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카드 규제의 외투는 벗어야 한다.

토요경제

webmaster | 2006-10-09 00:00:00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국가의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대하여 경고를 하고 나섰다.

튼튼하지 못한 거시경제환경에서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면 국가시스템에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2002년 한국의 신용카드사태를 실례로 들고 있다.

실제로 국내의 가계부채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가계대출과 가계신용(물품 구매대금)의 합계인 가계신용은, 지난 6월말 현재 약 545조원으로 나타났다. 2분기 중에만도 16조 7,300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하여 약 10.4% 급증한 것으로 지난 15분기(약 4년)동안 가장 높은 증가세이다.

이러한 가계신용의 증가세나 규모에 대하여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물론 경기의 침체가 가속되고 아파트 등 부동산가격 급락할 경우에는 가계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을 생각할 수 있으나,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나 금융기관의 대응능력으로 보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주택자금대출과 카드의 ‘과당경쟁’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는 의지다. 주택자금대출이 가계신용증가의 주된 요인이며 카드는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교란요인”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신용카드의 ‘합리적’ 경쟁체제 확립을 위하여 상품약관 사전심사제도가 도입될 것이라고 한다.

카드시장의 ‘교란요인’인 경쟁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전심사제도 구체적인 내용은 분명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상품개발과 운영에 제약이 따를 것이란 점은 명확하다. 그 만큼 마케팅 활동의 유연성에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가계대출의 문제만 제기되면 탈 없는 카드가 동네북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근자의 가계신용의 경우가 그러하다.

신용카드 가계신용은 지난 6월말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하여 약 3.4%가 신장되었고 금액으로는 1조3,000억원의 증가에 불과했다.

평균 가계신용의 증가율이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건실한 성장세이나 공연히 카드가 감초처럼 끼어 넣어진 형국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효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상당부분 완화되거나 폐지되고 있다. 대신 건전성규제와 소비자보호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카드의 정책은 이러한 추세에 예외로 보인다. 오히려 규제의 강도가 심화되는 듯한 모습이다. '길거리 모집'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현상이 하나의 예이다.

사실 길거리 모집을 장소적 개념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요체는 신용조사와 심사이다. 여신에 대한 신용평가과 심사는 금융회사의 본연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신용카드 모집부스의 이동이란 단순한 물리적 제재만으로 과당을 제어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운이 될 것이다.

현금대출의 비중을 정하고 있는 방식도 카드규제의 또 다른 모습이다. 어느 교수는 이러한 비율규제를 두고 일정한 음식을 비율대로 만 팔라고 하는 식당에 대한 행정명령과 다를 바 없다고 비꼬았다.

가계신용의 급격한 증가에 대하여, 당국이 모니터링을 하고 이에 대한 사전적 대응과 개입(intervention)에 대하여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대응은 안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건전성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카드는 더 이상 시장의 교란요인이 아니다. 그러기에 지나치게 민감해야 할 필요는 더욱 없다. 오히려 금융시장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카드규제를 과감히 풀어가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금융허브는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낡은 외투를 벗어야 길이 보인다.
여신금융협회 수석연구위원 이보우 박사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