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 고령층이 위험하다

보험산업 위협하는 ‘고령화·저출산’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3-26 08:53:22

지난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1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65세 이상 노인진료비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제공=동서재활요양병원)


최근 우리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고령화·저출산’이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은 늘어나고 있으나 삶의 질과 각종 사회문제들로 인해 출산율은 점점 저하되고 있다. 여기에 보험업계가 조만간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될 것으로 알려져 고령화에 따른 보험료 부담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은 인상률이 10%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고령층의 체감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1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65세 이상 노인진료비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제공=동서재활요양병원)

지난 16일 <보험매일>은 금융당국과 업계를 인용 “실손의료비 보험료가 10~20% 오를 전망”이라며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폭을 이미 내부적으로 잠정 확정,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입원·진료비를 실비로 보상하는 실손보험은 새 계약은 거의 영향이 없는 대신 표준화 (자기부담금 도입) 이전 판매된 기존 갱신형 상품의 보험료가 급등할 전망이다.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110% 이상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4월 이후 10~20% 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표준화 이전 ‘덤핑’ 판매된 중소형사의 갱신형 상품들은 대형사보다 더 많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급등은 당시 보험사들이 표준화를 앞두고 무리한 영업을 한 탓”이라며 “업계가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 보험료 인상, 고령층 부담 훨씬 커
문제는 고령화·저출산 때문에 보험료 인상 시 고령층이 받는 부담은 훨씬 커진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동일 인상률이 적용된다 해도 연령대별 체감하는 부담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체감부담 가중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커진다.


현행 실손보험은 연령계수 및 평균·손해율을 고려, 보험료가 산출된다. 연령대별 동일한 평균·손해율이 적용되더라도 연령계수 차이에 따라 고령층 인상률은 낮은 연령대 대비 높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부담이 타 연령층 대비 매우 높다.


금감원의 지난 2010년 모의실험 결과, 40세 남성 기준 실손보험 주계약 보험료를 8194원으로 가정, 6회 갱신(58세)시 보험료는 3만9773원으로 추산됐다. 3년형 기준 갱신보험료 인상폭 14∼20% 및 연령증가로 인한 위험률·의료수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18년 동안 4.8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실손보험에 가장 많이 가입하는 연령대인 30∼40대는 질병위험 등이 낮아 주계약 보험료가 1만원(특약제외) 이하지만, 위험률이 급증하는 60∼70대는 평균 7∼8만원대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30대와 70대를 비교하면 9배가량 오른 셈이다. 여기에 인상률 10%를 같이 적용한다면 30∼40대의 인상폭은 1000원 정도이나, 60∼70대의 상향폭은 그보다 6∼9배가 더 크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고령층은 질병발생률이 커 손해율이 높아 갱신 시 타 연령층대비 높은 인상률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국내 고령층 빈곤율 ‘OECD 1등’
그러나 연령계수를 제외한 평균·손해율반영 상품개발 등은 답보 상태고 고령인구의 경제력 문제까지 합쳐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인한 보험료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고령층의 경제력은 ‘위험’ 수준이다. OECD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빈곤율은 무려 45.1%로 OECD국가 중 가장 높고 OECD평균(15.1%)의 3배나 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근 수석연구원은 “2010년 국내 노인 1인가구 빈곤율은 76.6%로 OECD평균(30.7%)의 2배를 웃돌아 국내 노인 1인가구의 삶의 질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남성 노인은 월평균소득이 107만원이지만 여성 노인은 61만원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10%? 60~70대 체감 인상률은 ‘6∼9배’
고령층, 빈곤율 높고 진료비도 많이 들어
‘세대간 착취’ 발생 막을 대책 마련 시급


국내 고령세대의 경제적 사정은 OECD 최하수준인 반면, 의료비 지출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지난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1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65세 이상 노인진료비가 15조3768억원으로 전체 진료비(36조560억원)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14조1350억원)대비 8.8%, 지난 10년간 평균 16.9% 증가한 액수다.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도 2002년 9만4405원에서 2011년 24만7166원으로 2.6배 이상 증가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60~70대는 실손보험 가장 절실히 필요한 세대지만, 동시에 손해위험도 가장 높다”며 “이들의 경제력 수준 등을 고려하면 보험료 인상 후 계약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최근 저출산 기조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했다. 실손보험에서 ‘세대간 착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이미 고령층의 증가가 예고된 상황 속에서 30~40대의 급감은 이들 세대의 경제적부담 심화를 의미한다”는 지적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 총 인구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2060년께 4395만9000명이 전망된다. 이는 1990년 총 인구 수(4286만9000명) 수준이다. 2011년 출생자 수는 47만1000명으로 1995년(71만5000명 출생) 이후 24만4000명이 감소했다. 반면, 사망자 수는 25만7000명으로 1995년(24만2000명)이후 1만5000명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다수를 위한 하나라는 보험의 취지를 생각하면 고령화·저출산이 심화될수록 실손보험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경제활동세대가 부담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보험사들이 고령층의 손해율 등의 문제를 30~40세대서 보험료 인상 등으로 해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 집단 해약시 사회안전망 훼손 우려
업계는 이미 실손보험에서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바 있다. 실손보험료 산출시, 연령계수를 제외한 평균·손해율만 반영하는 상품개발 등이 그 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 12월, 평균·손해율만 보험료 산출에 반영하는 실손상품이 신고수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현재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산출서 평균·손해율만 반영하는 상품개발이 논의된바 있다. 하지만 리스크관리측면서 난관에 봉착, 현재는 안개 속 형국이다"고 말했다. 업계는 “고령층의 실손보험료 부담가중이 해약사태로 이어진다면 보험이라는 사회안전망의 훼손까지 우려된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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