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잡아라’…강남 흔드는 ‘後분양’
규제 피하고 이익 극대화…강남 재건축, 후분양 봇물<br>지방‧중견 건설사 ‘그림에 떡’…강남권에 제한적일 듯<br>미분양시 건설사 재무구조 악화…수요자 ‘가격상승’ 부담
민철
minc0716@sateconomy.co.kr | 2017-09-20 15:14:38
[토요경제=민철 기자]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후(後)분양 바람이 일고 있다. 후분양이란 건설사가 주택을 80% 이상 지은 후 입주자를 모집 하는 제도다. 이러한 움직임은 8‧2 부동산 대책 후속으로 시행 예고된 분양가상한제와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재건축의 경우 후분양제로 전환하면 선분양보다 분양가를 높일 수 있어 조합원들의 이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후분양제는 건설사와 조합원 모두 규제를 피하는 동시에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평가된다.
하지만 실수요가 적은 지방이나, 대형건설에 비해 자금력이 약한 중견 건설사들에게는 후분양은 그림에 떡이다. 따라서 이번 후분양 바람은 강남 재건축 지역에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가장 먼저 후분양제를 들고 나온 대우건설이 조합으로 최종 승인을 받은 것도 부동산 규제 흐름과 무관치 않다. 분양가상한제 도입,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인하 압력 등으로 재건축조합이 원하는 분양가를 책정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원에게 많은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선분양이 아니라 적당한 시점으로 분양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조합원들에게 호응을 얻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공사 입찰 제안서를 마감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도 마찬가지로 후분양이 제안됐다. 2파전을 벌이고 있는 GS건설과 현대건설 모두 조합에 후분양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124주구는 강남 재건축의 핵심 지역이다.
현대건설이 ‘일반분양 안심 플랜(계획)’이라는 항목에서 최적 분양시기를 결정할 때 ‘분양시장 상황에 따른 탄력 적용(선 혹은 후분양 선택)’이라고 명기했고 GS건설도 후분양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강남의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강남권 단지들에 발생했던 미분양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도 후분양제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선분양은 착공 단계에서 미리 분양하고 후분양은 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지은 뒤 분양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는 HUG의 주택보증을 받은 뒤 계약자를 모으는 선분양으로 공사비 부담을 줄인다. 건설사는 주택 건설 자금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수요자는 현재 가격으로 주택을 장만할 수 있고, 공사기간 동안 집값을 나눠 내 주택 구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물론 공급과잉과 부실시공, 분양권 전매시장 과열 등 단점도 상존한다.
후분양제는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됐을 때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단기간 차익이 생기기 쉽지 않아 주택 투기 가능성이 낮고 입주가 임박해 구입하다 보니 하자 여부, 인테리어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후분양 단지는 입주와 동시에 잔금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은행융자에 대한 이자비용 부담이 높다. 또한 시공 시점의 분양가가 아닌 시공 후 2,3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선분양보다 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첢 후분양제는 수주 경쟁이 치열한 일부 인기 주거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강남에 대한 수요가 지금처럼 뜨겁다면야 문제가 없지만, 만약에 상황이 바뀌어서 미분양이라도 나온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측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후분양을 강제화하려는 입법 시도도 나온다. 경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지면서 경기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후분양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월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은 건설사가 80%이상 주택을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하도록 하는 '주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같은 당 정동영 의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추가로 '사전입주 예약제'를 도입해 선분양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2년간 오르는 집값을 건설사가 분양가에 반영할 것이기 때문에 실수요자에겐 불리할 수 있다”면서 “건설사도 후분양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구조로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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