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정벌’ 나선 유통업계
파리바게뜨·롯데마트 등 해외 진출 가속
염유창
uwindow@nate.com | 2013-02-26 10:13:24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외식업과 제과점 업종을 선두로 유통업계가 서쪽 정벌에 나선다. 지난 5일 제과점업 및 외식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됨에 따라 국내에서는 더 이상 매장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해외 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는 것. 특히 발전 가능성이 큰 신흥시장인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서쪽의 아시아 지역이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뒤로 하고 미개척 지역인 서쪽 정벌에 나선 유통업계의 새로운 도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한국서 장사 못하니 해외로”
동반위의 의지도 결국 좁은 땅에서 매장을 더 내지 말고 해외로 나가라는 것이고 기업도 갈수록 죄어오는 족쇄를 빠져나가기 위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사실 동반위의 이번 결정은 한국에서 장사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결국 국내보다는 해외로 출점을 가속화 해 성장은 해외에서 이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있는 매장 운영 상황을 지켜보며 점차 해외 매장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해외에 진출한 국내 유통기업 59곳을 대상으로 ‘국내 유통기업의 해외경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66.1%)’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는 국내시장 포화에 따른 경쟁 및 규제 심화, 지난해 해외 매출 호조 등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유망한 해외시장으로는 중국(39.0%)과 인도네시아(20.3%)를 꼽아 발전 가능성이 큰 아시아지역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내 대기업의 외식·제과업체는 올해 해외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그룹은 CJ푸드빌 해외 매장 확대 등에 그룹의 해외사업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올해는 동남아 전 지역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할 예정.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1월 기준 중국에 107개, 미국 25개, 베트남 7개, 싱가포르 1개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향후 해외 매장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 채널 역시 올해는 더 공격적으로 서쪽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해외 사업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달에만 104, 105호 점을 연달아 내고 중국 점포수(105개)는 이미 국내 점포수(102개)를 초월했다.
그 외 인도네시아(31개), 베트남(4개) 등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모두 14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20여 개 점포를 추가로 내고 글로벌 유통업체로 발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가까운 시일 내 해외에 신규 점포를 내거나 현재 출점 준비 중이다. 물론 문제는 있다.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국내보다 투자 비용도 많이 들어 당장 이익을 볼 수도 없다.
A 제과점업 관계자는 “국내가 포화됐으니 해외로 나가라는데 해외사업을 한다고 해서 바로 성과가 나는 것도 아니다”라며 “동반위가 권고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해외에 진출해 있었고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도 아닌데 해외에 매장은 내야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5일 외식업과 제과점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됨에 따라 제과점업의 경우 신규 출점 규모를 현재 규모의 2%로 제한, 대기업 매장의 신규 출점 가능 규모는 한 해 20~7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권고안이 마련되지 않은 외식업은 다음 달 말까지 음식점업 동반성장협의회를 운영해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역세권 범위 등을 결정할 계획. 그러나 끝나지 않는 외국계 외식업체 차별과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문성 부족 논란 등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VIP’ 시장이 뜬다
코트라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새로 뜨는 동남아 VIP시장의 중요성과 진출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성장률이 둔화된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와 달리 VIP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5.3%를 유지하며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에 VIP 시장으로 진출할 것을 적극 추천하고 있는 상황. 이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CJ푸드빌, 롯데마트 등 국내 유통기업은 VIP 시장에 진출해 터닦기에 한창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는 2003년 싱가포르의 중심 이세탄(伊勢丹) 백화점에 진출 이후 동남아시장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18개, 말레이시아에는 22개 백화점 매장에서 라네즈를 판매하고 있으며 그 외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도 진출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지난해 9월 싱가포르와 대만, 10월 태국 시장 등에 진출했다.
설화수는 2015년까지 아세안 6개국(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진출을 통해 범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거듭날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2005년부터 베트남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베트남은 더페이스샵이 진출한 해외 23개국 중 수출 5위를 기록하는 주요 시장으로 2005년 첫 진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약 39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내년에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베트남 매출 및 매장수를 적극적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2007년 베트남에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VIP 고객 입맛 잡기에 성공했다. 2008년부터는 베트남 베이커리 시장에서 뚜레쥬르가 점당 매출 1위를 차지해 왔다. 지난해 12월 28, 29호 점을 잇따라 열면서 베트남 내 모든 베이커리 매출과 매장 수를 초월했다.
뚜레쥬르는 현지에서 처음으로 베이커리에 좌석과 테이블이 있는 카페형 매장을 선보여 고급스러운 매장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에 추가로 진출해 두 자릿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남영현 베트남 뚜레쥬르 법인장은 “예전에는 건물주를 만나면 뚜레쥬르에 대해 한참 설명했지만 지금은 주요 복합상가나 쇼핑몰 오픈 때 서둘러 유치하려고 먼저 연락이 온다”며 “5년 사이에 브랜드 위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 31개점, 베트남 4개점 등 동남아시아에 모두 3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08년 10월, 인도네시아 Makro 19개점을 인수하며 대한민국 유통업체 최초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 소매시장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평균 10% 신장하고, 대형마트의 경우 평균 30% 가량 신장하고 있는 추세. 베트남에서도 2008년 12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에 ‘남사이공점’을 열고 철저한 현지화와 현지 업체와의 차별화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는 중국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3개국에서 20여개 가량의 점포 출점해 글로벌 유통업체로 더욱 발전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다국적 할인점인 까르푸, 홍콩계 기업인 데어리팜(Dairy Farm) 등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형마트 점유율이 전체 소매시장의 낮은 수준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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