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號 ‘책임총리’ 누구?

정부 인선 초읽기, 초대 총리 누가 되나

양혁진

yhj2503@gmail.com | 2013-01-11 10:58:10

[토요경제=양혁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을 마치고 새 정부의 로드맵 짜기에 부심한 가운데 관심의 초점은 이제 초대 총리로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와 달리 총리권한이 대폭 강화되고 초대 총리의 상징성이 큰 만큼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인사스타일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야당과의 관계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어서 앞으로 대야 관계에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전망하는 총리의 기준은 ‘대통합, 경제통, 개혁성’ 이다.

따라서 경제통 출신의 호남과 충청 인물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인수위 인사를 통해서 확인됐듯이 제3의 깜짝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여전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호남 출신 여전히 주목의 대상


박 당선인은 오는 2월 25일 취임식을 가지므로 일정을 고려할 때 이달 20일 전후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인사 청문회와 정부조직개편안 국회 통과,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빠듯하다.

먼저 가장 부각되는 것은 보수색이 옅은 호남 인사들이다. 박 당선인의 대선 기치가 ‘국민 대통합’인데다 극우적 성향의 대구경북 출신인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선으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남 출신 후보로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전북 부안)와 박준영 전남지사,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전북 군산) 등이 거론된다.


▲ 진념 전 경제부총리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전북 부안 출신으로 기획예산처 장관, 기획예산위원장, 노동부 장관 등 경제부처 수장을 두루 거쳤다. 노태우-김영삼 정부시절 동력자원부장관과 노동부장관을 지낸 그가 김대중 정부 출범 후에도 기획예산위원장과 기획예산처장관을 거쳐 재경부장관에까지 이른 것. 업무분석 및 추진력과 조정력, 친화력이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춘 대표적 경제관료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하지만 진 전 총리는 지난 10일 신년 조찬세미나에서 “소통하고 통합하는 총리가 중요하지, 어느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총리를 만들어준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면서 “나는 군번이 지난 사람”이라고 밝혔다.

진 전 부총리는 이날 “새 정부의 첫 100일이 앞으로 5년을 좌우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올해 집중해야 할 국정 아젠다로 외교ㆍ안보ㆍ통일 비전 마련, 정치개혁, 노사정 대타협, 그리고 재정운용의 재점검과 국민통합, 공정ㆍ탕평인사를 제시했다.

또 다른 총리 후보인 박준영 전남지사는 최근 홍역을 겪었다. 박 지사는 8일 광주 MBC라디오에 출연해 “호남도 무거워져야 한다. 그때그때 감정에 휩쓸리거나 충동적으로 투표하면 전국과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지사는 “김대중 대통령처럼 이 지역 출신으로 오랫동안 지지해줄 값어치가 있는 분이라면 모를까. 호남인 스스로 정치를 잘못했다고 평가한 세력에 대해 그렇게 한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지역발전 측면에선 좋은 투표 행태가 아니라고들 지적하는데 공감한다. 조금 저는 무겁지 못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사실 민주당 정권이 되길 바랐지만 과거 우리가 본 행태를 보면 불안하다. 그래서 국민이 표를 안 줬다”면서 “앞으로 민주당도 바뀌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민주당은 좀 무거운 당이 돼야 한다. 지금은 가볍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호남 지역은 이 발언을 두고 발칵 뒤집어졌다. 민주당은 “개인 차원의 시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너무나 충격적”이라면서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란 분이 이렇게도 호남의 선택을 잘못이라고 규정하며 몰아붙일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박 지사는 총리가 되고 싶은 욕망에 호남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는 비난이 이어지자 “이는 민주당 변화를 요구한 원론적 발언"이었다고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또한 박 지사는 새 정부의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남지사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는데, 전남이 잘 되도록 지사직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소명으로 일고 있다”며 총리 입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처럼 하마평에 올랐던 호남 인사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사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호남 총리’ 카드가 호남인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는 인식이 박 당선인을 포함해 핵심 참모들 사이에서 전달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9일 YTN에 출연해 ‘호남 총리론’과 관련, “총리 한 사람을 호남 출신으로 뽑는다고 호남을 어루만지고 달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김황식 총리도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이 김황식 총리를 호남 총리로 인정하고 탕평 인사로 같이 간다고 생각했다면 투표로 나타난 호남 민심이 이 정도로 지역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안배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예를 들어 꼭 호남이어야 한다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박 당선인도 여러가지를 두루 고민하겠지만 지역과 더불어 인물 자체와 그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호남 출신이 총리가 된다면 강봉균 전 의원과 한광옥 인수위 대통합위원장, 그리고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후보군이다. 강봉균 전 의원은 재경부, 정통부 장관을 거친 3선의원 출신으로 국정경험이 풍부한 것이 강점이다.


