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000원도 소중해진 대한민국 아침경제
이완재
puryeon@naver.com | 2011-10-05 10:36:23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상의 서민들 삶은 애잔하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극빈층의 모습은 더욱 그러하다. 기자는 매일아침 북수원에서 여의도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 안은 언제나 승객들로 만원이다. 그 복잡한 승객들 틈을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쏟아내는 무료신문을 수거해가는 일군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도 아랑곳 않고 선반 위 신문들을 끌어내린다. 승객들과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며 지나가는 통에 짜증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누구 하나 대놓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다들 “저 폐휴지 들고 가 몇 푼이나 벌겠어”하는 안쓰러움을 공유하는 분위기다.
폐휴지를 집어가는 사람들의 일면도 다양하다. 부부인 듯한 초로의 두 노인, 홈리스족인 듯한 남루한 옷차림의 사내도 눈에 띈다. 모두다 돈 1000원이라도 벌어 용돈이며, 끼니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다. 폐휴지 1kg에 고작 150원대 안팎이라고 하니 그 수고로움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나마 마땅한 돈벌이가 없는 그들로서는 복잡한 지하철 안이 유일한 삶의 터전이자, 마지막 생계수단 공간이다. 그들에게 복지나 사회간접자본시설은 먼 나라의 얘기다. 오직 하루하루의 삶을 온전히 연명하는 게 목적처럼 보인다.
극빈층의 삶이 이 정도라면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삶 또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일 치솟는 물가로 직장인의 주머니 사정도 예전 같지 않다. 출근길 든든한 아침밥을 대신하는 것은 1000원짜리 토스트나 김밥과 떡이다. 기자 역시 정신없이 집을 빠져나와 쓰린 공복을 달래는 것은 환승역에서 사먹는 1000원짜리 떡이다. 떡의 재료나 질은 뒷전이고 1000원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대개의 직장인들이 1000원을 크게 웃돌지 않는 간단한 음식으로 아침을 때우는 것이 이젠 예사다.
점심 풍속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6000원을 넘어선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체인점 도시락이 주식이 된 직장인들도 많다. 짠돌이 정신이 서민들 머릿속에 박힌 지 오래다.
그들에게 먹는 즐거움마저 빼앗아간 정부의 경제관리 능력 부재가 원망스러울 법도 하다. 아예 의욕상실에 걸린 이들은 정부를 향해 손가락질 할 힘마저 잃어 버렸다. 이들에겐 위정자들이 선거철이면 의례히 내놓는 선심성 공약 말고, 차라리 밥값 안정화 대책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설지도 모르겠다.
한 끼 밥값 걱정에 좀스러워지는 서민들에게 밥값걱정 안하도록 하는 것. 폐휴지 말고는 마땅히 생계유지 방안이 없는 극빈층에게 일자리와 먹거리를 주는 것이야말로 위정자들이 베풀 수 있는 진정한 선정이 될 듯하다. 지금처럼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이 더욱 소중해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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