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삼성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 '차명계좌' 폭로
장해리
healee81@naver.com | 2007-11-06 10:12:09
본인도 조회 못하는 계좌, 50억 이상 현금. 주식 있어
삼성 "비자금 관리 사실 무근"…개인간의 돈 거래일 뿐
김 변호사 "'떡값 리스트' 공개" 예정. 사제단, 검찰수사 요구
"내 명의 계좌에 50억원 들어있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이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불법비자금을 조성, 관리해 왔다"며 양심선언을 했다.
비자금 정황 증거물까지 제시한 김 변호사는 '관리의 삼성'이라고 부릴 만큼 철저한 임직원 관리를 해온 삼성그룹의 전직 핵심 수뇌부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창사 이래 최초의 내부자 고백이자 폭로인 셈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지시사항 등이 적힌 삼성그룹의 로비 창구 회의 문건 등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혀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삼성그룹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한 진위여부를 밝히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내 명의 계좌, 조회도 못해
지난달 29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하 사제단)은 "김용철 변호사가 본인도 모르게 본인 명의의 계좌에 50억원대의 현금과 주식이 들어있었다고 고백했다"며 "입사 때 제출한 주민등록증 복사복과 자기들이 임의로 만든 도장을 이용해 김 변호사의 동의 없이 신규 통장을 개설하고 해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가 물증으로 제시한 삼성 비자금 의혹 계좌 등을 공개하며 이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을 포함한 삼성 그룹 비자금 전모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김 변호사가 제시한 물증은 은행계좌 3개와 증권계좌 1개, 그리고 그에 따른 이자소득명세서.
이날 사제단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첫 번째 물증은 삼성 본관 2층에 위치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미확인 계좌다.
김 변호사의 2006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납부 실적을 보면 이 계좌에서 1억8000여만원의 이자 소득이 발생했고 그에 따른 소득세는 2500여만원에 이르렀다.
이를 정기예금으로 간주하고 연 이율을 4.5%로 계산하면 예금액은 5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가 지난달 19일 우리은행 모 지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계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보안계좌로 분류돼 계좌 번호는 조회가 불가능했다"며 "같은 달 24일 우리은행 다른 지점을 통해 다시 계좌 조회를 했을 때는 계좌 존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처음 계좌 조회했을 때 삼성 쪽에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물증 역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1XXX-3XX-72XXXX' 계좌.
지난 2004년 8월26일에 개설해 같은 해 12월7일 해지됐으며, 이 역시 지난달 19일 은행측에 확인했을 때 계좌의 존재를 확인해줬으나 조회는 불가능했다. 이후 24일 두 번째 확인 요청했을 땐 이 계좌의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세 번째 물증 또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계좌(1XXX-6XX-11XXXX). 지난 8월27일 개설돼 17억원이 입금된 뒤 바로 다음 날인 28일 삼성국공채신 매수 자금으로 인출됐다.
마지막 물증은 신한굿모닝증권 도곡지점 '01X-01-112XXX' 계좌. 지난 2004년 10월28일 시 삼성전자 주식 6071주(당시 시가 26억9820만4500원)가 확인됐으며 이 계좌에 잠시 보관했다가 인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제단은 "삼성은 계열사 사장단과 재무담당 임원, 전략기획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 사법, 행정부는 물론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 지도층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로비 행각을 지속해 왔다"며 삼성그룹이 운용하고 있는 비자금 규모가 최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자금은 각 계열사에서 갹출하고 있으며 심지어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일정 금액을 할당해 비자금을 조성, 각 계열사가 저상적인 경영과 회계 처리가 어려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성된 비자금은 '떡값'이라는 이름 아래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정치인, 판검사, 정부 고위 관리, 언론인 등 사회 지도층 전반에 불법자금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밖에 현금, 골프 접대, 상품권, 호텔할인권, 고급포도주 같은 고가상품 등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와 사제단은 검찰수사 여부와 삼성측의 태도 등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삼성그룹의 분식회계 의혹과 검찰, 재경부, 국세청 등 관계 기관에 대한 로비 의혹 등을 추가로 폭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 "사실 무근…음해성 발언"
하지만 삼성그룹측은 비자금 조성용 차명계좌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해당 계좌의 돈은 삼성과 관계없는 개인 돈이라며 "내부 조사 결과 김 변호사 차명계좌에 50억원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나 다른 개인의 돈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삼성측에 따르면 김 변호사 재직 당시 재무팀 임원인 동료의 부탁을 받고 삼성전자 주식을 운용해 돈을 불리는 과정에서 합의하에 대학 동문인 김 변호사의 계좌를 이용했고 김 변호사 동료는 이 계좌로 한 재력가의 돈을 위탁받아 관리해왔다.
