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는 '쭉쭉', 가입자는 '팍팍'

보험업계, 7월부터 인상 예고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3-19 12:27:30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보험료가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당장 생명보험료가 7월부터 최고 10% 정도 인상될 예정이다. 실손의료비 특약과 암보장 특약은 최고 40%까지 폭등한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견제구를 날렸다. 당국은 표준이율 인하에 따른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자제하는 한편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올려 역마진을 자초한 뒤 보험료를 인상하는 행태도 자제토록 했다.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보험료가 일제히 오른다. 당장 생명보험료가 7월부터 최고 10% 정도 인상될 예정이다. 실손의료비 특약과 암보장 특약은 최고 40%까지 폭등한다.


지난 9일 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자사 생명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평균 5~10% 올릴 방침이다. 보험사들은 이달까지 보험료율 내부 조정을 마치고 보험개발원의 요율 검증과 금융감독원 신고를 거쳐 오는 7월부터 인상된 보험료를 적용 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보험업계가 보험료를 더 올리려고 금융당국을 상대로 관련 규정 개정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업계에서 보험료를 줄줄이 큰 폭으로 올리려 하자 규정 개정 요구를 거절하고 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다각적인 방법으로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 수익 감소 메꾸려 보험료 인상


보험업계가 밝힌 보험료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다음 달 1일부터 표준이율을 0.25%포인트 낮춘다”고 말했다. 표준이율은 보험사들이 장차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쌓아놓는 ‘표준책임준비금’에 적용하는 이율로, 10년 만기 국고채를 기준으로 매년 4월 산출되며 개별 보험사의 예정이율 책정에 영향을 준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예상 수익률인 표준이율 하락에 관해 업계는 “국고채 금리 등이 표준이율의 주요 변수인데,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하락해 예정이율의 기준이 되는 표준이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표준이율이 떨어지면 보험사들은 적립금을 보다 많이 준비해야 하는 만큼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이 생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정이율을 내리면 자산운용 수익이 줄어 자본을 늘리거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며 “대다수 보험사는 보험료 인상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표준이율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자체 예정이율을 조정, 7월부터 보험료를 인상을 적용할 계획이다. 예정이율이 표준이율대로 0.25%포인트 낮아지면 그만큼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지고, 보험사는 수익 감소를 메꾸려 통상 보험료를 5~10% 올린다.


◇ “실손보험 갱신시기 몰려있어 인상폭 클 것”


업계는 “의학기술 발달에 힘입은 수명 연장과 수술·진료의 보편화도 이번 보험료 인상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천명당 사망자 수은 1990년 5.6에서 2010년 5.1로 하락했고 기대수명 71.3년에서 80.8년으로 늘었다.


또한, 사망·질병·입원 등의 발생 확률을 나타내는 참조위험률이 다음 달 조정된다. 업계는 “사망률 하락에 따른 사망보험료 인하를 제외하면 이 또한 보험료 인상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질병보험료는 최고 5% 정도 오르고, 종신보험료와 장기보험료도 1~2% 인상될 전망이다.


여기에 보험 가입자의 생존 기록을 축적한 경험생명표도 사망 기한을 110세로 늘릴 예정이다. 경험생명표 재작성으로 연금보험은 보험료가 5% 정도 오르거나 월별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실손의료비 특약과 암보장 특약은 보험료가 20~40% 정도 급등할 것”으로 관측했다.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값비싼 수술·진료가 늘고, 의료수가가 올라서다. 특히 실손보험에 자기부담금 제도가 도입되기 직전 불티나게 팔았던 상품의 갱신 시기가 3년 이지난 올해 대거 돌아오는 게 특히 부담이다.


금감원은 자기부담금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팔린 실손의료비 보험이 1500만건이라고 밝혔다. 보험료 납입액은 1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업계도 “실손의료비나 암보장 보험은 의료비 지급액 증가와 손해율 급등으로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보험업계, 인상폭 상승 위해 ‘꼼수’?


그러나 보험업계는 당초 보험료 인상폭을 더 키우기 위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관련 규정 개정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보험사가 당국에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상 ‘표준이율 계산식’의 개정을 요구했다.


세칙은 표준이율이 국고채 수익률을 기준, 0.25%포인트씩 조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산식을 새로 만들거나 조정 단위를 늘려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 요구를 거절했다. 이미 다음 달부터 표준이율이 0.25%포인트 낮아져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는데 산식도 고치면 인상 폭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가입자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업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사장들을 불러 저금리 기조와 역마진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보험료 인상 폭을 최소화하라는 주문이다. 또한 표준이율 하락을 핑계 삼아 보험료를 지나치게 많이 올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요율 검증과 상품 신고 과정에서 합리적인 조정을 유도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 요인도 있지만 인하 요인도 크다”고 보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사망률이 하락한 만큼 종신보험과 같은 경우에는 위험률이 낮아져 보험료가 낮아질 수 있다.


금감원은 보험료 인상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보험사서 넘겨받아 지나친 인상률을 억제할 방침이다. 참조위험률 조정 과 위험률 변동이 보험료 책정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 볼 예정이다.


금감원은 “연금·저축보험의 공시이율을 마구 올려 역마진을 자초하고, 나중에 이를 보험료 인상 구실로 삼는 것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공시이율을 경쟁적으로 올려 손실을 내면서 한편으로는 보험료를 올려받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미 공시이율과 관련 실태점검에 착수했고, 과당경쟁 상품은 다음 달부터 특별검사에 나선다.


금융위도 과도한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 태세다. 보험업법상 보험료 조정 폭은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안 되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 가격은 통계에 의해서 나오는 만큼 당국이 낮춰라, 높여라 하기 어렵다”면서도 “인상의 합리성과 적정성을 들여다 보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당국의 이런 기류를 반영, 보험료 인상률이 한자리수로 억제되고, 일부 상품은 보험료를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기로 하고 나머지 보험료를 올리면 비난이 우려되니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당국의 분위기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도 “종신보험의 경우 사망률이 낮아지면 보험료 인하 효과가 생기지만 표준이율 변동에 따라서는 상승 효과가 있어 상쇄가 이뤄지기 때문에 보험료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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