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핵심 빠진 제약 리베이트 해법

이경화

icekhl@sateconomy.co.kr | 2017-07-18 14:35:31



▲ <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사정당국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 대부분은 내부 고발에서 비롯됐다. 제약사와 병·의원 간 불법 리베이트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내부고발 시스템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리베이트가 판치는 사회에서 약을 팔아야 하는 제약사는 을(乙)이고 처방독점권을 쥔 의사는 갑(甲)이 된다. 약사법에 따라 전문의약품의 광고 자체가 불가능하다보니 제약사들은 판매 전략의 일환으로 리베이트·접대로 생존경쟁에 열중했다.


리베이트는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주범이므로 이를 없애는 데엔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해법은 다르다. 제약업계는 자정노력을, 정부는 약가연동제(리베이트로 적발된 보험약의 약가를 최대 20% 인하)로 제약사 돈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자정노력은 제네릭(복제약) 경쟁으로 매번 실패하기 일쑤고 수익성 악화는 산업의 경쟁력 기반을 붕괴시킨다. 정부가 쌍벌제(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투아웃제(두 번 이상 리베이트 적발 시 보험급여서 퇴출)라는 초강력 대책을 밀어붙이자 오히려 리베이트는 음성적으로 만연해가고 있다.


제약사들은 의사에게 병원 인테리어 공사·의료기기 장비·병원 홍보비용을 대납해준다. 자녀 유학비부터 여행비, 사치품 선물, 월세 납부 등 그들의 일상까지 파고들었다. 교육용 동영상을 촬영한 다음 강의료 명목으로 의사에게 돈을 반환하는 것도 리베이트라 할 여지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제네릭 중심의 중소제약사들은 대형제약사들의 손발이 묶인 사이 리베이트를 강행하다가 내부에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 퇴출위기에 내몰린다. 제네릭의 특성상 약 성분에 큰 차이가 없고 당장 영업 외에 마땅한 판로 확보가 힘든 탓에 극단의 수단을 택한 것이다.


제약분야는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돼 있고 미래 먹거리산업인 만큼 시장 논리를 넘어선 신중한 요소를 적용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윤리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경쟁이 가능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볼 일이다.


리베이트를 근절코자 하는 정부 의지와 방법에는 일견 찬성하지만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 제약사가 자유롭게 영업하고 그 이익으로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건 오로지 정부 재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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