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盧의 부활… 민주당의 앞날은?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 추대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3-01-11 11:09:20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국회부의장 출신의 문희상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을 당분간 이끌어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합의 추대됐다.
문 신임 비대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 요직을 맡지 않았다는 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맡아 상대적으로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인사라는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박기춘 원내대표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비대위원장에게 계파색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본인 스스로도 ‘친노’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결국 친노의 부활”이라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어찌됐든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의 부활’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 ‘깜짝 추대’ 통해 비대위원장으로
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에서 민주당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박기춘 원내대표가 추천한 문 의원을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에 합의 추대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봉투를 꺼내 “최다선이자 신망 받는 문희상 전 의장으로 할 것을 동의를 구합니다”라고 추천했고, 당무위원들과 의원들은 박수를 통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그간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인사였다는 점에서 깜짝 인선으로 받아들여진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어젯밤(8일)까지도 안 나온 카드였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문 의원도 “자다가 홍두깨 맞은 격”이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지만 “일단 (비대위원장직을) 받겠다”고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원내대표 선출 당시 당초 원내대표가 겸임키로 했던 비대위원장을 분리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이에 10여 일 간 박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의견을 수렴해왔다.
또 의견수렴이 진행되는 동안 당 내 일부에서는 경선까지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비대위원장은 경선이 아닌 합의추대로 선출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제기된 가운데 이날 문 의원이 추대됐다.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과 18대 국회 부의장 등을 역임한 5선 의원인 문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경기 의정부갑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엄중한 시기에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다”며 “모든 기득권을 다 버리고 치열하게 혁신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 실패와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에 대해 “모두 부족한 민주당 탓이다. 가슴 속 깊이 사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위원장은 “비대위는 철저하고 냉정하게 대선을 평가하겠다”며 “패배의 책임과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배 원인을 잘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개최와 관련, “새 지도부의 새 길을 모색하고 토대를 닦겠다”면서 “아울러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옳은 길로 가도록 제1야당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은 이미 시작됐다. 민주당은 뼈를 깎는 혁신과 국민만 생각하겠다”며 “더 깊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분골쇄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박기춘 원내대표가 추천한 문 의원을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에 합의 추대했다.
◇ 문희상 ‘깜짝 추대’, 왜?
문희상 위원장은 9일 당무위원들과 의원들의 박수 두 번으로 비대위원장직에 합의 추대됐다. 당초 자천타천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거론되면서 주목을 끌었던 비대위원장이 다소 싱겁게 결정된 것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연석회의에서 “제가 1명을 추천하면 박수로 답해주겠나, 표결로 결정하겠느냐”고 물었고, 참석자들이 박수로 화답하자 “제가 바라는 혁신적인 인물을 발표하면 받아주시겠냐”는 물음에 ‘받아들이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그는 양복 상의에서 봉투를 꺼내 “최다선이자 신망받는 문희상 전 의장으로 할 것을 동의를 구한다”고 문 위원장을 추천했고, 박수로 화답을 받았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경선과 표결 없이 박수 두 번 만에 위원장직에 추대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문희상 위원장을 후보군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계파를 아우르며 당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에는 상임고문단과 시도당위원장, 역대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 같은 다선 의원들이 적격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대선 패배 이후 시급히 당을 추스르고 대선 평가와 당 지도부 구성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비대위 선출마저 또 다시 계파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인물들이 각기 주류와 비주류 등으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서로를 배척하는 갈등 양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경선만은 안 된다’는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의 '추천'으로 무게중심이 기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박 원내대표는 최대한 반대가 덜하고 무게중심과 안정감이 있는 인물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까지만 해도 문 위원장과 다른 한 명을 두고 고심했지만 오전 10시 문 위원장으로 결단을 내렸다. 다른 한 명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지만 하마평에 끊임없이 이름이 올랐던 박영선 의원이 아니었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영선 카드도 끝까지 고려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오늘 아침 중진모임에 가서 ‘반대가 많더라, 안되겠더라’라고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박영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내에서 반대에 부딪혔다. 박영선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역임하면서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현미 의원은 문희상 비대위원장 추대가 결정되기 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금이라도 당의 분란을 가져오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며 박영선 의원 추대 계획을 접었다. 박 의원도 이를 논의하는 자리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러나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 혁신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방침이다. 김현미 의원은 “대선패배 책임론은 저희들이 안고 가겠다”며 “민주당의 혁신과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 “문희상… 그가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문 위원장의 선출을 놓고, 당내에선 “최선책이었냐 차선책이었냐”의 논쟁이 분분하다.
