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하산은 접히지 않는다
유승열
ysy@sateconomy.co.kr | 2017-09-14 17:32:22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금융권이 낙하산 인사로 시끄럽다. 새정부 들어 좀처런 진전이 없던 금융권 인사가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 현 정부의 인맥과 이어진 인사들이 내려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금융위 정례회의를 열어 진웅섭 금감원장 후임으로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임명 제청했다.
다음날인 7일에는 한국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가,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7일 각각 내정됐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현 정부와 친분있는 인물들이 내려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걸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은성수 행장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다.
여기에 최흥식 원장과 이동걸 회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같은 경기고 동문이고, 장 정책실장과 최 회장, 최 원장은 고려대 동문이다.
이에 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까지 수출입은행 노조는 은 행장의 출근을 4일째 저지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노조가 그렇게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최종구 원장의 발언에 금융노조가 "행장이었던 사람이 할 말이냐"고 비판하면서 당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인물을 지명하는 곳도, 수장을 뽑는 곳도, 이에 반발하는 곳도 각자 입장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당국에서는 금융권에 대해 잘 알고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이런 인물을 주위에서 찾아보고 내려보낸다. 정부와 연이 닿아 있는 낙하산이 내려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관 입장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업계의 의견을 정부에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노조도 관치금융 철폐, 낙하산 근절을 외치며 적폐청산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임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를 안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어, 정부 출범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줬던 노조는 배신감도 들 것이다.
이같은 입장 차는 좁혀질 가능성이 적다. 때문에 낙하산은 계속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영기업인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고,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제고문이었다는 김지완 회장이 선임됐다.
여기에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에 대해 13일 서류심사 통과 여부가 나와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한국거래소가 12일 추가공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낙하산 인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서로 부딪히고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결코 금융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업만 어지럽게 할 뿐이다. 이럴수록 서로 소통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고, 서로 한 발자국씩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는 게 금융산업과 소비자를 위한 길일 것이다. 불통으로 우리나라를 얼룩지게 한 전 정부 때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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