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가전업계 '비상'
LG전자, 세탁기 이어 태양광까지 '이중고'…프리미엄 제품으로 극복<br>삼성전자, 세탁기 피해 크지 않을 듯…美 다음 타깃 '반도체' 우려
여용준
dd0930@sateconomy.co.kr | 2018-01-24 12:05:42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세탁기와 태양광 발전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기업들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정부 기관과 논의를 하고 대책 마련은 물론 피해를 최소화하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세이프가드 조치 내용에 따르면 삼성과 LG전자를 비롯한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서는 TRQ(저율관세할당)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선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2년차에는 각각 18%와 45%, 3년차에는 16%와 40%의 관세율을 적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11월 제시한 두 가지 권고안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을 택했다. 당시 ITC는 120만대 이하의 TRQ 물량에 적용할 관세율로 ‘0%’와 ‘연차별로 20%, 18%, 15%’를 제시했었다. TRQ 물량에 대한 3년차 관세율도 권고안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이밖에 세탁기 부품의 경우에도 첫해에는 5만 대분 초과 물량에 50%, 2년 차의 경우 7만 대분 초과 물량에 45%, 3년 차에는 9만 대분 초과 물량에 40%를 부과하도록 했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에 따라 삼성과 LG전자는 연 1조원의 매출 손실을 떠안게 됐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생활가전의 매출 비중이 큰 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으로 사상 두 번째 호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OLED TV와 생활가전의 상승세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여기에 태양광 제품까지 관세 폭탄을 맞게 돼 북미 시장에 이중고로 비상이 걸리게 됐다.
미국 측은 세탁기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도 1년 차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 단 2.5GW 기준으로 그 이하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또 첫 해 관세율이 ITC가 지난해 10월 권고한 최고 35%보다는 약간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미국에 연간 600~800MW의 태양광 제품을 수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가 예상한 범위 내라며 안심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수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로 미국 수출 물량의 10~30%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결국 최종 피해는 소비자가 볼 것”이라며 우려의 뜻을 전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비중이 워낙 큰데다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만큼 세탁기 세이프가드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62조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중 소비자가전(CE) 부문은 11조1300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 역시 전체 14조5300억원 중 4400억원에 불과하다. 4분기에도 이같은 비중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압박 다음 타깃이 반도체를 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ITC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대한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관세법 337조는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에 대해 ITC가 수입 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이번 조사는 미국 반도체 기업인 비트마이크로(BiTMICRO)가 지난 9일 이들 제품의 미국 수입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으며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비트마이크로는 ITC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중국의 레노버와 대만의 에이수스, 일본 바이오, 미국의 델, HP 등이 생산한 SSD와 D램 등 제품에 대해 주문 제한 및 중단 조치를 요청했다.
ITC는 아직 이번 사건의 쟁점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가운데 사건을 담당할 행정법 판사를 배정해 청문회 일정 등을 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담당 판사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점이 있는지 1차 결정을 내린 뒤 ITC에서 이를 검토한다. ITC는 조사에 착수한 지 45일 이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편 삼성과 LG전자는 이번 세탁기 세이프가드에 대해 적용 대상에서 빠진 대용량 프리미엄 세탁기의 생산을 확대해 시장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9인치 이상 세탁기, 한국으로 치면 22㎏ 용량 이상 제품은 세이프가드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들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공장의 가동 시기를 앞당겨 2020년까지 연간 1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계획보다 한두달 앞당겨 미국 뉴베리 공장의 준공식을 갖고 세탁기 생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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