전직 최고위원인 강기정 의원은 10일 문 비대위원장을 향해 ‘최선의 카드’라는 평을 내놨다.
강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과 통화에서 “(문 비대위원장은)고심 끝에 나온 최선의 카드”라며 “어제도 의총 당무위원회의 결과 만장일치로 합의됐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사람이 혁신적이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인간적 또는 정치적 신뢰가 없으면 비대위원장으로서의 권한을 도저히 행사할 수 없다”며 “비대위원장은 신뢰가 없으면 어떤 어젠다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문 비대위원장처럼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문 비대위원장 선출 배경을 설명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계파색에 관해서는 “실제로 문 비대위원장을 놓고 볼 때 그 분이 주류냐 비주류냐라고 한다면 딱히 어디라고 말씀드리기는 힘들다”며 “그만큼 문 비대위원장이 갖는 관계가 원만하고 폭넓다”고 평했다.
반면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대선 후폭풍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한 차선책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초선 황주홍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통화에서 “여러분들이 한 발짝 씩 양보를 한 것이다.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원장 선출을 두고 의견수렴과정에서 옥신각신 얘기들이 많았는데 비대위원회는 출범시켜놓고 보자는 합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원만한 문희상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 됐던 것”이라고 속사정을 공개했다.
문 비대위원장의 계파색이 옅다는 평에 관해서도 “우선 문 위원장에게 계파적인 색채가 없다고 하기 어렵다”며 “제가 보는 게 아니라 모두가, 본인도 그렇게 얘기를 했다. 본인이 나는 친노의 핵심이라고 취임식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 ‘문희상 비대위’의 과제는…
문희상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민주통합당은 본격적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문 신임 비대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 요직을 맡지 않았다는 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맡아 상대적으로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인사라는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박기춘 원내대표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적인 성향의 의원들과 다소 보수적인 중진들과의 소통에 능해 과거 참여정부 시절 당청 갈등을 조율하는 해결사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도 호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대를 한 몸에 안고 등장한 문희상 비대위 체제는 앞으로 대선 패배 이유를 분석하는 한편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전당대회도 준비해야 한다.
특히 대선 분석과 관련해서는 ‘당이 휘청거릴 정도의 강도 높은 총선ㆍ대선 평가를 해야 한다’ 등 당내 목소리를 반영해 엄정한 분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승부처였던 경기와 충청에서 새누리당에게 패한 점, 20~30대에게 집중하느라 50대의 표심을 잃었던 점 등 전략 미숙에 관한 책임 추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문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 임명 과정과 대선평가 조직구성 과정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할 전망이다.
그러나 대선평가 보고서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간 해석이 엇갈릴 경우 향후 열릴 전당대회 과정에서 계파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비대위원장 체제는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 못지않게 4월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준비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최근 논의된 내용처럼 임기가 4월초까지로 정해지면 비대위원장은 오는 4월24일에 열릴 재보선을 위한 정지작업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선 패배 분석과 당 수습, 그리고 재보선 준비까지 맞물리면서 문 비대위원장은 당 안팎으로부터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관계 재정립도 중요과제 중 하나다. 안 전 후보와 측근들이 재보선 출마할 뜻을 밝힌다면 민주당 입당 여부를 놓고 정계개편의 바람이 몰아칠 수 있다.
만약 문 비대위원장이 당 수습에 난항을 겪는다면 안 전 후보를 비롯해 시민사회세력과 했던 국민연대 결성 약속을 지키지 못할 공산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야권의 재분열이 촉발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향후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선후보와 손학규 상임고문 등 대선주자급 인물들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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