 기회가 공존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실제로 과학적인 예측이라고 주장하는 미래학자들조차 현재이후 다가올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니까 변화하는 현상을 분석하고 자신의 사고와 의지를 반영해 앞으로의 시점으로 표현한 것이 미래학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미래학의 유명한 저서들조차 분석의 불명확성과 직관으로 인한 오류와 실수가 발견되지만 상상력으로 바라본 예리한 시선은 마음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선 미국의 역사학자 워런 와거가 쓴 인류의 미래사는 인류사회의 진보를 예측하는 날카로운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느 미래학 저술과는 차별화된 저작이다.

저자는 지난 1995년에서 2200년까지 200년간 벌어질지 모르는 미래의 역사를 유토피아적 상상력을 발휘해 자본주의의 몰락과 세계 사회주의 성립, 공동체주의 이행까지 말하고 있다. 특히 와거의 역사적 인식의 큰 틀은 마르크스의 그것과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가 무너진 폐허의 땅에 사회주의가 건설되며 무정부적 공동체주의로 이행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극단으로 치닫는 자본주의체제의 암울한 그늘이 핵무장세력을 포함한 전세계에 3차 대전을 촉발하며 반대급부로 세계당과 세계연방을 탄생시켜 사회주의 사회가 펼쳐진다.

그러나 저자는 도래할 사회주의가 스탈린의 경찰국가였던 구 소련의 체제와 질적으로 다르며 공동체를 위주로 한 미래사회 건설을 위한 과도체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폐기하고 2006년 10월9일 지하핵실험 실시하며 핵무장을 개시한 북한을 아직도 사회주의체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권력구조상 광폭한 지도자가 압제를 통해 지배하는 체제를 사회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한국학자 박노자가 지적한대로 스탈린주의의 쓰레기는 우리를 겨냥해 핵무장에 광분하고 있는 북한체제이다. 아무튼 인류의 미래사는 역사적인 인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신선함을 제공한다.

구체제의 타락으로 인한 새 체제의 탄생, 그리고 붕괴과정을 통해 늙은 역사학자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와 같은 서술이 매혹적이다. 워런 와거는 평생에 걸친 미래사 연구를 통해 탐욕적이기까지 한 자본주의체제의 치명적 약점과 한계를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인간의 생활과 연결해서 보여줘 탁월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에서 이 책은 대학신입생 교양분야 필독서로 유명하다고 한다. 23세기를 앞둔 2200년에 역사학자 피터 젠슨이 10살짜리 손녀 잉그리드에게 들려주는 21·22세기 인류의 역사가 배경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는 그래프와 도표로 이뤄진 객관적이고 공식적인 역사가 아닌 역사학자인 개인적 시각이 반영된 주관적인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적 세계질서를 잔혹하게 묘사하고 세계대전이 불가피하며 세계혁명을 거쳐 체제가 변화되고 타락의 과정을 거쳐 또 다른 혁명이 전개된다는 낙관론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밖에 저자는 환경과 여성, 의료와 빈곤문제 등에 대해 쉽지 않은 논쟁거리까지 제공한다.

유토피아의 세계는 신선하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은 언제나 장담키 어렵다. 인류해방을 위해 등장한 체제가 억압적 독재로 변질되며 핵전쟁의 위협이 다가오는 미래는 장밋빛인가 핏빛인가?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교양인, 1만8,000원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