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 이에리사 새누리당(비례대표) 의원
“‘정치인’보다 ‘체육계의 희망’으로 남고파”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1-25 17:22:27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한국 여자탁구 세계 제패. 사라예보에서 기적을 이루다”
1973년 4월 10일 국내 신문들은 대문짝만한 기사와 사진을 신문 1면에 장식했다.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한국 여자대표팀이 탁구 강국이었던 중국과 일본을 꺾고 19전 전승이라는 기적을 이뤄냈던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구기 종목에서는 처음으로 거둔 우승이었다. 당시 불과 19세였던 이에리사(새누리당ㆍ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한 여자대표팀 4명이 무게 2.7g의 작은 탁구공 하나로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 ‘똑딱볼’이 만들어준 탁구 인생
“벌써 4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이에리사 의원이 당시를 회상했다. “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죠. 당시 유고슬라비아가 공산국가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식을 자세히 접할 수가 없었어요. ‘우리가 금메달을 딴 걸 국민들이 알까’ 궁금했는데…. 웬일입니까. 김포공항에 내리니 수많은 인파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이 의원은 그날부터 한 달 동안이나 전국을 돌며 카퍼레이드를 했다. 어려운 시대에 국민에게 자긍심을 준 계기였다는 이유에서였다. 어린 나이에 세계를 제패한 그녀가 탁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당시 충남 대덕 군수를 지냈던 아버지 덕분이었다고 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탁구대가 있는 군청 관사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어리다는 이유로 오빠 언니들이 시합에 끼워주지 않았어요.”
이 의원은 오기가 생겨 세뱃돈으로 받은 돈을 가지고 문방구로 달려가 15환 짜리 라켓을 구입했다. 그리고 집에서 벽을 보고 탁구공을 ‘똑딱똑딱’ 치는 놀이를 혼자 연습 삼아 했다. “어느 날 오빠가 저 혼자 똑딱볼을 치는 모습을 보더니 연습하는 장소로 데려가는 겁니다. 처음에는 혼자 치는 모습이 그렇게 불쌍해보였나 했는데, 나중에 오빠가 하는 말이 탁구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방과 후에 오빠를 따라다니며 제대로 탁구를 배우게 됐다고 했다. “그 뒤 이에리사 의원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국 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더니 중3때 국가대표를 따내고 19세에는 전 세계를 제패했다.
◇ 의원이 돼서도 남다른 체육계 사랑
이에리사 의원은 사라예보의 기적과 전국종합선수권 대회 7연패 등의 기록을 남기고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전국선수권 대회 7연패는 탁구 역사상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다.
은퇴 후에는 1984년 LA올림픽 탁구 국가대표팀 코치와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팀 감독을 맡으며 현장으로 돌아왔다. 여성이 코치와 감독이 된 것은 그 때가 최초였다. 이 의원은 “여성 최초의 감독이라는 부담은 크지 않았는데, 당시 스타선수 출신 감독은 실패한다는 징크스가 있어, 이를 깨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했다. 그 결과 88서울올림픽에서 양영자ㆍ현정화 스타 콤비를 배출해 ‘스타 지도자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허문 것이다. 2004년엔 태릉선수촌 최초의 여성 촌장이 되면서 또 하나의 금녀의 벽을 깨기도 했다.
2012년 이에리사 의원은 또 다시 새로운 모험에 도전했다. 여당 공천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체육인이 국회의원 배지를 단 것은 39년 만의 일이다. “전에도 기회는 몇 번 있었지만,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태릉선수촌장을 맡으면서 체육계의 행정이나 예산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지요. 우리나라는 세계 상위권 스포츠국가지만 체육관련 예산은 0.01%도 안 됩니다. 제가 평생을 체육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쪽에 관한 일도 하고 봉사도 많이 했지만 제가 우리 체육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한정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제가 뛰어들면 어려운 체육계를 조금이나마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겁니다”
◇ 임기 4년, 체육계 위한 보탬 될 것
이 의원은 19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체육계를 위한 다양한 법안을 공부하고 발의했다. 국가대표가 경기 중 부상 시 유공자로 선정하는 법안, 운동경기 중 승부조작을 금지하는 법안, 또 25세 미만 운동선수 및 연예인이 주류 광고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발의해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김연아 선수가 이미 맥주 광고에 출연 중인 상황이라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 의원의 신념은 확고했다.
“선진국은 담배까지 포함해서 10년 전부터 이미 시행해오고 있는 사항입니다. 문화가 완전히 개방되고 스타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어서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이 개정안은 정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6개월 가까이 계류 중에 있다. 광고업무의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보다 광고시장 위축이라는 역효과가 클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고 한국광고업협회와 한국주류산업협회도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이자 과잉금지”라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밝혔다는 것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보다 광고시장 위축이라는 역효과가 크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국민건강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문제에요” 이에리사 의원은 체육계를 위한 좀 더 나은 정책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임기 4년 동안 정치인이기보다는 체육계의 발전 위해 보탬이 된 인물로 남고 싶다는 말도 거듭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 체육인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수많은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그리고 그 기적이 우리 국민의 가슴에 뜨거운 애국심과 자부심을 갖게 해줬고요. 그만큼 체육계는 대한민국을 견인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위한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에리사 의원은…
1954년 충남 보령 출생. 서울여상 졸업 후 탁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명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체육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3~29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개인 단식 7연패를 달성하고, 제32회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을 이뤄내는 등 수많은 국내외 탁구대회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이 의원은 △경희대 여자탁구팀 코치 △서울올림픽 여자탁구팀 감독 △용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태릉선수촌장 △용인대 기획처장 △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 총 감독 등을 역임하면서 지도자ㆍ행정가로서의 역량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국회에서는 교육과학기술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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