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美 환율조작국 지정 피했다

4차례 연속 '관찰대상국' 분류<br>"불씨 여전히 살아있어"

유승열

ysy@sateconomy.co.kr | 2017-10-18 16:19:40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미국 재무부가 18일(한국시간) 발표한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최근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에 이어 환율조작국 지정까지 제외되면서 중국의 사드보복 파장,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 등으로 벼랑끝으로 몰리던 우리나라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만과 달리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어서 환율조작국 추후 지정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한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3가지 중 2개만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 ▲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 GDP 대비 순매수 비중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 등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본다.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2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5.7%로 2가지 요건을 만족했지만 GDP 대비 순매수 비중이 0.3%로 기준을 밑돌아 환율조작국 지정을 면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반기별로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작년 4월 처음으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뒤 작년 10월, 올해 4월과 10월 등 빠짐없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 강력한 수준의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 환율조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금융지원을 금지하고 환율조작국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을 막는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환율조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무역협정을 맺을 때 환율조작국의 통화가치 저평가, 경상수지 흑자 시정 노력 등을 연계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조치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혹시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공을 들여 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2017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면담을 하고 "한국은 기본적으로 환율을 시장에 맡겨 두고 있으며 조작은 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이 여전히 한국을 관찰대상국 지위에 올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관찰대상국 지위는 미국이 해당국의 환율 관리를 주시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해당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4월 환율보고서 발표 때 처음으로 이 범주가 만들어진 뒤로 한국은 매번 빠짐없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 외에도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가 관찰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하게 내세워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완화하면 현재 관찰대상국인 국가들 위주로 환율조작국 지정 칼날을 피하기 힘들 수 있다.


미국이 결국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견제하려는 국가는 중국인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초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면 기존 기준을 완화하거나 새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 대만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우선 지정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환율보고서에서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한 점도 한국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이 급격해지면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 차원에서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하는데, 미국의 환율 압박 때문에 시장 개입에 소극적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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