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PPL시장에 뿌리내린 천박한 ‘자본논리’

“수백억대 성장 속 시청자 주권은 뒷전”

이완재

puryeon@naver.com | 2011-09-28 14:25:29

[이완재의 경제별곡] 요즘 TV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특정회사의 자동차나 음식이 유난히 눈에 띈다. 화면에 언뜻언뜻 지나치는 광고는 시청자들에게 퍽 인상적으로 반응한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상의 간접광고인 PPL 노출장면이다. PPL이란 ‘Product Placement’의 약자로 흔히 제품간접광고를 일컫는다. 주로 협찬이라는 이름으로 비용을 받지 않고 소품으로 제공하거나 비용을 제작자에게 주고 간접광고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후자의 경우를 PPL이라고 한다. 넓은 의미에선 영화, TV드라마, 뮤직비디오 속에 기업의 제품을 소품이나 배경으로 등장시켜 소비자들에게 의식, 무의식적으로 자사 제품을 광고하는 행위를 뜻한다.


방송가의 PPL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올 8월까지 PPL 수입액이 127억원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와 비교 세배나 늘어난 액수다. 한국관광공사가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 소속 심재철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방송사들의 간접광고건수는 906건으로 광고수입액만 12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76건(47억원)과 비교할 때 세배 이상 늘어나 결과다. 단순히 수입액만 이 정도니 관련 기업이 얻는 광고효과나 연관산업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PPL시장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PPL시장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뚜렷하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방송사별로는 MBC가 올해 516회(81억원)로 가장 많은 돈을 벌여들였고, 그 뒤를 이어 SBS(297회), KBS(93회) 순이었다. 민영 상업방송인 MBC나 SBS가 국영방송인 KBS를 앞선 수치다. 상품별로는 지난해에는 네이버, 올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3D TV가 가장 많았다. 주로 대기업들이 PPL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제는 방송사들이 날로 커지는 PPL시장에서 자사의 배만 불리고 소비자인 시청자들의 주권은 뒷전이라는데 있다. 당장 방송사마다 PPL시장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인식하고 무분별하게 활용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을 무시한 채 제한된 횟수 이상의 광고를 내보내며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오락·교양 프로그램 등에 한해 방송 시간의 5% 이내, 전체 화면 크기의 4분의 1 이내에서 간접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어기고 상품을 과다노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처럼 지나친 상품노출로 극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험이 많다. 일부 드라마는 노골적인 노출로 광고인지 드라마인지 모를 불쾌감까지 준다. 광고주인 기업들간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국영방송인 KBS마저 이 PPL시장에 팔을 걷어붙인다면 상황은 더욱 점입가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심재철 의원은 원인을 일부 PD들이 광고주나 방송사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벌이는 무리수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상업화로 내몰린 방송드라마에 별수 없이 천박한 자본논리가 뿌리내린 것이다.


뚜렷한 해결방법은 없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지금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PPL에 대해 감독해야 할 것이다. 광고주인 기업이나, 방송사는 과유불급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뭐든 적당한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돈에 눈먼 나머지 물량공세로 쏟아붓는 광고는 소비자들에겐 오히려 거부감을 낳을 공산이 크다. 광고주 방송사 모두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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