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나는 금융정책 ‘이게 최선입니까’
장우진
mavise17@hotmail.com | 2011-10-17 11:09:02
[토요경제=장우진 기자] 정부가 카드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소액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제도개편안을 추진 중임에 따라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은 ‘1만원 이하’의 카드 소액결제에 대해 가맹점에 거부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안’을 올 연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그 동안세제투명성과 소비자권익을 높이기 위해 소액결제 확산에 주력했지만 중소상인들의 부담완화와 소액결제 거부에 대한 규제가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로 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정책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액카드 결제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액결제 거절을 허용하게 되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가맹수수료의 부담은 이해하지만 소액카드 결제거부가 해결책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가맹점, 소액결제 거부 인정해야’
금융위는 신용카드 이용을 줄여 가계빚이 증가하는 것을 막고, 가맹점의 소액카드 거부에 대한 규정이 너무 지나치다는 이유로 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 소액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하지만 1000원 단위 소액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에도 카드 수수료를 내야하는 가맹점 업주들로서는 수수료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편의점 업종의 경우 평균 2.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물품구매시 250원이 카드사 수수료로 지급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이 5%임을 감안하면 수수료 부담은 이익의 50%에 달한다. 이에 영세업소의 업주들은 금융당국에 이 같은 벌칙 조항을 삭제해달라는 지적을 누차 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소액 결제를 무조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도 유래가 없는 너무 과도한 규정이라는 지적들이 있었다”며 “그래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현재 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금액 수준에 대해 논의 중이다. 현재 1만원 미만의 상품에 대해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 발의돼 있어 이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오히려 소액결제 장려
과거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의 카드사용 활성화를 위해 오히려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소액결제 거부 단속을 강화했다.
지난 2002년에는 소액결제 거부 가맹점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했으며, 2004년 금감원은 신용카드 불법거래감시단까지 운영하며 소액카드 결제 확대를 적극 지향했다.
카드사들도 과거 5000원 미만 소액결제를 시스템 내에서 제한했으나 소비자 불만이 거세지자 규정을 풀었다. 현재 카드사들은 카드결제시 최소금액 한도를 100원 미만으로 책정하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이 소액결제 활성화를 적극 추진한 이유는 세제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탈세방지, 소비자 권익보호 등의 취지였다. 실제 소액결제 확대 시행으로 카드사용가 함께 소액결제 비중도 높아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7월 총 매출건수 6억9000건 중 1만원 이하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9.2%(2억건)이며 5000원 이하는 14.5%(1억건)으로 나타났다.
매출 금액은 전체 40조8000억원에서 1만원 이하가 1조원(2.7%), 5000원 이하가 3000억원(0.8%)이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 설문조사에서도 1만원 미만을 구매할 때 선호하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현금(45%)과 카드(41.2%)의 비율이 거의 비슷해 소액 카드결제가 이미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권익 침해’…시민단체 등 강력 반발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같은 정책추진에 시민단체 등 소비자 반발이 거세다. 소비자들의 결제 수단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YMCA는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YMCA는 성명을 통해 “1만원 이하 소액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는 것은 소비자의 편의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1만원 미만의 소액결제 비중은 2009년 1월 21.9%에서 지난해 41.2%으로 급증하는 등 1만원 이하의 카드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거절은 신용카드 소액이용 확대 추세에 역행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1만원 이하 소액결제 거절이 허용되더라도 대부분의 중·대형 가맹점은 소비자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소액결제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도 소액결제를 거부하는 가맹점은 이용하지 않게 될 수 있어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도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소액결제 거부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반 소비자들의 불편과 세수 감소로 넘기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왜 카드업계는 부담을 안하는 것인가 거기에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카드업계가 자구책을 강구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당 정책위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카드업계의 부담이 빠진 대책은 옳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융위는 소액 카드결제 거부를 의무화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액결제를 무조건 현금만 쓰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드 사용을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나올 수 있어 결국 가맹점에서 소액 신용카드 수납 거부에 대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가맹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소액을 현금결제로 유도하는 건 찬성한다”면서도 “소비자 혜택 등을 감안하면 근본적으론 가맹점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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