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 개편, '찻잔 속 태풍'

정부 조직개편에서 빠진 금융

양혁진

yhj2503@gmail.com | 2013-01-25 14:40:29

[토요경제=양혁진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이 지난 23일 일단락됐지만 금융 부문은 미동도 없는 무풍지대로 끝나면서 향후 개편 가능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인수위는 최근 1차 정부조직 개편에서 금융위원회에 손을 대지 않은 가운데 금융감독원에 대해서도 현행 조직체계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인수위 현안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의 공약으로 대책이 시급한 가계부채 해결과 하우스푸어 문제를 푸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금융감독체계는 앞으로 더 많은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짓겠다는 방침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에 일단 현행 금융감독 체제로 가면서 금융감독원 조직개편은 차후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발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의 경계가 허물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금융은 기재부가, 국내금융은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는 현 체계가 어떻게 조정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금융권에선 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로 나뉜 국내 금융과 국제금융 기능을 하나로 합쳐 가칭 금융부 신설 방안이 거론돼 왔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과 업계의 유착을 막기 위해 금감원을 소비자보호와 기존 금융감독 부문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인수위는 섣불리 금융당국 조직을 개편하기보다 국민행복기금 조성 등 박근혜 당선인의 가계부채 공약을 신속히 집행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개편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급한 현안이 아니어서 뒤로 밀렸지만 현 체제를 유지한 뒤 천천히 손질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시선도 많다.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금융부문은 이번에 다루지 않았지만 학계나 금융계에서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안다” 면서 “그런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 금융 부문 조직·구조 개편이 필요하면 로드맵에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1차 조직개편 외에 추가로 다루어야 할 내용을 로드맵 형태로 만들 예정인데 여기에 금융 부문이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다룰 내용이 금융위를 포함한 정부 조직 관련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한 금융감독체계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강석훈 인수위 국정조정기획분과 위원은 “만약 로드맵에 금융위 관련이 있었다면 지난번 조직 개편 때 발표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사이의 문제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그 밑에 있는 금융감독원 이슈들은 로드맵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이 지난 23일 일단락됐지만 금융 부문은 미동도 없는 무풍지대로 끝나면서 향후 개편 가능성이 관심을 끌고 있다.

◇ 금감원 이원화 개편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인수위가 금융위의 국내금융 정책과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기능이 분리된 현재 시스템의 재편 논의를 물밑에서 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인수위측에서 감독체계 개편이 금융행정 조직 개편의 주요한 논의 지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서 시장의 혼선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가시적인 인수위의 금융행정 개편 논의는 주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금감원에서 분리해서 독립시키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당선인측이 대선기간 내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위원회를 신설해서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부서를 분리해 그 아래에 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의사결정 기구인 금융위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와 같은 소비자보호위원회를 만들어서, 이 회의체를 중심으로 금융소비자기구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인수위에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치를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도 금감원 체계 개편에 힘을 실고 있다.


새 정부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설립되면 상호금융업계에 대한 감사도 일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농·수협은 농림수산부, 신협은 금융위원회가 각각 감사를 맡고 있다.


감사원은 상호금융업계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면서 직권 감사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호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부처의 업무도 함께 들여다볼 계획이다. 그동안 감사원을 제외하면 상호금융업계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기관이 전무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감독기구를 분리할 경우 5년간 1조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고, 금융권 역시 시어머니가 둘이 생기는 꼴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감독체계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신설이 로드맵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율이 필요한 사안인만큼 단시일내에 추진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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