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에 유통시장 ‘흔들’

유통 거품 뺀 노브랜드 시장 확대…골목상권 침탈·불공정행위 문제 여전히 ‘걸림돌’

이경화

icekhl@sateconomy.co.kr | 2017-09-13 16:52:18

이마트가 높은 가성비를 내세운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의 상품 영역을 가전으로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왼쪽은 노브랜드TV, 오른쪽은 컴팩트 에어프라이어. <사진=이마트>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13일 이마트가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TV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노브랜드는 초저가 가격 전략을 담은 이마트의 PB상품이지만 PB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조업체 브랜드(NB) 간의 경계를 허문 것으로 호평을 받는다. PB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제조업계에선 재주만 부린 곰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진 모습도 포착된다.


포장·광고 거품 ‘확’ 빼 더 싸게 판다


노브랜드는 품질을 유지하는 대신 포장·광고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해 같은 상품군 NB 상품 대비 최대 67%까지 저렴한 가격을 실현했다. 이마트는 2015년 4월 와이퍼, 건전지 등 상품 단 9개로 시작한 노브랜드 상품을 현재까지 약 1000개로 늘렸다. 첫해 234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900여억 원으로 뛰어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의 상품 영역을 가전으로까지 확대해 올해 1~9월 가전(현재 18종)으로만 약 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내 30여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소비재 시장에선 유통업체가 론칭한 각종 브랜드가 약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PB상품 전성시대다. PB는 제조설비가 없는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상품을 기획해 생산만 제조업체에 맡기거나 직접 생산하는 상품이다. 보통 유통업체 로고가 달리며 해당 점포에서만 판매된다. 반면 NB는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으로 자기 상표를 붙이고 편의점·대형마트 등에 내놓는다.


업계에선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는 노브랜드가 PB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 상품을 찾는 소비자 증가에 따라 이마트·이마트몰의 모객 효과도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지속적으로 노브랜드 사업을 확장하는 등 제품과 유통채널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대신 적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선에서 해외 직소싱을 비롯, 생산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포장과 디자인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해 가격을 최대한 낮췄다. 포장 단위나 디자인은 단색으로 밋밋하지만 소비자들에게 가격, 품질 면에서 어필하기엔 충분하다는 게 다수 시각이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으나 합리성 증대와 소비심리를 꿰뚫었다는 평가다.


장기불황도 PB 성공에 순풍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식료 등 생필품 영역에서 하위 80%를 위한 가격 혁명이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싼 것들이 프리미엄을 압도하면서 PB상품이 브랜드 제품의 영역을 파고들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미국·유럽 등의 유통시장에서 PB비중은 현재 40%에 달하고 있다. PB매출의 증가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과점·불공정거래 문제는 ‘과제’


다만 이 과정에서 유통마진을 제거한 노브랜드의 확장성이 골목상권을 헤치는 문제를 비롯해 불공정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문제와 정면충돌하면서 노브랜드 진출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노브랜드는 전문 매장 출점을 둘러싸고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건전지와 물수건, 감자칩 등 동네 슈퍼와 주력 상품군이 겹치는 상황에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PB상품이 늘어날수록 유통업체가 제조업체 쪽에 불공정행위를 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의하면 PB상품 납품업체 309곳 가운데 30곳(9.7%)이 “납품단가 인하나 포장비용 전가 등 유통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진국 KDI 연구위원은 “PB시장 확대로 하청 제조업체가 이익을 보게 된다는 낙수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납품업체는 거래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상생 관계로 시작했던 것이 유통업체의 욕심으로 종속 관계로 바뀌는 사례가 있다”면서 “유통사의 보복이 우려돼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불공정 행위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나 업계에도 득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