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비 전가하고 대금 늑장 지급…‘유통 갑질’ 잡힐까
공정위 압박에도 부당 계약 등 잘못된 관행 못 벗어나…공정위 ‘직권조사’ 강수
이경화
icekhl@sateconomy.co.kr | 2018-05-10 18:25:42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대규모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다수의 중소납품업체들이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판매촉진비용부담 강요, 상품판매대금 지연수취 등 대기업 갑질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2일 “많은 납품업체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향후 직권조사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복잡한 유통산업의 성격상 법만으로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어려운 만큼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대기업들에서 상생협력 방안 등 자발적·능동적 변화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1일 발표한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온라인쇼핑몰 등 대규모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2110곳 대상 유통분야 서면실태조사(2016년 7~2017년 6월)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납품업체 중 12.4%는 대규모 유통업체의 강요로 종업원을 파견하는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판매촉진비 전가와 상품판매대금 지연 지급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각각 7.8%, 7.2%에 달했다. 부당한 판촉비 전가 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온라인쇼핑몰이 13.2%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백화점(10.2%), 홈쇼핑(5.7%), 대형마트·편의점(5.4%)의 순서였다.
온라인쇼핑몰은 고객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할인행사를 하지만 할인에 따르는 비용은 대부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온라인쇼핑몰과 거래하는 납품업체의 15.8%는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로 규정된 법정기한을 넘어서 판매대금을 늑장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TV홈쇼핑과 거래하는 납품업체의 경우 계약서 작성 전에 납품할 상품을 제조·주문하도록 요구받는 구두발주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2012년 1월 갑질 근절을 위해 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통업체의 고질적인 불공정행위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반면 납품업체의 98.7%는 대규모유통업체와 거래하면서 표준거래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납품업체 84.1%는 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된 이후 유통업계의 거래 관행이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상품판매 대금의 지연 지급 관행이 개선됐다고 답한 업체가 89.4%였으며 부당한 대금 감액(89.2%), 부당 반품(89.2%), 계약서 미교부·지연교부(86.7%) 등도 개선됐다는 응답이 많았다. 무엇보다 판매 장려금 등 경제적 이익 제공요구 행위가 개선됐다는 응답이 80.9%로 2014년 같은 조사 때보다 19%포인트가 높아졌다.
통상 판매 장려금은 물건을 많이 사들이는 거래처에 지급하는 금액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납품업체의 물건에 일정 마진(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것 이외에도 납품업체의 매출액 가운데 일부를 판매 장려금 명목으로 받아 이중 마진이란 비판을 샀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직권조사와 더불어 최근 새로 도입된 대규모유통업체의 주문수량 기재의무, 유통업계에서 발표한 자율 실천 방안 등 준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서면실태 조사 방식을 지속 보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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