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싸움 끝에… 남은 건 ‘유죄’ 낙인
신한銀 신상훈-이백순 ‘집행유예’ 판결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1-25 16:25:50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라응찬-신상훈-이백순’ 이른바 ‘빅3’가 이끌던 신한은행은 한때 탄탄한 지배구조로 순항했다. 그러나 2010년 9월 신상훈(65)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한 신한은행의 고소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빅3의 비리 혐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이후 시민단체 등의 고소ㆍ고발이 잇따르고, 신 전 사장과 이백순(61) 전 신한은행장간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굳건하던 신한은행은 흔들리게 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그런데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이 최근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기업이 현직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는 이례적인 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한은행 사태는 약 2년간의 긴 법정공방 끝에 일단락됐다.
◇ 기소 2년 만에 집행유예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설범식)는 지난 16일 은행 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전 사장의 경우 검찰의 공소사실 중 대부분이 무죄로 선고됐으나 일부 횡령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우선 재판부는 신 전 사장의 혐의 중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수수한 8억원 가운데 2억원을 수수한 혐의와 이희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의 은행자금 15억6000여만원 중 2008년 2억6000여만원을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008년 이희건 명예회장의 동의 아래 경영자문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됐다 하더라도 금원관리가 신한은행 비서실에 귀속된 이상 이 회장의 지시 없이 2억6100만원을 사용한 것은 업무상 횡령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전 사장이 부실회사인 투모로 그룹 등에 400억원대의 불법대출에 관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에 대해서는 “투모로 대출 전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범죄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결론 내렸다.
아울러 이 전 행장의 혐의와 관련, 재판부는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기탁금 5억 여 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신 전 사장과 함께 2008년 은행자금 2억6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이 전 행장은 주주로부터 5억원을 수수했고, 신 전 사장은 법인자금 2억6100만원을 사용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들이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은 점, 신한은행 내에서의 지위와 역할, 범행 동기와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재판부는 40여명의 증인을 채택하고 44회의 공판기일을 열어 심리를 진행해왔다. 공판 과정에서는 2008년 라 회장의 지시로 이 전 행장을 통해 ‘제3자’에게 전달된 3억원이 이상득(78) 전 의원에게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신한은행 비서실 부실장 송모(45)씨는 “은행 관계자로부터 돈이 정치권으로 넘어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3억원이 정치권과 관련이 있으니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말고 3억원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해 해당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신 전 사장은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15억여원을 횡령하고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8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2010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행장도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한편 신 전 사장은 선고 직후 “유죄로 인정된 2억6100만원의 횡령 부분은 억울하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 긴 법정공방 끝에 남은 것은…
신한은행 사태는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의 ‘권력투쟁’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오명만을 남겼다. 당시 금융계 안팎에서는 신 전 사장을 사퇴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이 전 행장 측이 신 전 사장을 검찰에 고소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태가 확산되자 신한은행은 신 전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고, 신 전 사장은 자진사퇴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 진행됐고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함께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공판 과정에서 신 전 사장 측은 이 전 행장이 ‘조직과 명예회장 보호를 위해 신 사장의 개인비리로 몰고 가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주장, 내부 문건을 공개하는 등 서로 간 치열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법원에서 나란히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금융계를 쥐락펴락 했던 두 수장은 씁쓸한 최후를 맞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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