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값 급락…식당선 ‘金겹살’ 왜
돼지고기와 삼겹살 가격의 요상한 관계
염유창
uwindow@nate.com | 2013-02-15 14:38:57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서민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고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삼겹살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와 부쩍 오른 가격 탓에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을 먹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의 폭락 소식은 서민들에겐 희소식이랄 수 있지만 생계를 꾸려야 하는 양돈농가들의 근심은 깊어져가고 있다. 하지만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도 고깃집의 삼겹살 가격은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식당과 정육점의 삼겹살 가격은 꿈쩍도 않는 돌부처마냥 요지부동인 걸까.
◇ “인건비·야채값 비싸 못 내려”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하고 있지만 서울시내 고깃집의 삼겹살 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40~50% 폭락했고 소매가격도 10% 이상 하락했지만 식당과 정육점 등은 저마다 인건비, 야채값 등의 상승을 들어 요지부동이다.
지난 14일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돼지고기 1+ 등급의 도매가격은 지난해 1월 1kg당 1만8000원대에서 올해 2월 들어 1만1000원대로 떨어졌다. 1등급 돼지고기는 1kg당 1만7000원에서 9000원대로 급락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수산물 소비자가격 동향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1kg당 1만412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월 중순 1만6200원에 비해 12.8% 하락하고, 지난날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5% 하락한 가격이다.
실제로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는 12일 기준 돼지고기 100g당 990원에 판매됐다. 지난해에는 1300원대였다. 또 지난 13일 기준 일반 대형마트에서는 1300~1400원에 돼지고기가 팔리고 있다. 평소 돼지고기가 1600원선까지 팔린 것에 비하면 크게 하락한 가격이다.
그러나 서울시내 고깃집과 정육점의 가격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식당업주들과 정육점들은 인건비와 각종 야채값 등의 요인으로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야채가격이 급등해서 삼겹살 가격을 못 내린다”며 “고기를 구울 때 같이 구워먹는 김치를 내 놓는데 이 김치를 만드는 배추 값 때문에 내리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우리가 중간 유통을 통해 삼겹살 받을 때 가격은 변동이 없다”며 “1kg 당 1만3500원에 삼겹살을 받는데 가격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W고깃집을 하고 있는 B씨도 “공급 받는 기준으로 말해서 많이 올랐을 때가 1kg에 2만2000원이었는데 오를 때는 1000~2000원으로 올랐고 내릴 때는 1400~1500원 내렸다”고 말했다.
B씨는 “우리가 별로 체감하는 가격 하락폭은 없다”며 “인건비 때문에 삼겹살 가격은 내릴 수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 성북구 동선동 C정육점의 경우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30% 정도 가격이 내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마리당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부위육까지 덩달아 똑같은 비율로 가격이 떨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동선동 D정육점도 “물건을 어디서 받아오느냐에 따라 가격 인상폭이 다르다”며 “대형 유통 공급 회사는 원산지 가격이 많이 하락할 때 그만큼 낮은 가격으로 받을 수 있지만 작은 중소 업체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D정육점은 “싸게 파는 곳은 요즘 1근에 6000원대 후반 일반적으로 7000원대정도를 받는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1근에 8000원대를 받는다”며 “지난해 이맘 때 1근에 12000원에 비해 내린 가격”이라고 밝혔다.
또 가격의 변동폭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소매상이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이유로 꼽혔다. D정육점은 “산지에서 하락한 가격이 일정기간 지속돼야 산지가격만큼 떨어진 비율로 소비자공급가를 맞출 수 있다”며 “잠깐 떨어지는 것은 불안해서 그만큼 떨어진 가격으로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남규 유통정보팀 팀장은 “산지 도매가격이 많이 떨어져도 소매가격은 전통적으로 반영이 늦다”며 “게가다 소매상인의 경우 일반 정육점 등에서는 인건비와 점포 임대료 등 고정비가 꾸준히 들어가기 때문에 물건값을 쉽게 안 내리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겹살의 경우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제일 많이 찾는 품목이라 가격이 쉽게 내리지 않는 특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돼지고기값 폭락에 농가는 시름
양돈농가는 거침없이 떨어지는 돼지고기 가격에 시름을 앓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이렇게 떨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부터다. 충북의 한 양돈농가는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을 거듭하면서 힘들게 키운 비육돈 한 마리를 사료값도 안 되는 돈을 받고 팔았다. 축협에 빚진 사료 대금 수천 만원도 갚지 못했다.
그는 “돼지를 키워 출하해도 사료비를 건지기도 힘들다”면서 “마리당 10만~12만원의 손해를 안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와 달리 돼지는 출하시기를 놓치면 삼겹살과 목살 등 인기 부위 고기량이 적게 나와 가격을 덜 받게 된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면 한 달 5000만원 가량 들어가는 사료비 값을 대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통상 가격이 ㎏당 4000원 정도는 돼야 운반비와 도축수수료, 인건비, 사료 값 등을 제하고 얼마정도 수익이 난다. 하지만 현재 가격은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손해를 농가에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40년 동안 돼지를 키운 양돈 농장 주인은 “가격이 오를 때는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떨어졌을 때는 생산자도 보호해야 한다”며 “정부가 하한선까지 정해 놨지만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 상승 때 삼겹살까지 수입했으면 이제는 정부수매로 생산자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 수입 고기 국내산으로 속이기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은 한 달 동안 원산지표시 일제 단속을 벌여 207곳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특별사법경찰 100여 명을 투입해 적발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건에 비해 73%나 늘어난 수치다.
농관원은 적발된 업소 가운데 원산지를 거짓 표시한 96곳은 형사입건 하고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86곳과 쇠고기 개체식별번호 위반 25곳에 대해서는 과태료 2800만원을 부과했다.
원산지 거짓 표시 업소는 주로 수입 돼지 갈비뼈에 수입 돼지고기를 붙여 돼지양념갈비로 제조한 뒤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 했거나 미국산 쇠고기의 원산지를 국내산(한우)으로 표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적발 품목은 돼지고기 56건, 쇠고기 40건, 배추김치 29건, 쌀 18건 등이다.
원산지를 거짓표시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