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짜리 항공권? 소비자 울리는 ‘파격 세일’
외국계 저가항공사 피해 속출
염유창
uwindow@nate.com | 2013-02-21 16:56:39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국내 보다 싼 가격에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관광객이 있을까. 불과 며칠 전에도 한 저가항공사의 파격적인 최저가 이벤트에 접속자가 폭주해 항공사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항공사의 파격적인 세일이나 이벤트는 소비자로서는 보다 싼 가격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국계 저가 항공사의 경우 피해를 당해도 구제 받을 길이 없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 “항공권 할인 행사, 속은 기분”
“속은 기분이에요. 지불한 돈이 아까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다녀왔지만 썩 기분 좋은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36·가명)씨는 지난해 10월 외국계 저비용항공사인 A사의 ‘대폭 할인’ 프로모션 항공권을 보고 즉각 구입했다. 통상 30만원에 달하는 ‘인천~나리타’ 편도 항공권을 3만원(공항세 포함·유류할증료 없음)에 구입할 기회를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씨는 A사의 항공권을 구매하는 데만 100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정은 이렇다. 김 씨가 해당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하던 시점에 이미 해당 프로모션 항공권은 모두 매진된 뒤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김 씨는 항공사 할인행사 소식으로 홈페이지에 몰려든 방문객들 틈에 끼어 영문으로 이뤄진 여행 일정부터 결제 페이지까지 열심히 ‘NEXT’ 버튼을 클릭했다.
“할인행사는 방문객들로 접속이 폭주했습니다. 예약 가능 기간은 8일에 불과했고 수량도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항공권 구매에 나섰죠. 아무래도 외국계 항공사여서 그런지 한글 안내문도 메인 홈페이지에서만 제공 됐었고요.”
중간 중간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는 했지만 ‘설마 사기를 치겠느냐’라는 믿음과 ‘여차하면 취소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할인 항공권’을 따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 씨가 항공권 구매를 위해 지불한 최종 결제금액은 81만8721원이다. “이게 왠 날벼락인지…” 김 씨는 서둘러 항공사에 구매 취소를 요청했다.
문제는 이 때 부터 발생했다. 항공사 측은 ‘할인 행사는 이미 마감’했다는 소식과 함께 ‘김씨가 구매한 항공권은 정상적인 티켓’이라고 알려줬다. 게다가 약관상 환급이 불가능하며, 일정을 변경하고 싶으면 24만원의 위약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기막힌 답변을 듣게 됐다.
“할인티켓이 이미 마감됐다는 사실도 모르고 영문으로 이뤄진 해당 항공사의 홈페이지에서 ‘혹여나 뺏길세라’ NEXT 버튼만 주구장창 눌러댔던 것이죠. 이 항공사는 홈페이지에 해당 프로모션이 끝나 ‘지금부터는 정상가로 결제된다’는 문구조차 제공하지 않았었습니다.”
◇ “항공권 피해, 대부분 외국계 항공사”
김 씨는 황당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민원도 냈지만 소비자원도 속수무책인건 마찬가지였다. A항공사는 국내에 판매 대리점만 두고 있어, 국내법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대다수 항공권 관련 민원은 외국계 저비용항공사들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분석한 항공서비스 이용 관련 소비자피해 사례를 보면 외국계 항공사가 전체의 55%로 가장 많았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내에 지사 또는 영업소를 두고 있지 않은 외국계 항공사의 경우 피해 사실 조사도 어려운 실정이라 구제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환불 불가 약관 등에 대한 시정명령도 이들 항공사들에는 소용없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도 항공 업계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겠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에 대해서는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당국이 항공권 가격이나 환불 등 규정에 대해 간섭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씨는 지난해 12월 말로 예정됐던 일정을 1월 중순으로 변경, 24만원의 위약금을 추가로 지불하고 여행을 다녀왔다. 3만원을 꿈꿨던 여행이 1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끝난 셈이다.
김씨는 “억울하지만 어쩌겠냐”며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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