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야권, '선장이 없다'

'문재인' 대세론 위기, '안철수' 영입 논의?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4-13 18:59:24

이번 4·11 총선은 당초 현 MB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심판론’을 내세운 야권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전국에서 격전이 펼쳐진 가운데 야권은 서울에서 다수의 의석을 확보하긴 했으나 전국을 빨갛게 물들인 새누리당의 위력 앞에 결국 여대야소 정국이 형성됐다.


일단 새누리당은 한숨 돌리며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좀 더 안정적으로 대선을 준비하게 됐으나, 반면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의 성사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의석을 넘어설 수 없게 돼 비판여론과 책임론을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지난 13일 “오늘 민주당 대표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새누리 정권을 심판하고 민생국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이번 총선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에서 교훈을 찾고 성찰과 자기혁신에 매진하겠다”며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일을 전화위복 삼아 정권교체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두관 지사 “이번 결과는 야권 심판”
총선 결과가 나온 이후 민주통합당 내에선 계속적인 지도부 비판과 책임론이 흘러나왔다. 지난 12일 민주통합당 김두관 경남지사는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들은 새누리당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 야당을 먼저 심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을 심판하려는 국민의 열망이 뜨거웠지만 민주통합당이 이를 제대로 받들지 못해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도록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한편, 같은날 민주통합당 장성민 전 의원도 “정권을 빼앗긴 지 불과 5년만에 하늘과 민심이 준 정권교체의 기회를 민주당은 오만과 자만의 리더십으로 스스로 망쳤다”며 ‘한명숙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당 지도부 해체’를 촉구했다.


당 최고위원들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과반수로 총선을 승리할 수 있는 두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놓쳤다”며 “국민들께 참 죄송하다. 분하고 또 분하다”고 밝혔다.


가장 강력하게 ‘책임론’을 내세운 사람은 박지원 최고위원이었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며 “이번 선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4·11총선에서 당선된 민주통합당 광주지역 당선자들도 “민주당이 제1당이 되지 못하고 참패한 원인은 자만과 무능 때문이다”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지도부 책임론을 강조했다.


박선숙 사무총장과 김유정 대변인 역시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이날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한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고, 한명숙 전 대표 역시 이날 오전 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자리에서 방명록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글로 사퇴 의사를 미리 내비쳤다.


◇ ‘호남당’ 딱지 못 뗀 민주당
민간인 불법사찰과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장,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텃밭 호랑이'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텃밭인 광주·전남지역도 의석수에서는 단연 압도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당한 변화가 읽혀진다. 통합진보당이 광주에서 첫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전남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맞붙어 재선에 성공했다.


광주·전남지역 19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은 16석, 통합진보당이 2석, 무소속 후보가 1석을 각각 차지했다. 이 가운데 통합진보당 1석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지역이고 무소속 당선자도 친민주계인 관계로 의석수로는 민주당의 강세가 여전히 뚜렷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무소속 후보가 4석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다. 그러나 야권연대 등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을 노렸던 민주당은 호남과 수도권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제1당이 되진 못했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가 광주·전남지역에서 위력을 발휘했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에서는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연말 대선정국에서 호남의 맹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로부터의 변화와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야권,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전패’
통합진보당 역시 의석은 크게 늘렸으나 울산에서 새누리당에 참패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애당초 20석 이상을 예상했던 만큼 이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울산지역 개표 결과 새누리당이 6개 지역구에서 모두 승리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모든 선거구에서 후보를 단일화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특히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조승수 후보가 당선되면서 노동계의 든든한 정치적 기반이 되었던 북구와 노동자 밀집지역 동구에서 패해 진보진영이 충격을 받았다.


통합진보당의 패인은 현대자동차 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 표를 결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은 노동자들의 표를 끌어 모을 지역적 이슈가 없었다. 야권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줄곧 외쳤으나 북구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 위기’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 후보단일화 등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야권연대로 분전했으나 새누리당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통합진보당은 당초 원내교섭단체 입성을 목표로 이번 총선을 준비해 왔으나 턱없이 모자란 13석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 나꼼수, ‘약발’ 다했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병)도 결국 '막말 논란'이란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정권 심판이란 구호를 앞세워 김 후보의 선거전에 동참했던 <나는 꼼수다>의 위력도 김 후보를 위기에서 구해내진 못했다.


김 후보는 11일 오후 패배가 확정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모로 부족하고 허물 많은 사람에게 분에 넘치는 지지를 표해주셨다”며 “평생의 빚으로 안겠다”.고 낙선 인사를 남겼다. 나꼼수 역시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승기를 잡아가던 민주당은 막말 논란이란 암초를 만나 선거 막판에 주저앉았다.


그 동안의 활약을 생각해보면 나꼼수는 총선에서 야권의 승리를 견인할 법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문제를 폭로하고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1억 피부과' 의혹을 제기하며 10·26 서울시장 선거판을 흔들었다. 결국 이들은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선거판에 뛰어들 자신들도 반대자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과거엔 “듣기 싫으면 듣지마”라고 말할 순 있었지만 이젠 “찍기 싫으면 찍지 마”는 외칠 수가 없었다. 나꼼수는 게릴라전에 강했지만 전면전엔 취약했다.



◇ “문재인으론 힘들다”
현재 야권은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리더십과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데다 이렇다 할 대항마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야권연대를 성사시키면서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했던 민주당은 이번 결과로 지도부 책임론과 거센 쇄신론 등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통합진보당 역시 그동안 고대해왔던 원내교섭단체 진입에 실패했다.


허나 가장 큰 문제는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에 맞설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야권주자 중에선 이번 부산 사상에서 당선된 문재인 노무현재단 상임고문이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는 당선 직후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정권교체에 가장 잘 기여하는 길인가는 차분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겠다”며 출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문재인 후보의 압도적 승리’라는 예상과 달리 손수조 후보가 45%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이 다소 하락할 전망이다.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당내 입지가 더욱 확고해져 대선 가도에 큰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야권 내에선 “이대로는 대권도 어림없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결국 안철수를 붙잡는게 최선”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권까지 새누리당에 내준다면 내년부터 닥칠 ‘공포감’에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상황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고 적극적으로 안철수에 구애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온다”며 “대선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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