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최태원 과감한 투자…5년만에 글로벌 반도체기업 오른 SK
2011년 하이닉스 인수 후 과감한 투자…도시바 품고 낸드플래시 '약점 보강'<br>LG실트론 등 반도체 소재산업 진출하면서 '수직 계열화' 이룩<br>반도체 '슈퍼 사이클' 타고 실적 고공행진…향후 그룹 먹거리 발판
여용준
dd0930@sateconomy.co.kr | 2017-09-21 12:21:2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도시바메모리 부문 인수에 성공하면서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2012년 SK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후 5년여만에 이룩한 쾌거다. 여기에는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투자가 있었다는게 업계 평가다.
21일 주요 일본 언론들은 도시바가 메모리반도체 부문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정식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 연합의 인수총액은 약 2조4000억엔(약 24조원)으로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는 물론 미국 애플, 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케이신문은 한미일연합의 지분 구조를 의결권 기준으로 베인캐피털 측이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 10.1%라고 전했다. 일본 측 지분율이 50.1%로 과반인 셈이다.
출자를 검토하는 일본기업으로는 광학기기 기업인 호야(HOYA)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전환사채(CB)를 통한 출자로 향후 의결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지분율은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업이 또 다른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면서 앞으로 진행될 각국 반독점 당국의 심사에서 논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로서는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일정 부분 경영에 관여하며 도시바와 기술 협력 등을 모색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한 셈이다.
특히 도시바 인수전 당시에도 최 회장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며 결연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재벌 회장들에 대한 출국금지가 이어지다 이것이 해제된 후 곧장 도시바 사업을 챙긴 것이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서 낸드플래시 부문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기게 됐다.
지난 2분기 낸드플래시 부문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1%로 독보적인 1위를 지켰고 그 뒤를 도시바(16.1%), 웨스턴디지털(15.8%), 마이크론(11.6%) 등이 이어갔다. SK하이닉스는 10.6% 점유율로 5위를 지켰다. D램 시장에서 26.8%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지킨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한미일 컨소시엄이 도시바를 품어도 당장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2위로 뛰어오르진 않지만 양사의 전략적 제휴가 이뤄지면서 SK하이닉스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지 불과 5년여만에 글로벌 시장을 위협할만한 공룡으로 성장한 것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인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지난 2010년 최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약 1년여동안 이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2011년 SK그룹 이사회에 하이닉스를 인수하자고 제안했지만 이사진들은 이를 반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계열사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와중에 수조원대 인수합병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 회장은 SK텔레콤을 통해 하이닉스 인수를 발표한 뒤 3조4267억원에 단독 입찰을 하면서 하이닉스를 품에 안게 된다. 이후 사명 역시 SK하이닉스로 변경하게 된다.
이후 4조원이 넘는 과감한 시설 투자를 강행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육성한 끝에 201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이후 승승가도를 달리게 됐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경기도 이천의 공장 M14 준공식에 참석해 “2024년까지 46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SK는 올해 초 반도체용 웨이퍼(기판) 전문 기업인 LG실트론을 인수해 반도체 부문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된다. SK는 지난 1월 23일 LG가 가진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했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제조·판매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 기업으로 300㎜웨이퍼 분야에서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SK는 LG실트론 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 사업에 연이어 진출하며 재료부터 생산까지 그룹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지난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OCI머리티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삼불화질소(NF3) 세계 1위 업체인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산업용가스 제조사인 SK에어가스를 인수하고 합작법인인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를 설립하는 등 반도체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의 지난해 매출은 46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투자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 6조6923억원, 영업이익 3조5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6.4%,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8%가 올랐으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3.6%,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3.7%가 올랐다.
이밖에 영업이익률은 무려 46%로 전분기 39%보다 7%p 상승한 것은 물론 역대 최고 기록인 2004년의 40%보다도 6%p 높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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