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女風이 상륙하다
경제계, 혁신적 여성경영자 '주목'
양혁진
yhj2503@gmail.com | 2012-12-28 11:20:58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사회 각계 각층에서 여성들의 파워가 한층 더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수장이 여성인 만큼 그동안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우리 사회에 ‘여풍’이 보다 거세게 몰아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재계를 들여다보면 여성들의 거센 경제계 진출은 이미 가시화 된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여성 임원을 대폭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부터 여성들의 더 큰 활약을 예고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거세게 불어오는 여성시대
지난 19일 대선이 끝나자 각국 외신은 박근혜 당선인이 한국뿐 아니라 현대 동북아시아에서 첫 여성 지도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교 문화의 뿌리가 깊은 한국 사회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등장함으로써 진정한 사회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대해서 많은 통계자료가 있었지만 사법고시를 포함한 고시 합격자수, 임용고시를 통한 교사직 등 주로 국가기관의 공인시험을 통한 것들이 많았고, 실제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 조직사회에서의 주류는 여전히 남성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 임원인사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삼성은 최근 임원인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여성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 조직 내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강화한다는 이유에서다. 승진 대상자 총 485명 가운데 여성이 12명을 차지했다.
특히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그룹 역사상 세 번째로 여성 부사장직에 올랐으며, 조인하 삼성전자 상무는 30대의 나이에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해 주목을 받았다.
LG그룹은 12월 인사를 통해 여성 임원 3명을 상무로 신규선임하고 1명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삼성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지난해 신임 여성 임원이 1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코오롱은 창사 이래 첫 여성 사장을 올해 배출했다. KT는 상무보 이상 26명의 여성 임원을 보유,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7%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내년 1월 여성 임원을 일선 점장으로 발령낼 계획이다.
학습지 업계 1위인 대교도 12월 임원 정기인사 결과 4명의 여성 임원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로써 여성 임원의 수는 기존 4명에서 8명으로 두 배 늘었으며, 전체 임원 31명 가운데 26%를 차지하게 됐다.
‘금녀의 벽’으로 불렸던 자동차 업계에서도 여성 임원들이 속속 등장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파워는 지난 26일 국세청이 발간한 ‘2012년판 국세통계연보’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종합소득금액 1억원 초과자 17만8081명 중 여성 신고자는 3만16명으로 점유비 16.9%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16.6%대비 0.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여성 신고자 비율은 2008년 15.9%를 기록한 이래 2009년 16.4%, 2010년 16.6%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성별 증가율 또한 여성이 2009년 9.8%를 기록(남성 5.7%)한 이후 3년 연속 남성보다 높았고 그 격차도 벌렸다.
근로소득 과세대상자 중 여성비율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과세대상자 993만3000명 중 여성이 326만2000명으로 32.8%를 보였다. 여성비율은 2007년 29.2%에서 2008년 29.5%, 2009년 31.4%, 2010년 32.0% 등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출산ㆍ육아로 경력 단절.. 조직문화 변화 필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성 고위직 임원 수는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미치지 못한다. 4대 그룹의 경우 삼성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SK가 10명, 현대차와 LG는 각 4명에 머물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아시아 10대 국가의 상장기업 744개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로 유럽(17%), 미국(15%)은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중국(8%)·말레이시아(6%)·일본(2%)보다 뒤처진 꼴찌를 기록했다.
여성 대졸자가 늘고 대기업 여성 신입 공채 비율도 늘고 있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의 수는 현저히 떨어진다. 매킨지 보고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대졸자 중 여성 비율(48%)과 신입사원 비율(40%)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간 및 고위급 관리자 비율은 꼴찌 수준(6%)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일과 가정 병행의 어려움이었다. 국내 기업 응답자의 47%는 중간 관리자급이나 임원급까지 승진한 여성 대부분이 양육 및 가사 부담 때문에 결국 자발적 퇴사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이는 아시아 평균(28%)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열쇠는 여성 인재 육성과 가족친화적인 조직문화 확산이다.
매킨지는 “할당제 등 정부의 지원대책, 재계 차원의 토대 구축, CEO의 확고한 의지와 여성 인재 개발 프로그램, 다채로운 지원체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도 “여성의 고용률이 높아지고 실제로 입사 시험 등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도 직장 내에서는 생존 경쟁력이 낮은 것이 현실” 이라며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로 우수한 여성인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업들은 여성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친여성 근무환경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9월부터 출산 후 자동 육아휴직 전환제를 도입했다. 신입사원 여성 비중이 35%이고 여성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유통업의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 최초의 탄력근무제로 결혼·출산·육아를 도운 공로로 여성가족부 부터 가족친화 우수기업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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