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컨트롤타워 부활?…8년전 모습 반복되나

권오현 부회장 사임 결정 후 '리더 공백' 심각…'컨트롤타워' 필요성 제기<br>2008년 '비자금 특검' 후 전략기획실 해체…2년 뒤 미래전략실 부활

여용준

dd0930@sateconomy.co.kr | 2017-10-17 14:49:07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년전 ‘삼성특검’ 이후 해체됐던 전략기획실이 2년만에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것과 닮은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권오현 부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후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된 가운데 계열사 간의 업무를 조정할 조직의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 후 권 부회장이 총수 대행을 맡아 대외업무를 이끌었으나 권 부회장마저 물러나면서 삼성의 ‘리더 공백’은 더욱 커지게 됐기 때문이다.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권 부회장의 총수 대행 역할은 대표이사 3인방 중 1명인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라고 전한 만큼 올 연말 ‘세대교체’를 알리는 대대적인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3년간 사장단 인사를 최소화 한 만큼 세대교체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새롭게 마련될 미니 컨트롤타워가 전자계열 업무와 인사 업무만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가 진행되면서 그룹의 사령탑 문제에 대한 고민도 큰 틀에 깊이 있게 이뤄지지 않겠느냐. 현재로썬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컨트롤타워의 부활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되면서 경영혁신안을 통해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만큼 여론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에도 경영 쇄신안을 통해 전략기획실을 해체했다가 미래전략실로 부활한 만큼 비슷한 사례를 반복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은 불법 비자금 조성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등 혐의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 등 관련자들은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22일 자신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과 전략기획실의 해체 등 내용을 담은 경영 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전무 등은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수빈 당시 삼성생명 회장이 총수 대행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2년 6개월 뒤인 2010년 12월,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김순택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을 맡았으며 장충기·이상훈 사장, 정유성 부사장, 전용배·김명수·이용호 전무가 각 팀장을 맡았다. 준법경영실장은 김상균 사장이 맡았다.


당시 경제관련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미래전략실에 대해 ‘비정상적인 기구’라고 비난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미래전략실은 유일하게 법적책임을 지는 계열사 사장들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그룹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잘못된 경영행위에 대해 계열사 사장들이 법적 책임을 지는 아주 모순된 지배구조”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이전 상태로 완전히 회귀했다”고 전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생길 경우 미래전략실과는 차별화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됐던 대관 업무 같은 기능은 아예 사라지거나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 여론 등을 고려할 때 ‘미전실 시즌2’나 ‘사장단협의회 2.0’을 만드는 식의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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