결국 김 변호사가 삼성그룹과 무관한 개인 간의 거래를 비자금이라고 왜곡했다는 것.
삼성은 김 변호사가 삼성에 7년 동안 근무하면서 연봉, 성과급, 스톡옵션 등으로 102억원을 받았고 퇴직한 후에도 올해 9월까지 3년 동안 퇴직 임원 예우 차원에서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200만원씩 지급받았다며 "퇴사 후 3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전 직장을 음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이 돈의 실제 주인이나 성격이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본다"며 "김 변호사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비자금 의혹투성이
그러나 이러한 삼성측의 해명에도 여러 가지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자금 계좌 중 3개나 공개된 우리은행의 불확실한 태도가 문제시 되고 있다.
김 변호사가 비자금 조성을 위한 계좌라고 주장하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계좌들은 보안계좌로써 안전장치를 걸어 놓은 상태. 또한 본인 동의 없는 차명 계좌를 만들 수 없으며 위임장을 발급받은 대리인만 개설할 수 있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어떻게 계좌가 개설됐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저희가 지금 답변해 줄 수 없다"며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본인 동의 없이 계좌를 개설한 행위는 형법상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며, 형법 제231조에 사문서 위.변조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라는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우리은행의 책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측의 해명에 김 변호사는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상식에 어긋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개인적인 일이라면 재무팀 직원이 찾아온다는 게 말이 되냐"며 삼성전략기획실 직원이 직접 찾아와 50억원이 들어있는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세 2500만원에 대한 세금대납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재벌그룹 재무팀 임원이 제3자의 재산을 그것도 본인이 아닌 다른 임원의 계좌를 통해 관리했다는 해명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개인적인 거래인데다 드러나면 처벌받는 불법행위를 재무팀 임원이 할 리는 없다"며 "하루사이에 거액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을 개인적인 재테크로 보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떡값 리스트까지…"진상 밝혀라"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 재직 시절 이른바 '떡값 검사'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추가로 폭로하면서 삼성 비자금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현직 대법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똥이 법원까지 튈 것으로 보인다.
이 리스트에는 서울중앙지검 부장 검사급 전현직 40여명이 들어있고 이들에게 직급에 따라 한 번에 500만원에서 1000만원씩 정기적으로 건넸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법조계를 담당했고 다른 임원들도 각자 자기 분야에 맞게 학연, 지연 등 거절할 수 없는 인연으로 정치권과 국세청, 언론사같이 영향력 있는 곳에 전방위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자기 돈을 주는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 익숙해지면 회장님 돈이라고 밝힌다"며 "대부분 처음엔 거절하지만 현금인데다 삼성 돈을 받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결국 받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참여연대 등은 하루빨리 검찰수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노회찬 의원은 사제단이 삼성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검사들의 명단을 가지고 있다며 법무부장관이 직접 감찰권을 발동해 '떡값' 리스트를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삼성이 주니어검사들로부터 고위검사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떡값로비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법무부장관이 먼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삼성비자금 수사를 개시하고 주범인 이건희 회장을 당장 소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또한 이번 의혹 제기에 대해 삼성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사건의 진상을 공개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이송희 간사는 "삼성그룹의 전직 임원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에서 비롯된 의혹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의 내부 임원을 희생양 삼아 사건의 진상을 덮고 넘어가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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