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다시 김우중 품으로?
증권가, 김우중 재기설 ‘모락모락’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1-11 11:49:22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건설을 발판 삼아 재기를 노린다던데…”
대선 전, 증권가에서 나돌던 루머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이런저런 루머가 많이 나오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이런 풍문도 그냥 ‘흔한 뜬소문’으로 흘러넘길 법도 하다. 하지만, 거론 대상 인물이 김 전 회장이고, 대상 기업은 그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대우건설이라는 점에서 ‘대우 신화’가 재현될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 ‘김우중 재기설’ 떠오르는 이유는…
김우중 전 회장이 현역 경영인으로 있던 시절, 대우건설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가 지난 1973년 대우건설의 전신 대우개발을 설립한 것도 ‘종합상사부문이 주력이었던 대우가 다양한 해외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1975년부터 중남미ㆍ아프리카 등 해외건설 시장에 뛰어들어 이듬해 남미 에콰도르 시가지 정비 공사를 따내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여왔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공사 수주에 열을 올린 것과 달리 대우건설이 그때까지 불모지에 가까웠던 아프리카, 중남미 쪽에서 연달아 수주를 한 것도 무역부문을 통해 ‘대우’라는 브랜드 가치를 착실히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김 전 회장은 1981년 7월 종합상사인 대우실업과 건설회사 대우개발을 하나로 합쳐 대우그룹의 주력사인 ㈜대우를 탄생시켰다. 무역업과 건설업을 합병시킨 것은 대한민국 경제사상 처음이었다. 무역업 특유의 발 빠른 정보를 해외수주에 적극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게 당시 그의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1980~90년대 해외건설 중흥기라는 시대 흐름에 잘 맞아떨어져, 대우건설의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김 전 회장은 주로 베트남에 머물면서 국내에는 1~2개월에 한 번씩 부정기적으로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에서 김 전 회장의 재기설이 부상하는 이유로, 우선 대선이라는 정치 지형 변화를 들 수 있다. 그는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장ㆍ대한축구협회장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맡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아왔다. 그러다 보니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어떤 식으로든 재기를 노리지 않겠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학계 일각에서 대우와 김 전 회장의 경영철학이었던 ‘세계경영’을 재조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소문에 힘을 싣는다.
전 대우그룹 계열사 임원들로 구성된 우인회와 연구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2~3년 전부터 활발한 활동에 나서면서 김 전 회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지난 2012년 3월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이 대우의 기업가정신, 세계경영의 발자취를 재조명한 <대우는 왜?>를 펴낸 바 있다. 또 2012년 초부터 글로벌 청년 사업가 양성 프로그램인 ‘글로벌 영 비즈니스맨 포 베트남(Global Young Businessmen for Vietnam)’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 달랏국립대학에서 맞춤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는 김 전 회장도 부정기적으로 특강에 나서고 있다.
경영복귀 대상이 대우건설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대우건설은 지금도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로, 해외시장에서 여전히 그 이름값을 발휘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맡고 있는 대표적인 해외 사업으로 지난해 11월 착공된 하노이신도시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지난 1996년 대우건설이 베트남 정부에 제안해 이뤄진 대규모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그룹 해체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6년 만에 첫삽을 뜬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재임 시절 김 전 회장이 많은 관심을 기울인 프로젝트였다. 베트남 하노이 북서쪽 호떠이(西湖) 지역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07만6000㎡ 규모로 짓는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개발은 대우건설이 사업제안부터 금융조달ㆍ시공ㆍ분양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국내 건설역사에 획을 긋는 프로젝트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자신의 국제적 인맥을 동원하기에 건설업이 제격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 ‘대우건설 되찾기’ 현실성 있나?
대우건설의 지배구조는 다른 대형건설사들과 다르다. 대우건설은 그룹 해체 후 독자 생존을 해오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난에 빠지자 다시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나왔다. 그 후 2010년 산업은행에 편입됐다.
2012년 9월30일 현재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세운 사모펀드(PEF)인 케이디밸류제6호가 전체 지분의 50.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은 90.3% 지분을 가진 정책금융공사가 최대주주인 KDB금융지주 산하에 있다. 정부 입김이 센 공기업이 모회사여서 언제든지 M&A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말들과 관련, 산업은행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부인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잇따라 해외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산은이라는 금융기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매각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대우건설 측도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신용평가 등급이 비슷한 규모의 다른 대형건설사보다 낮은 것은 지배구조가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금융사를 모회사로 두는 것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좋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 하에서는 정치권 인사와 김 전 회장의 친분에 따라 언제든지 소문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기에 소문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김 전 회장 측은 세간의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인회 회장은 “김 전 회장은 고령이고 자금ㆍ조직 모두 갖고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현역 복귀가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김 전 회장의 한 지인도 “김 전 회장 본인도 현 상황에서 경영 복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다만 자신의 경영철학인 세계경영과 기업가정신을 재평가받고 20대 청년들에게 이를 전하고 싶은 의지는 상당한 것 같다”며 “김 전 회장은 기업 인수보다는 후학 양성으로 여생을 보낼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해외로 도피한 뒤 2005년 귀국해 이듬해 징역 8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았다. 징역형과 관련해서는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추징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은 유효하다. 내야 할 추징금이 천문학적인 수준에서 기업 인수는 불가능하다는 게 김 전 회장 측 설명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최대주주 등 대우건설의 지배구조가 바뀔 경우, 김 전 회장을 상징적인 회장이나 명예회장으로 옹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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