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인수전 ‘양자대결’
보험업계 M&A 전쟁 ‘본격 시동’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4-02 10:41:35
동양생명과 ING생명 등 보험업계의 인수합병(M&A)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 23일 입찰 접수 마감 결과 본 입찰에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최종 참여, 양자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ING생명에선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아시아 지역 보험과 자산운용 사업부 매각에 공식 착수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생보사 매물과 달리 손보사 매물은 아직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린손보는 신안그룹의 인수 철회로 다시 미궁속으로 빠져들었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애물단지’ 에르고다음은 BS금융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화 될지는 미지수다.
◇ 동양생명, 관건은 ‘가격’
지난 23일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보고펀드와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우리투자증권, 다이와증권은 본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입찰에는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모기업인 푸르덴셜파이낸셜그룹이 참여했다.
당초 업계에선 대한생명의 인수 가능성에 힘이 실렸으나 푸르덴셜생명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예상보다 높은 인수희망가격을 써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져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증권 신승현 애널리스트는 “가능성은 반반이다”며 “어느 쪽도 단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원수보험료 기준 현재 대한생명의 시장점유율은 약 13~14%대로 5% 안팎인 동양생명을 인수 시 10% 후반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돼 점유율 26~27%인 업계 1위 삼성생명과 격차를 한 자리 수로 줄이고, 12% 안팎인 교보생명과 격차를 벌려 업계 2위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푸르덴셜생명의 인수 의지도 만만치 않다. 푸르덴셜생명이 인수를 성공하면 삼성, 대한, 교보, NH농협생명에 이어 업계 5위 수준이 되고, 외국계 보험사로는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대면채널에 강점을 가진 푸르덴셜생명과 비대면채널에 경쟁력이 있는 동양생명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향후 관건은 ‘가격’이다. 지난 1월 동양생명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두 회사는 이후 실사작업을 벌였다. 동양생명 지분 56.7%를 소유한 보고펀드는 주당 2만6000원대, 총 매각대금으로 약 1조70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동양생명 종가는 1만5000원 선을 밑돌아 2009년 당시 공모가(1만7000원)를 여전히 하회중이다.
시장에선 동양생명 적정 인수가를 주당 2만원초반 선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모가에 경영권프리미엄 30%를 더한 주당 2만2100원서 1000∼2000원 낮추는 게 적당하다”는 시각이다. 보고펀드의 제시가와 적정 인수가간 차이를 좁히는 것이 향후 인수협상 최대과제로 여겨진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이르면 4월 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푸르덴셜생명, 동양생명 놓고 정면대결
‘ING생명 매각 본격화’에 KB금융·삼성생명 관심
신안그룹 “그린손보 인수 포기”, 다시 원점으로
◇ KB금융 “한국ING생명만 관심 있다”
지난 26일 블룸버그통신은 “ING그룹이 아시아지역 보험사업 부문을 최소 70억 달러(원화 약 7조 9700억원 상당)에 매각하기를 원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초 ING그룹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7개국을 통째로 파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분리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아시아·태평양 법인을 분리매각을 했을 경우 매각 대금은 최소 7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ING그룹은 다음달부터 아시아 지역 보험과 자산운용 사업부 매각에 공식 착수해 매각 관련 정보를 한국의 KB금융지주와 삼성생명, 홍콩의 AIA그룹, 미국의 프루덴셜과 메트라이프, 캐나다의 매뉴라이프와 선라이프 등 관심을 보이거나 인수의향을 밝힌 투자자들에게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KB지주는 최근 어윤대 회장이 직접 “ING생명의 자료를 검토해 재무적 능력이 닿는 한도 내에서 한국ING생명 매각에 입찰할 계획”이라고 말해 현재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KB지주에 따르면, 4월 중순경 ING그룹은 ‘IM(Information Memorandum)’ KB지주에 발송할 예정이다. KB지주를 비롯한 인수후보자들은 IM을 받은 지 한달 내 입찰에 응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지주는 ‘ING생명 아태사업부 일괄매각설’에 대해선 “한국ING생명에만 관심있다”고 선을 분명히 했다. KB지주는 이미 인수추진 자문사로 HSBC증권,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을 선정했다.
ING생명의 인수전에는 동양생명 인수전 결과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생명이 동양생명을 인수해 공고한 업계 2위를 차지할 경우, 업계 1위 삼성생명도 ING생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측은 아직까진 조심스런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전자공시를 통해 “해외사업 확대전략 일환으로 ING생명 아태사업부 인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에 격차가 있다고는 하나 대한생명이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삼성생명으로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ING생명 인수에 삼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린손보 ‘원점’, 애르고다음 ‘혹시’
차근차근 인수절차가 진행되는 생보업계와 달리 손보업계의 인수전 상황은 썩 신통치 않다. 당초 그린손해보험 인수의향을 밝혔던 신안그룹이 인수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반면 ‘애물단지’ 취급받던 에르고다음은 BS금융지주가 인수의향을 밝히면서 새 희망을 품게 됐다.
지난 2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안그룹은 전날 금융당국에 제출한 ‘대주주 적격성 승인 신청서’를 철회했다. 그린손보도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신안그룹이 인수의사를 번복한 것은 가격 차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손보는 신안그룹의 인수 포기로 금융당국의 이행조건을 지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린손보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금융당국은 그린손보의 임원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관리인을 선임해서 강제매각을 진행하게 된다. 그린손보가 강제매각 된다고 해도 매각 성사 시 계약은 인수자에게 그대로 이전되고, 영업정지와 함께 파산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보험계약이전제도에 따라 국내 보험사들이 시장점유율에 비례해 그린손보의 계약을 나눠 떠안게 돼 보험계약자들에게는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반면 만년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에르고다음은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BS금융지주가 그린손보 대신 에르고다음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S금융지주는 출범 1주년 기념 자리에서 “사업다각화를 위해 손보사와 자산운용사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BS금융 이장호 회장은 지난 14일 “에르고다음의 인수를 통해 방카슈랑스 판매를 극대화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BS금융은 지난해 12월 그린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실사에 나섰다가 시너지 효과가 없다며 철회한 바 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