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 꼼수 ‘생색내기' 비난
은행·카드사, 수수료 수익 사상최대 ‘돈잔치’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1-10-21 09:48:47
[토요경제] 장우진 기자 = 시중은행과 카드사의 수수료 폭리에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8개 시중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2조256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 수입도 4조95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8.6%나 늘었다.
그 동안 은행권의 과도한 수수료가 꾸준히 도마위에 오르자 지난달 은행들은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면제·인하 혜택 제공에 나섰고, 최근 불거진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논란에 카드사들도 인하방침을 결정했지만 현실적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카드수수료 인하 법안 발의 등을 계획하며 은행·카드사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은행·카드사, 수수료 최대실적 ’돈잔치’
금융소비자연맹(회장 이성구, 이하 금소연)에 따르면 지난 해 국민은행이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은 87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110억원)의 79배에 이르고, 신한은행은 당기순익(1조6500억원)의 47%에 해당하는 7700억원을 수수료 수익으로 챙겼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당기순이익의 42%, 41% 가량인 4620억원, 406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우리·국민·하나·신한 등 4대 은행이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수수료 종류도 평균 138건에 달한다.
금소연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수수료 수익이 전체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수료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사정이 이렇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당국이 직접 제어하진 않겠다”면서도 “스스로 들여다볼 때가 됐다”며 금융업권의 과도한 수수료 체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회사는 사회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관인 만큼 기능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업을 해야 한다”며 “코스트(비용)가 얼마인지, 인프라 유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합리적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같은 권고에 은행권은 반발하고 나섰다.
은행들은 2000년 초부터 자율화된 수수료 체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성토했다. A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비이자수익 비중을 높여 선진화할 것을 독려해놓곤 시장 분위기 등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 처리에 들어가는 원가 때문에 수수료 부과가 불가피하다고도 견지했다. B은행 관계자는 “한국은 수수료수익 비중 11.3%로 미국 상업은행에 비해 낮다”라며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라”고 주장했다. 되려 은행권이 업무처리 합리화 작업에 따른 비용 절감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수료 인하 특단…‘생색내기’ 비판
하지만 수수료 면제 항목이 제한적인데다 일부은행의 경우 인하 폭이 적어 은행이 부담하는 규모는 미비하다는 여론이 여전히 강하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은 지난달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제공하며 업무의 합리화 작업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수수료 면제혜택이 사회소외계층에만 국한하고, 인하폭은 상대적으로 낮아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고객을 이루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생각만큼 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최근 불거진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인하의 경우 삼성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2.05%에서 1.80%로 낮췄으며, 중소가맹점 범위도 현행 연매출 1억2000만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확대했다.
신한카드 역시 연 매출 1억2000만원 미만인 중소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대형 할인점 수준으로 인하해 연내 실시하고, 내년부터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 매출 2억원 미만의 가맹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하폭이 0.2% 수준에 불과해 ‘생색내기용 인하’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수수료 1.5%를 주장하며 지난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이 수수료를 서비스 개념이 아닌 수익기반으로 여기는 측면이 있어 서민부담을 경감시키는 실질적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카드사 수익원의 근간인 수수료를 1년에 2번씩이나 내리고 있다”라며 “카드사가 부대사업에 기울여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인데 너무한 부분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하에도 카드사들의 수입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도 카드사 압박 나서
이 같은 상황에 정치권에서도 ‘카드사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은 최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현행 2% 대에서 1.6∼1.8%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화점과 대형할인 매장의 카드 수수료가 1%대임을 감안하면 형평성 차원에서 영세 자영업자도 재래시장 중소 가맹점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도 “카드 수수료 인하가 선거를 앞두고 구색맞추기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수수료 천국, 금융공화국에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재벌 금융회사들이 마음대로 책정한 수수료를 전면 개혁해 실질적인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며 가맹점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차등적용 되는 점을 들어 “카드 수수료를 매출 기준으로 차등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에게 일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카드 수수료, 더 이상 이대로 갈 수가 없다”고 강조하며 카드사 압박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요식업계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오죽하면 오늘 이런 결의대회까지 하시게 됐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요즘 얼마나 힘드십니까. 원재료값도 많이 오르고 임대료도 많이 오른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음식값은 그렇게 거기에 따라서 올리기도 어렵고 거기다 카드 수수료 문제 때문에 더 힘들 것"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어 "이 문제는 더 이상 이대로 갈 수가 없다. 한계점에 달했다"며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저도 강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어떻게 해야 실질적인 대책이 되는지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서 저도 많은 관심을 갖고 꼭 해결되도록 잘 살피고 잘 챙기겠다"며 "당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강하게 추진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합심을 해서 같이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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