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세 번 도전 끝에 ‘훨훨’ 날았다
대한민국, 11번째 ‘스페이스 클럽’ 가입
염유창
uwindow@nate.com | 2013-02-01 11:59:26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우주로 날아올랐다.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는 이륙 540초 후 위성분리에 성공해 우주궤도에 정상적으로 안착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나로과학위성과의 교신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3차 발사가 두 번이나 연기되면서 마지막 한 차례 남은 기회마저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딛고 결국 10년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는 영광을 얻었다.
◇ ‘피 말랐던’ 발사통제지휘소
“현재시각 15시30분. 발사대 온도 10.5도 바람은 초속 2.5m”
지난달 30일 오후 나로호 발사 30분 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지휘소(MDC)에는 적막이 흘렀다. 발사통제지휘소 내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 등 주요 내빈과 연구진 100여 명이 손에 땀을 쥐며 카운트다운을 기다렸다.
특히 두 번의 실패로 공황장애까지 호소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경우 헤드셋을 낀 채 데스크탑 모니터와 전면의 대형 스크린을 봐가며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고도의 업무 집중도를 보였다.
발사 15분을 앞둔 오후 3시45분. 모든 기기와 기상 상태, 주변 환경을 고려해 발사가 적합하다는 최종 판단이 내려졌고 드디어 나로호 발사 자동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발사통제지휘소 내 대형 스크린에는 발사대에 기립돼 있는 나로호가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하얀 액체산소를 조금씩 배출하고 있었다. 발사시각이 다가오면서 발사통제지휘소 내 관람석에서 누군가 “피가 마른다. 피가 말라”라는 말로 극도의 긴장감을 토해냈다.
발사 4분 전인 오후 3시 56분. 나로호 산화제를 공급하는 장치가 분리됐다. 곤두 선 온몸의 신경세포는 마지막 카운트다운 돌입으로 긴장감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10, 9, 8, 7, 6, 5, 4, 3, 2, 1, 0, 발사. 굉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을 내뿜으며 나로호가 우주를 향해 치솟기 시작했다. 50초 후 나로호가 순조롭게 음속돌파를 시작하고 페어링이 안정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확인되자 그때서야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어 위성이 무사히 분리됐다는 영상과 안내방송이 나오자 연구진들은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소리 없이 흘렸다.
이주호 장관과 러시아 우주청장은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했으며 김승조 항공우주연구원 원장과 연구진, 러시아 기술진도 악수로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했다. 윤웅섭 한국연구재단 거대과학단장은 “꿈만 같다. 실감이 나냐”며 감격스러움을 표현했다.
◇ 나로호 숨은 뒷얘기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을 비롯해 한국 연구진 6명은 지난달 30일 나로호 성공발사 후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을 만나 그 동안 마음 한 켠에 담아둬야만 했던 나로호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나로호 체계종합팀 조인현 박사는 “나로호가 과학기술 발전을 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던 만큼 잇단 실패에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며 “지금은 앓던 이가 빠지고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또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다”며 “성공하는 순간 너무 기뻐서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박수를 치며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당시를 상황을 전했다.
발사체 추진기관팀 임석희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빴다”며 “처음에는 러시아 연구진들과 일을 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과 문화 차이로 갈등 아닌 갈등을 겪었는데 나중에는 한국말과 러시아어로 따로따로 말해도 눈빛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며 전했다.
나로호 3차 발사가 2차례 연기되는 동안 북한이 로켓 발사에 성공했던 당시 심정도 솔직하게 얘기했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사실 지난해 말 이미 3차 발사 준비가 된 상태였지만 러시아 연구진들이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원했다”며 “우리 연구진들 뿐이었다면 서로 희생하면서 추진했을 텐데 이 때문에 일정을 연기한 것이 너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사람들은 공기도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1주일이 지난 뒤부터는 바다를 보는 것조차 싫었다”며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우울증에 시달린 연구원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 경제효과 최고 2조4000억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성공에 따른 경제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1조8000억~2조4000억원 수준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효과 중 발사체 개발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3629억원, 발사장 건설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533억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됐다. 발사체 개발에 따른 원산지 효과와 신인도 제고에 따른 제조업 전반 수출증가 효과는 8100억~1조3600억원일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브랜드 홍보효과와 이미지 개선으로 얻은 경제적 효과도 480억~895억원으로 추산됐다. 발사체 개발사업을 통한 연구개발(R&D) 인력양성효과도 4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은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에 투입할 3단형 우주발사체로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할 예정이다.
한국형발사체는 우주 개발의 실현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계 전체에 파급 효과도 큰 사업이다. 2009년 예비타당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은 2조955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1조3657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갖고 있다. 2만6834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 시민·누리꾼 환호
지난달 30일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3번의 시도 끝에 발사에 성공하자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나로호 발사 성공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이희진(28·여)씨는 “토종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실패 끝에 발사됐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출 수 없다”며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지훈(32)씨도 “실패를 딛고 끊임없이 도전해 결국 발사를 성공시킨 수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어려움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누리꾼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제히 축하의 글을 남겼다. 트위터 아이디 @at***는 “나로호의 성공적 발사를 축하한다. 우리들의 기대와 꿈을 담은 나로호는 순조롭게 날아갔다. 그간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과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아이디 @4ch***는 “삶은 좌절의 연속이다. 때로 넘어지고 실패한다. 하지만 오늘 광활한 우주로 향한 나로호를 봐라. 나로호는 넘어질지언정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나로과학위성의 임무는
나로과학위성은 300~1500㎞의 타원궤도를 그리며 지구를 103분에 한 바퀴씩, 1일 약 14바퀴를 돌면서 지구 주변의 전자밀도와 우주방사선량 측정 등 우주환경을 관측하게 된다.
무게는100㎏이고 크기는 763x1023x1167(㎜)로 반작용 휠, 펨토초 레이저 발진기, 적외선 센서, 태양전지판, 소형위성용 X대역 송신기, 태양전지판 전개용 힌지 등 국산우주기술을 탑재하고 있으며 3축 안정화 방식으로 운용된다.
주요 임무는 ▲위성의 궤도 진입 검증 ▲과학관측임무 ▲선행 우주기술 시험 등으로 지구주변 전자밀도 및 우주방사선량 등을 측정하며 펨토초 레이저, 반작용휠, 영상센서 등 국산화된 부품의 우주성능 검증의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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