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가계대출 폭증…부실우려 확산
작년 10∼11월 두달간 15조원 늘어 사상최대 증가…주택대출로 생계비 충당
송현섭
21cshs@naver.com | 2015-01-23 14:35:54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수년간 저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돼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담보 대출로 생계비를 충당하는 등 저소득층에 부채가 전이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등 잠재 부실이 올해 국내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창업이 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도 7년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 19조원에 육박하면서 잠재 부실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 <편집자 주 >
최근 폭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을미년 새해 우리나라 경제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가계대출 증가폭은 작년 10월과 11월 2개월 연속 7조원대를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에 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말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은 738조2000억원으로 전월대비 7조5000억원이나 폭증했다.
작년 11월 한 달새 증가한 가계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수준을 보인 10월 7조8000억원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것이기도 하다. 이는 작년 7월 5조7000억원에서 8월 6조3000억원, 9월 5조6000억원 등 매달 5조∼6조원대에서 늘어나던 가계대출이 10월이후 2개월 연속 7조원대 증가하면서 사상최대 증가폭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년 10월이전 가계대출이 7조원이상 폭증세를 보였던 경우는 7조1000억원이 늘었던 지난 2006년 10월이래 처음으로 가계대출 증가속도 역시 1년만에 2배 가량 빨라진 셈이다. 이를 반증하듯 작년 11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보다 8.4%, 57조1000억원이 증가했는데 2013년 11월의 경우 증가율은 4.3%에 불과했다.
물론 작년 11월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폭증세를 견인해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55조4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4조9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취급기관별로는 시중은행이 5조원 늘었으며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우체국 등 비은행권에선 1000억원이 줄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비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일부가 비은행권에서 은행권 대출로 이동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8월부터 시행된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8월과 10월 2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규모는 2조6000억원 늘어 작년 6월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나탙내고 있으며, 잔액은 282조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경남·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비수도권 가계대출이 작년 10월 3조4000억원에서 11월 3조7000억원으로 급증한 반면 수도권에선 4조4000억원에서 3조8000원으로 줄어 대조적 양상을 보였다.
◇ 올해 가계대출 부실 표면화 전망
따라서 대출규제 완화로 작년 하반기이후 폭증한 가계부채가 올 들어 심각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15년 한국경제 진단, 저성장·저물가·저수익성'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부실화된 가계부채 처리문제가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산한 가계신용 잔액은 이미 2013년말 1000조원을 넘어섰고, 50조원대를 유지하는 판매신용을 제외한 잔액은 작년 3분기 1002조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보고서는 또 고금리 비은행권 대출이 금리가 낮은 은행권 대출로 전환되는 가계대출 '갈아타기'가 당초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이 19조6000억원 늘었지만 비은행 예취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줄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이외 대출을 늘려 비은행 예취기관의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5조6000억원 증가했으며 이는 기타 대출의 급증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LG경제연구원은 "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가계가 부족한 생계비를 충당하거나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늘고 있다"면서 "가계부채가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부실대출을 막기 위해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데다가 관계당국도 가계대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고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계의 소비여력을 위축시킬 것"이며 "금융기관 대출정책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일시상환 대출규모가 49조1000억원에 달해 가계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이후 시중금리도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 개인회생 또는 파산 등 가계부채 처리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LG경제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부실 우려와 더불어 무기력한 경기전망과 저물가의 장기화, 저성장 및 저수익의 늪에 빠진 국내기업과 유가하락, 비우호적인 환율, 전세난, 세수부족 등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8대 이슈라고 선정했다.
◇ 개인사업자 대출도 또 다른 '시한폭탄'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연이어 사상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제2의 가계부채'로 거론되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작년 19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폭만 본다면 7년만에 최대 수준인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예금취급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209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8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작년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액 37조3000억원의 50.4%에 달해 연간 개인사업자 대출잔액 증가액이 지난 2007년 19조8000억원을 기록한 뒤 사상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2000년대 초중반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사업자를 중심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대거 확대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부실대출을 해소하면서 2008년 대출 증가액이 6조70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위축됐다.
