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vs김승연회장
한운식
WOOLSEY1@paran.com | 2007-05-11 00:00:00
5월 한국 영화가 숨을 죽인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3’가 극장가를 후끈 달구고 있다.
화려한 액션에다 최첨단의 컴퓨터 그래픽(CG), 거기에 ‘흥행코드’를 맞춘 내러티브 구조까지…말 그대로 완벽하다.
2000개 스크린 중 800개를 도배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파이더맨3’를 보기위해 몰려들고 있으며 심지어 아줌마 부대까지 떼를 지어 극장을 찾고 있다.
영화 속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피터 파커는 “나는 누구일까(Who am I)"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초능력이 그를 때로는 ‘악(惡)’의 구렁텅이로 유혹하기도 한다. 그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내면의 욕망이 있다는 얘기다. 남에게 우쭐대고 초능력을 이용해 얻고자 하는 것을 쉽게 취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
하지만 그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끝내 깨우친다. 그가 가진 초능력을 그가 속한 세상에 맞게 써야한 ‘선(善)’이 된다는 것이다.
‘스파이더맨3’은 최근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김 회장이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 “내가 한일이 무척 후회스럽다”는 취지의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그룹회장이 아닌 ‘자연인(自然人)’ 김승연으로서 아들의 피투성이 모습을 보고 일으킨 우발적 사건에 대해 후회라고 믿고 싶다.
아직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들이 누군가로부터 두들겨 맞아 눈두덩이가 찢어진 모습에 분노한 그를 모든 아버지와 똑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의 처참한 모습에 치가 떨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그는 거대재벌 한화그룹의 회장이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공인(公人)’인 것이다. 그가 자연인만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왔던 것.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마녀 사냥’식의 지탄이 그에게 쏟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회장이 자신의 힘을 힘껏 과시하듯 보복 폭행을 했다는 것은 영화 속 주인공이 초능력을 엉뚱한 데 사용했다는 것과 진배없다.
공교롭게도 김 회장 사건이 영화 스파이더맨 흥행의 양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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