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증명’, 약인가 독인가?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27)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2-01 14:43:32
Q.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만, 제 고향은 지방입니다.
조만간에 직장을 퇴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직장이야 퇴직하면 되지만, 문제는 지금 살고 있는 집입니다.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그 돈을 종자돈 삼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인데요.
여기서 한 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보증금을 돌려받고 이 집에서 나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려면 집주인에게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게 맞지만, 자칫 집주인과의 사이가 악화되지 않을까 두려워지는군요. 지금까진 별 문제 없이, 사이좋게 잘 지내왔었거든요.
내용증명우편, 보내는 게 좋을까요, 보내지 않는 게 나을까요? (안진훈(45)ㆍ직장인)
A. 요즈음은 내용증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는 추세이고, 일부 임대인들은 ‘의사 표시를 명확히 해줘서 고맙다’며 오히려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임대인들이 여전히 내용증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요. 구두 통지보다는 서로간의 의사표시를 문서를 통해 확실히 표현하려는 것이 본래 취지인데, 상대방이 이를 법적인 ‘선전포고’로 받아들인다면, 이 내용증명은 서로에게 ‘약’이 아닌 ‘독’이 될 것입니다. 안진훈 님도 이런 점을 고민하고 계신 것이겠지요.
굳이 찾으신다면 내용증명 외에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중개업자의 중개의뢰 접수대장이 증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중개업자는 실무상 임대인에게 임대료 등 임대조건을, 임차인에게는 이사 예정일을 확인해야 하는데, 따라서 중개인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해지통보를 제3자의 입장에서 확인하는 셈이 되는 것이지요.
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용증명보다는 아무래도 거부감이 덜할 것이고, 발신 메시지를 보관하면 약하게나마 증거가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막상 분쟁이 발생하면, 이런 증거들은 아무래도 힘이 약합니다. 역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용증명입니다. 따라서 금액이 크고 분쟁이 예견되는 경우라면 내용증명을 보내는 편이 낫지요.
다만, 상대방과의 감정 다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화로 미리 계약해지 통보를 하신 다음, 내용증명을 보내겠다는 양해를 구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지요?
“오늘 전화로 나눈 얘기에 대해 혹시 서로 오해가 없도록 확인하는 편지를 하나 보내드리겠습니다. 만약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편지 내용도 전투적인(?) 내용보다는 간략하고 정중한 내용이 좋겠지요.
앞으로 내용증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부동산 계약 문화가 바뀌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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