이후 2009년 8조3000억원, 2010년 5조9000억원 등 증가세가 주춤하다가 2011년 13조원을 돌파한 이래 2012년 15조원, 2013년 17조1000억원 등 매년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개인사업자 대출은 영세 자영업자가 주로 활용하는 가계대출에비해 명목상 용도는 다르지만 실제로는 생활자금과 사업자금간 구분이 불확실하고 부채 상환부담도 사업자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가계부채와 성격이 유사하다.
반면 은행 내부 경영실적으로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자영업자에 대한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돼 각종 금융관련 통계 역시 기업대출로 집계된다. 따라서 경제분석 전문가들은 개인사업자 대출의 잠재적 부실문제를 우려하면서 가계부채와 동반 부실화 가능성을 고려한 정부의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은행들, 자영업 창업지원에 초점 맞춰
근본적으로 개인사업자 대출규모 급증하는 배경은 우선 은퇴시기가 다가온 베이비 부머세대의 소규모 자영업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 와중에 시중은행들도 창업 및 자영업 활성화를 내세운 정부의 정책적 요구에 맞춰 중소기업 지원실적 제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점이 맞아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이를 반증하듯 작년말 현재 은행권의 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비중은 31.4%에 달하는데, 지난 2006년 31.3%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비중은 2008년 26.7%로 최저수준을 보인 뒤 2009년 27.6%, 2010년 28.1%, 2011년 28.5%, 2012년 29.4%, 2013년 31.3% 등 해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2013년부터 은행의 중소기업 자금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되는 개인사업자 대출규모는 급격한 증가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 자영업자가 감소하고 있으나 최근 1955년에서 1963년까지 출생한 베이비 부머세대의 은퇴가 시작돼 50세이상의 자영업 진출은 꾸준히 늘어나 새로운 대출수요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무급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자 중 50대이상 연령층은 409만4000명으로 전년 403만4000명에 비해 6만여명이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가 같은 기간 705만1000명에서 710만8000명으로 5만7000명이 늘어난 점에서 사실상 최근 1년간 자영업자 증가추세는 50세이상 연령층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체 자영업자는 2007년 758만명에서 지난해 711만명으로 줄어들면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50대이상 자영업자는 360만명에서 409만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올해도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추가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베이비 부머세대의 은퇴 본격화되는 시기와 맞물려 은행권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 역시 꾸준히 증가할 여력이 충분하지만 잠재적 부실화의 가능성 역시 크다고 예상했다.
◇ 자영업 위기가 가계부채 부실화 촉진
특히 침체된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노출된 소규모 자영업의 위기가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은은 앞서 2013년 10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의 소득이 국내경기 부진으로 줄어들 경우 채무부담 능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은은 또 자영업자 대출이 신용위험으로 부각될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불과 1년여 지난 현재 가계대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금융권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자영업자의 가구당 부채규모가 상용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원리금상환부담도 많기 때문이다. 부채구조 측면에서 보더라도 자영업자들이 만기 일시상환 대출비중이 높다는 점이 상당한 취약점으로 거론된다.
지난 2012년 3월 현재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세대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인당 평균 937만원으로 당시 가처분소득의 23.1% 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1년 뒤인 작년 3월에는 자영업자의 1인당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1227만원으로 늘어 가처분소득의 26.9%로 부담이 더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가처분소득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 부담이 상용 근로자의 경우 19.5%, 일용 근로자가 18.4%인데 반해 4∼5%P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자 금융 부채규모는 가구당 6693만원에 달해 상용 근로자 4388만원에 비해 큰데다가 가처분소득은 자영업자가 4561만원, 상용 근로자는 4839만원으로 낮은 수준이다.
전체 가계대출 중 만기 일시상환 대출비중은 자영업자가 40.5%에 달해 35.4%인 상용 근로자 등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영업자의 부채에 대한 통계는 정확하지 않은데 경우에 따라 개인사업자로 기업대출에 분류되고 때에 따라서는 가계대출로 집계되는 모순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한은은 2013년 3월 기준 전체 자영업자의 은행 또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있는 부채규모를 기업대출 206조원, 가계대출 245조원 등으로 450조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들 자영업자 대출의 신용위험이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와 함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 관계당국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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