◇ 떠오르는 충청이냐 깜짝 발탁이냐


충남지역 출신 인사 중 총리 하마평이 나오는 인물은 충남 천안 출신의 조순형 전 의원과, 충남 논산에 지역구를 둔 이인제 의원, 이완구 전 지사 등이다.

충남 논산출신인 이 의원은 선진통일당 대표였다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합당해 충청권 득표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 5일 박 당선인으로부터 다보스포럼의 특사로 지명돼 새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받아 왔다. 이달 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이 이원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파견될 예정이다.

박 당선인과 친분이 두터운 이완구 전 충남지사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충남 홍성 출신인 이 전 지사는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발해 도지사직에서 사퇴하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해 온 박 당선인과 공통분모를 형성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 충남도당 공동 선대 위원장을 맡았던 이 전 지사는 유세 당시 “박근혜 후보는 수도권 2000만 표가 날아가는데도 500만 표 밖에 안 되는 충청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세종시 약속을 지켰다”며 “이젠 충청도 사람이 박 후보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해 야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미스터 쓴소리’ 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천안 출신 조순형 전 의원도 총리 후보군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최근 자신이 첫 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데 대해 “이제 정치에서 물러났고 적임자라고 생각 안한다”며 고사할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수위 주변에선 그간 박 당선인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총리로 언론 등에 이름이 거명되지 않은 ‘깜짝 인사’ 발탁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깜짝 인사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인물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다. 호남 출신인데다 민주당에서 3선을 지낸 장재식 전 산자부 장관의 아들인 장 교수는 진보성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혁 성향을 강조하면 그야말로 깜짝 발탁도 있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새누리당으로서도 장 교수를 총리로 끌어안을 수 있다면 나쁠 게 전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밖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물망에 오른 후보로 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2004년 여성 최초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김 전 위원장은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지난해 대선에 출마하자 공직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 아래 권익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여성 대통령-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에 33년간 공직생활 중 보여준 청렴함과 개혁적 마인드가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와 코드가 맞지 않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목 전 재판관은 지난 2006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동 추천할 정도로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갖춘 인사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과 목 전 재판관은 이미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바 있다.


◇ 후보자 20일 발표.. 얼마나 힘 실리나


박 당선인은 이미 정치쇄신 차원에서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시키고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책임총리제’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어 초대 총리에 어느정도 힘이 실릴지도 관심꺼리다.

총리에게 3배수 정도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 총리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기로 한 것.

박 당선인이 언급한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은 헌법 87조에 근거한다. 헌법 87조에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때 이른 바 실세총리로 불렸던 이해찬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다운 권한을 행사했지만 인사권을 갖는 수준은 아니었다. 한편 인수위는 정부 조직개편 시안을 오는 16일까지 마련할 예정이고,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20일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가 9일 인수위에 제출한 ‘인수위 운영 개요’에 따르면 정부 조직개편을 16일까지 마련해 발표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한다. 또 개편 시안에 따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인수위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동안 부처별 하부조직 개편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 명칭과 국정 과제는 설 연휴를 전후로 확정되며, 주요 국정과제가 결정되면 최종보고서 작성 작업을 시작한다. 박 당선인이 향후 5년간 국정 운영 방침의 틀을 발표하는 대통령 취임사 준비는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20일 정도 걸릴 것으로 행안부는 예상했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20일쯤 발표될 예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은 후보자 발표 이후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되며, 인사청문회 기간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선도 병행한다.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은 다음달 5일부터 20일까지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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