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특별기고] "여래는 온적도 간적도 없다"

"정신, 사라질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완벽히 초월된 모습"

보만스님

kassapa83@naver.com | 2016-05-13 09:32:32

▲ 경상북도 상주시 도각사 보만스님. 국회 생명사다리 상담센터에서 자살예방 및 상담을 하고 있으며, 청송교도소 교정위원으로 재소자 상담과 인성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무엇에도 걸림 없는 대장부의 마음이 되고 싶어 출가했는데 항상 이맘때가 되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로 허둥대는 나를 보니 아직도 공부가 멀고 멀었나보다. 어릴 적 도각사 회주스님이신 이각큰스님께 출가하여 한줌의 머리카락을 바닥에 떨굴 때의 제가, 혹여라도 지금의 이 모습을 본다면 크게 비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류의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이 땅에 출현하신 귀하디귀한 인연을 생각하면 그저 감사함에 엎드릴 뿐이지만, 부처님오신날이라는 귀한 날이 사찰의 행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의 정신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고, 당연히 사라질 수도 없는 것-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고 반야심경에서 말씀하고 계시다.
또한 수능엄경에서는 "견해(見)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으며, 유마경에서는 "여래(如來)는 병들 수 없다"고도 했다. 그 밖에 수많은 경전에서, 아니 어쩌면 모든 경전에서 우리의 정신이 나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오거나 간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바로 불래불거(不來不去)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중생들은 태어남과 죽음을 분별하고, 때로는 축하하고 때로는 슬퍼한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정신이 아닌 생겨나고 사라지는 육신을 자기로 삼은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육신은 생겨난 것이므로 반드시 사라짐을 약속하지만, 평생 육신을 움직이며 사랑하고 미워하고 후회하고 기뻐했던 우리의 정신은 생겨나거나 사라진다는 개념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부처님오신날'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시고, 당연히 태어났으므로 돌아가신 것처럼 말한다면 부처님께서 45년 동안 설법하신 불생불멸, 불래불거의 가르침과 모순이 생긴다는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이 있으니 부처님가신날도 있을 것이요, 그것은 오고 감이 없다고 가르치신 부처님에게 오고 감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그 말을 듣는다면 "여래는 온적도 간적도 없다" 라고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지 않을까?
2600여년 전 싯다르타 태자가 이 세상에 출현한 것은 곧 태자의 정신이 중생들의 견해가 모여 있는 사바세계를 함께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말로 표현한다면 정확할 것이다. 그것을 어느 존재가 태어나거나 물리적으로 어딘가에서 이 세계로 옮겨왔다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거나 간다는 개념은 부처를 ‘존재’로 바라보는 우리들의 오랜 무명이 만들어낸 오해일 뿐이다. 수행자는 지금의 나와 다른 위대한 나를 만들려고 하거나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수행을 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는 나라고 할 것이 없으며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음을 금강경을 비롯한 수많은 경전에서 명확히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수행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깥이 아닌 바로 우리의 내면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해야 할 것은 내 정신이란 결코 사라질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완벽히 초월된 모습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는 계속해서 부처님오신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말을 할 때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셨다가 잠시 머물다가는 떠나버리셔서 지금은 계시지 않다는 오해를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기억할 것이다.
설령 부처님오신날이라는 단어를 바꾼다 하여 우리 중생들의 견해가 즉시 부처님의 견해로 바뀌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올바로 공부하고 수행하여 본래의 내 모습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부처였음을 실감하는 불자들이 있다면 비로소 부처님께서 전하려 하셨던 그 기쁨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부처님오신날에 법당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선 여러분들의 가슴 속에 보이지 않는 부처님이 영원히 머물러 온 세상을 밝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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