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헤에 '두 손' 든 제약사, 혁신형 기업 몰두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2-04-02 11:40:17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1일 일괄 약가인하 시행과 관련해 제약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번 약가인하로 인한 피해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다국적 약사들을 제외한 국내 제약사들의 피해규모는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당초 대다수 제약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약가인하 태풍을 벗어날 예정이었으나 중소제약사 4곳만이 소송에 참여했을 뿐이다.
대다수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취소 소송을 포기하는 대산 정부가 제시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에 정부는 수정안을 내고 제약사 선정작업에 나섰다.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육성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연구개발 투자 실적 등이 있는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약가인하에 두 손 들은 제약사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약가인하 방침과 관련해 “될성부른 기업들에 대해선 글로벌 제약사로 키워야지, 안주하게 만들어선 미래가 없고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랑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즉 부실기업 및 경쟁력이 약화된 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해 업계에서 퇴출시키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제약사들만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제약사들은 그 동안 약가인하 태풍을 이겨내기 위해 현금확보, 구조조정, 집단소송 등 다양한 대응책을 구상했으나 결국은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금확보를 통한 버티기에 돌입하자니 결국 정부지원을 위한 투자 사이에 딜레마가 발생하게 되고,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최근 민주노총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대형 로펌을 통한 약가인하 취소 소송도 당초 거의 모든 제약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소제약사 4곳만이 참여했을 뿐이다.
제약업계간 내홍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제약협회가 ‘매출 50억원 미만 제약사에 대해 준회원 모집’을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세력확장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일부 제약사들의 반발을 샀다. 또 약가인하 반대 서명 협조 요청 공문도 회신율은 저조했다. 리베이트를 통해 이미지가 실추된 만큼 대국민 선전도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강했다.
또 지난달에는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가 새로운 제약협회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 제약사간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제약사 대표가 이사장이 된 것에 따른 불만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대다수의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보고 있다. 이사장단이 깨지면서 소송에 참여해야 할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태풍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강구책을 모색했으나 결국 정부가 제시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재약사, ‘혁신형 제약기업’ 현실적 무리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는 않다. 제약업계가 약가인하 소송을 포기하고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매출액 상승과 손실 보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에서 제시한 약가우대와 연구개발 등의 각종 지원이 약가인하와 의약품 회수 등으로 입는 피해액과 비교했을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것은 선정이 돼야 알겠지만 이미 약가인하로 피해가 상당한 상황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따른 정부의 지원은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약가인하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 주지도 않은 채 갑자기 정부의 제시 기준안에 맞추게 되면 매출액 상승은 뒤로하고 이에 따른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에 따른 반품 회수까지 이뤄지고 나면 매출액은 정말 반토막이 나는데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이 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제시한 연구·개발비 5% 이상을 맞추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일정 기한도 주지 않은 채 실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 인증요건 일부 완화
이에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인증요건이 당초 입법예고안보다 일부 완화했다.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의 요건 및 기준, 제약산업 육성·지원 위원회 등을 규정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지난 20일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 사실상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은 혁신형 제약기업의 인증요건인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R&D)의 비율이 입법예고안보다 하향조정된 것이 특징이다.
입법예고안은 의약품 매출액 대비 의약품 연구개발비 하한선을 직전 1개년도를 기준으로 연 의약품 매출액 1000억원 미만 시 10%, 1000억원 이상 시 7%, 미국 또는 유럽연합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EU-GMP) 시설 보유 시 5%로 정했다. 하지만 확정안은 직전 3개년도 평균을 기준으로 각각 7%, 5%, 3%로 하향조정했다.
또 의약품 매출액 1000억원 미만 시 선택적 요건으로 연구개발비 절대액 50억원을 추가, 불합리한 인증 요건탈락의 가능성을 예방토록 했다.
이 밖에 시행령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및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 등을 심의할 제약산업 육성·지원위원회 및 실무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청 등 일부 관련 부처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하향조정토록 했다”며 “이는 혁신형 제약기업은 과거 연구개발(R&D) 실적 못지않게 미래의 투자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4월 말까지 연간매출 1000억원 이상·미만 제약사 등을 선정해 인증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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