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신약’ 갈등, ‘불씨 또 타오른다’

한의계, 천연물신약 ‘제동’

전현진

godhyun12@naver.com | 2013-01-25 13:32:38

[토요경제=전현진기자]

▲ 전국의 한의사들이 지난 17일 서울역 광장에서 ‘천연물 신약고시 폐기 촉구 규탄대회’를 열고 천연물 신약 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천연물신약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의사들이 천연물신약에 대해 또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한국제약협회가 “천연물신약은 적법한 심사과정을 거친 전문의약품”이라는 성명을 내고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이를 지지했다.

그러자 한의계는 지난 17일 정부의 천연물신약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지난 23일 한국제약협회와 대한의사협회를 상대로 천연물신약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천연물 신약은 과거 한의사들이 주로 사용했던 한약재를 캡슐이나 알약 형태로 만든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천연물신약의 범위를 아스피린처럼 ‘성분 추출을 통해 만들어진 약’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천연물신약은 한약재를 한방 처방대로 만든 것, 즉 한약재 통추출물과 한약 복합 처방 추출물까지 천연물신약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물 신약은 2007년 식약청 고시를 통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으며 현재 조인스정과 스티렌정, 모티리톤정, 신바로캡슐, 레일라정 등 7종이 제약사에 의해 전문의약품으로 허가가 나 의사들만 처방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한의사들은 천연물 신약이 주로 한약 재료와 한의학적 처방을 활용해 개발된 의약품인 만큼 자신들이 처방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들은 대부분의 의약품이 결국은 천연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인데, 한의사들이 천연물로 만들어진 약품에 대해 모두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현재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이하 직능발전위)를 통해 의료계와 한의계, 제약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관련업계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해 의견 수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작년 12월 12일 서울 행정법원에 천연물신약 고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법적인 차원에서 추가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이다”라며 “앞으로 천연물신약의 무효화를 의료계 최대 현안으로 계속 키워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한의사협회 “천연물신약은 엉터리약”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3일 한국제약협회와 대한의사협회를 상대로 천연물신약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명 발표는 지난 17일 제약협회가 조인스, 스티렌, 레일라, 모티리톤, 아피톡신, 시네츄라, 신바로 등 7개 천연물신약이 안정성, 유효성 및 안전성이 확립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전문의약품이라는 입장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제약협회에서 천연물신약이 각종 실험을 거친 전문의약품이라 거짓 발표한 사실과 이를 지지한 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의 행태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협회는 새빨간 거짓말을 국민 앞에서 서슴없이 했다. 현재 개발돼 처방되고 있는 천연물신약 7종은 독성시험과 임상시험 자료가 면제된 터무니없는 엉터리 약”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나온 천연물신약 7종은 모두 자료제출의약품 중 새로운 조성 및 규격의 생약제제로 허가받았던 약이다. 이러한 자료제출의약품은 안전성 심사가 면제됨은 물론 독성 심사 중에서도 많은 항목이 면제되고 있다.


비대위는 “부적합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천연물신약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즉각 폐기해야 한다”며 “제약협회와 의사협회는 천연물신약을 사용해 국민들에게 위해를 끼친 것에 대해 사죄하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7일 서울역 광장에서 1만여명의 한의사와 함께 ‘천연물 신약 백지화 규탄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들은 천연물 신약의 개발과 관련한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정책을 강력 규탄했다.


비대위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천연물 신약이 졸속적인 정책 변경을 통해 기존 한의계에서 처방하던 한약을 천연물 신약으로 둔갑해 제약사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주장했다.


◇ 제약업계 “천연물신약, 엄연한 전문의약품”


비대위의 천연물신약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 발표에 제약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천연물신약 관련 제약사들은 “천연물신약이 적법한 심사와 허가를 거친 전문의약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연물신약을 개발 판매하고 있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천연물신약은 개발에만 10년 이상이 소요된 전문의약품”이라며 “주원료가 지금까지 한방에서 사용돼 온 천연물 성분이라 안전성을 위한 1상 임상시험만 면제됐을 뿐 규정된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 역시 “아스피린이나 타미플루와 마찬가지로 천연물신약은 천연식물, 즉 한약재의 성분을 이용했지만 과학적 연구를 통해 검증된 의약품”이라며 “약리학적으로 효과를 인정받은 신약이다”라고 강조했다.


◇ 식약청 “천연물신약 안전성ㆍ유효성 심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또한 비대위의 천연물신약 폐기요구와 비대위의 주장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식약청 관계자는 “천연물신약을 허가할 때 의약품으로써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췄는지 검토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라며 “비대위의 주장대로라면 식약청이 업무를 소홀히 해 천약물신약을 허가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천연물신약이 안전성 심사는 물론 독성 심사 중에서도 많은 항목이 면제가 되는 약이라는 비대위의 주장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의약품을 허가할 때 새로운 원료에 대해서는 독성검사를 하지만 이미 사용했던 원료는 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그 틀 안에서 (천연물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사했을 뿐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규정에 따라 제약사 자료를 충분히 검토했다”며 “식약청 홈페이지를 통해 제약사가 천연물신약을 허가받을 때 제출한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어 언제든지 천연물신약 허가에 대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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