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가격파괴' 선언…유통시장 변할까?

최대 40% 저렴한 PL상품 강화…제조업체 "출혈경쟁 불가피"

장해리

healee81@naver.com | 2007-10-22 09:14:50

▲ 이마트 PL콜라
전국 매장서 3000개 PL상품 동시 출시
경쟁사들, 시장 반응 촉각…공정위도 주시

신세계 이마트가 '가격 혁명' 시나리오로 밝힌 자사 브랜드 위주의 상품 운영 전략이 경쟁업체와 제조업체들이 술렁이고 있다.


국내 최대의 유통망을 갖춘 이마트는 상품 운용에서 자체 브랜드(Private Label. 이하 PL) 상품을 대폭 늘리면서 가격도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보다 최대 40%까지 낮추고, 외국으로부터의 상품 직도입을 늘리며 농수축산물의 산지 직거래를 확대하는 등 유통 구조를 혁신하기로 했다.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기자간담회를 통해 "브랜드 중심의 상품 운영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 값싸고 품질 좋은 자체 브랜드 상품을 계속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이마트만의 독자적인 상품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이 같은 방침에 경쟁업체와 제조업체들을 당장은 큰 타격을 받을 않을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동시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기존의 PL상품과 경쟁을 벌였던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PL상품 중심으로 가격 주도한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16일 기존 NB(National Brand, 제조업체 브랜드) 중심에서 PL 중심의 상품 운영 전략으로 변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9.7%(9200억원)를 차지했던 PL상품을 2010년에는 23%인 2조4000억원으로 늘리고, 2017년에는 최대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우선 지난 18일부터 전국 107개 점포에서 과일, 야채, 가전,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두 6가지 자체 브랜드 3000여 상품들을 선보였다. 동급 품질의 기존 제품에 비해 20~40% 싼 제품을 자체 개발하겠다는 것이 큰 특징.


실제로 베스트셀렉트(BEST SELECT) 상품인 '잘 익은 양조간장'은 동급 수준인 '샘표간장 701S'와 비교시 가격은 20.7% 저렴하면서 간장의 맛과 향기를 결정짓는 질소함유량에 있어서도 1.8대 1.7로 우수하다.
이마트 상품인 '콜라'의 경우에도 월마트의 콜라PL에 원액을 납품하고 있는 COTT사의원액을 사용해 '코카콜라'의 맛에 뒤지지 않으며 가격 역시 47% 저렴하다.


이 상품들은 기존 브랜드 상품들과 나란히 진영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히고, 더 나아가 국내 시장의 전체적인 상품가격 하향을 유도할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격만 저렴하고 품질이 엉망이라면 소비자들은 외면하게 된다. 따라서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구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기존 협력회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PL상품 개발 외에도 계약 제조회사, PL전문협력회사 등을 집중 육성하고 '우수중소기업 상품 박람회를 통해 대상업체를 1000여 업체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경상 대표는 "자체 브랜드 강화에 이어 해외 아웃소싱을 강화해 제2의 가격혁명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국외 납품업체로부터 곧바로 공급받는 물량을 현재 연간 1000억원선에서 2010년에는 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마트가 '가격 혁명' 시나리오를 통해 향후 상품 유통 구조의 주도권을 제조업체들로부터 완전히 넘겨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제조업계 "출혈경쟁하게 될 것"


이마트의 가격 혁명 선언에 경쟁업체와 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면서 생활용품이나 식음료업체 쪽은 이마트의 방침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 상품을 시장 1위 상품과 나란히 진열하는 등 마케팅에 따라 제조업체 브랜드의 매출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제조업체로서는 매출 만회를 위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도 "이마트의 PL브랜드로 살아남든지 아니면 이마트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가뜩이나 소비경기 침체로 이익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식품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 업체들의 시선도 복잡하긴 마찬가지.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들도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상품 전략 변화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즉각적인 가격 혁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PL상품 확대는 이미 업체들 사이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싸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며, 제품군에 대해 가격으로 승부할지 품질로 승부할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측은 일반생활용품업체 등 제조업체들의 반발은 이미 예상하고 있는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국내 브랜드들과 동반자적인 관계지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 PL상품을 확대해야 하는 만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의 가격 혁명 선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8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신세계 이마트의 가격파괴 선언에 대해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라며 "그러나 제조업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거나 중소 유통업체에 피해가 가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형마트가 값을 싸게 공급하면 소비자에게는 좋은 것이지만, 이로 인해 제조업체에게 생길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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