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토킹이 8만원짜리라고요?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1-25 16:20:50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스토킹(stalking)이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니면서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말한다. 넓게는 따라다니는 행위 외에 편지ㆍ이메일ㆍ전화ㆍ팩스 등으로 계속 연락하는 행위, 미행이나 감시 등을 하는 행위, 집과 직장 등을 방문해 공포와 불안을 타인에게 계속적으로 주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스토커(stalkerㆍ스토킹하는 사람)’는 대부분 ‘상대도 나를 좋아하고 있거나 좋아하게 될 것’ 이라는 일방적인 환상을 가지고 계속 접근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온갖 피해를 입힌다.
스토킹은 초기에 적절하게 저지하지 않으면 이후 폭행ㆍ납치ㆍ살인 등의 중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가진다. 미국에서는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넌과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가 스토커에 의해 살해되었고, 조디 포스터의 극성 팬이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저격한 사건도 있었다.
이와 같은 스토킹의 위험성 때문에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스토킹이 사회문제로 대두돼 사회적 법률적 대책들이 마련됐다. 미국에서는 90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가 차례로 반(反)스토킹법을 제정했고 98년 제정된 연방 반스토킹법은 사이버 스토킹도 처벌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도 2000년 스토커 규제법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스토킹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다만 스토커가 상대방의 주거지에 무단 침입했을 때 ‘주거침입죄’를 적용하는 등, 스토킹 행위에 수반하는 다른 행위가 있을 때, 그 행위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올해부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 생기긴 했는데, 그 근거가 ‘경범죄처벌법’이라고 한다. 처벌 수위도 극히 미약하다. 해당 법 규정에 의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한다. 게다가 해당 법의 적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에선 8만원 범칙금 부과에 그친다고 하니,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게 돼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된 점에 실망해야 할지 헷갈리는 부분이다.
경범죄 처벌법 및 동 시행령 개정안에서 법정 최고형으로 규정된 취객(소위 ‘주폭’)의 경찰서 등의 관공서 소란죄는 60만원, 장난전화 및 암표매매는 16만원이다. 아무리 봐도 ‘스토킹’을 범칙금 8만원으로 끝내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보다, 애초에 이를 ‘경범죄’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합당한 일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스토킹은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하고, 심하게는 피해자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이지, 절대로 ‘경범죄’가 아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아쉽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