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서 씁쓸한 사퇴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이마트 등기이사 사퇴

염유창

uwindow@nate.com | 2013-02-20 17:40:32

▲ 사진은 지난달 8일 2013 신세계 경영전략 임원워크숍에서 정용진 부회장 등 신세계그룹 관계사 대표들이 책임경영 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에서 사퇴한다. 신세계그룹 측은 책임경영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최근 베이커리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 혐의로 인한 검찰 조사 및 이마트 노조 설립 방해 의혹으로 인한 압수수색 등 그룹의 총체적 위기를 타개할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 신세계·이마트 등기이사 전원 교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에서 사퇴한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정 부회장 외에 다른 사내 등기이사진도 전원 교체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신세계는 ‘2013년 정기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에서 신임 등기이사에 김해성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을 비롯해 장재영 신세계 대표, 김군선 신세계 지원본부장 등 3명을 후보로 올렸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기존 이사진인 정용진 부회장, 허인철 이마트 대표, 박건현 전 신세계 대표가 물러나게 된다. 이마트도 등기이사진을 모두 교체한다. 기존 이사진인 정용진 부회장과 허인철 이마트 대표가 물러나고 김해성 그룹 경영전략실장, 박주형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을 새로 후보로 올렸다.


정용진 부회장은 앞으로 신규 사업 쪽에 매진하게 된다. 신세계 그룹 측은 백화점, 이마트쪽 투자가 거의 없는 만큼 신규 사업을 담당하는 정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기업 분할 이후 신세계는 백화점, 이마트 등 각사 책임경영 체제를 하고 있어 임원들이 신 등기이사로 올라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정 부회장의 신세계·이마트 등기이사직 사퇴는 최근 그룹을 둘러싼 위기와 관련된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베이커리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 혐의로 정용진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이마트가 지난해 노조 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부당노동행위로 서울노동지방청으로부터 전격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전격적인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등기이사 건이 진행됐다”며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제외도 검찰 수사를 받으며 기업 경영에 대한 책임까지 지기 어려울 것 같아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는 손인옥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새롭게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손영래 전 국세청장과 김종신 전 감사원장 직무대행은 재선임됐다.


◇ 신세계의 잇따른 ‘시련’
신세계가 ‘재벌 빵집’ 논란에 이어 ‘부당노동행위’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시련을 맞고 있다. 일부에선 이미 처벌 수위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검찰과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와 지점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이 노조 설립 방해 등의 혐의로 신세계 이마트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직원사찰 등 부당노동행위 서류 등을 압수하기 위해서다.


이마트의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서울중앙지검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의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과 관련해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과 이마트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또 검찰은 지난 5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소환해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과 관련해 12시간에 걸쳐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신세계가 제빵 사업을 하는 계열사 신세계 SVN를 지원하는 과정에 정 부회장이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신세계와 이마트, 에브리데이리테일 등이 신세계SVN과 조선호텔에 판매수수료를 과소 책정하는 방식으로 총 62억 원을 부당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억 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신세계 SVN을 부당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정 부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정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남매는 이달 중순 검찰로부터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정 부회장은 벌금 700만원, 정 부사장은 벌금 400만원에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법원은 되레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오너 남매가 나란히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국감이나 청문회 불출석한 인사를 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것 역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신세계는 인천터미널 부지 매입과 관련, 인천시·롯데와 복잡한 소송 전에도 얽혀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를 향한 공권력의 칼날이 언제 어느 기업으로 옮겨갈지 예측할 수 없다”며 “첫 타깃은 신세계(정용진)지만 다음 타깃은 누가 될지 걱정스럽다. 일부에선 이미 조심스럽게 정 부회장에 대한 처벌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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