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를 잡아라"…은행들은 지금 '기업영업 전쟁중'
안정적 예금유치, 고객확보 유리
유승열
magicysy1@daum.net | 2017-07-19 09:19:34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시중은행이 기관 고객 유치를 놓고 영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기관의 주거래 은행이나 지자체 금고 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많게는 수십만명의 고객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초 KB국민은행은 2012년부터 5년간 신한은행이 맡았던 경찰공무원대출 협약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민은행이 대출 협약을 따내게 되면 14만명에 이르는 경찰 공무원 신용대출과 복지카드 사업을 독점적으로 맡게 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기관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초에는 NH농협은행과 전북은행이 맡았던 전라북도 군산시 지자체 금고 사업에서 전북은행 대신 들어갔고, KEB하나은행이 독점하던 한국교육개발원의 주거래 은행 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에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나 전남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의 주거래 은행에 끼어들거나 다른 은행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영업권을 가져왔다.
신한은행은 올해 국민은행을 제치고 우리은행, 하나은행과 함께 인천국제공항공사 제2 여객터미널의 은행·환전소 사업자를 차지했다. 또 농협은행과 경기도 어린이집 회계관리 선진화 사업을 유치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이 맡던 인제대학교와 백석대학교의 주거래 은행 자리를 뺏어왔다.
KEB하나은행도 지난해와 올해 IBK기업은행이 갖고 있던 중소기업청 연구개발(R&D) 사업화 전담은행과 한국폴리텍 대학의 주거래 은행 자리를 가져왔으며, 농협은행에서 건설근로공제회 주거래 은행 자리를 뺏어왔다.
각종 공과금이나 지방세·국세 등을 받는 가상계좌 서비스 영업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가상계좌로 받은 자금은 의뢰 기관에 넘기기 전에 일시적으로 은행에 유치되는 데 이자를 주지 않아도 돼 '저원가성 수익'으로 분류된다.
개별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건당 300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도 생기기도 한다.
이같은 은행들의 영업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대전·강원·충북·충남 등 4개 광역자치단체의 금고 계약이 만료돼 새로 선정해야 하며 약 50여곳의 기초 지자체도 금고 교체를 앞두고 있다.
금고 업무는 은행에게 있어 4~5년간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지자체와 각종 업무 협력을 강화할 기회도 생긴다.
때문에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나 기관의 주거래 은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과도한 인센티브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국민은행은 경찰 공무원 대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최저 연 1.9%의 대출 금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은행들도 비슷하다. 금고나 기관의 주거래 은행이 되기 위해 금리 우대는 물론 해당 기관에 각종 출연금이나 기부금을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지난해 대학과 병원,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 낸 출연금과 기부금은 총 2095억원이다.
이에 시민단체에서는 은행이 고객에게 저금리로 유치한 돈으로 영업을 위해 수천억원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국내 시장은 한정돼 있다 보니 기관 유치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며 "이런 영업 경쟁이 일반 소비자의 각종 수수료나 대출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