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대통령 박근혜, “이것만은 꼭"

민생 정책이 첫 관문.. 가계부채 해결 시급

양혁진

yhj2503@gmail.com | 2012-12-24 13:35:39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19일 18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5년을 이끌게 됐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우선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 당선자라는 점에서 지난 대선 당선자와 차별화 된다. 한국의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 진성여왕 이후 천년이 넘는 시간만에 처음 탄생한 여성 지도자이다.


한국정치사에서 남성이 독점해왔던 최고 권력의 정점에 처음으로 선 여성인 동시에 부친 고박정희 대통령에 이은 헌정사상 첫 부녀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박 당선인은 이미 장관직ㆍ정부위원회의 여성 비율 확대,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 목표제 도입, 여성 교수ㆍ교장 쿼터제 등도 제시한 만큼 새 정부하에서 여성들의 발언권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무겁고 강인한 카리스마를 동시에 가졌다는 박 당선인은 자신이 약속한 정치 쇄신과 일자리 창출, 중산층 70%를 위한 경제 정책을 위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민생 살리기, 가계부채 해결이 시급
박 당선인은 위기의 한국 경제를 되살릴 해법으로 ‘민생 살리기’를 제시했다. 서민을 위로하고 중산층을 복원하기 위해서 당장 시급한 것은 가계부채 해결이라는 인식이다.


가계부채 해법은 박 당선인이 자신의 10대 공약 중에서도 맨 앞에 세울 만큼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경기 침체를 극복하려면 938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내놓은 해법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설립이다. 국민행복기금은 금융회사나 민간 자산관리회사가 보유한 가계의 연체채권을 사들여 채무를 장기간 나눠 갚을 수 있게 조정한다. 도덕적 해이 방지를 전제로 일반 채무는 50%,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70%까지 채무를 감면해준다.


또 자활 의지를 전제조건으로 신용도가 낮아 2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신용불량자들을 위해 10%대의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했다. 322만명 신용불량자들의 이자 부담이 50~70%가량 줄어들게 된다.


가계빚에 신음하는 주택대출자와 세입자 대책도 마련했다. 박 당선인의 하우스푸어 구제책의 핵심은 지분매각제도다. 소유한 집의 지분 일부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매입하도록 해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가구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것이다.


수혜 대상은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 주택,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 이하의 1가구 1주택자다. 지분매각으로 받은 목돈은 대출 원리금을 갚아 연체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렌트푸어 구제책은 목돈 마련 부담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세입자가 빌리는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빌리고 이자만 세입자가 내는 방식이다. 세입자의 대출 부담을 집주인에게 넘기는 구조다. 집주인에게는 전세보증금 대출이자 납입금을 40%까지 소득공제해주고 전세보증금의 이자 상당액에 대해 비과세하는 인센티브를 준다.


새누리당은 대선 승리 후 연말 예산심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에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위해 총 6조원의 예산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 반값 등록금, 청년 일자리도 중대 과제
박 당선인은 모든 대학생에게 반값등록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계층별로 차등화된 형태로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득 하위 80%까지는 전액, 40%까지는 75%, 60%는 반값, 80%는 25%, 나머지는 학자금대출(ICL)을 이용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박 당선인은 또 대학생의 주거지원을 위해 철도부지 위에 기숙사를 건설, 기존 사립대 기숙사의 3분의1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학자금 이자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실질적인 이자 제로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연간 대학 등록금 총액은 14조원가량으로 반값등록금을 위해서는 7조원이 필요하다. 재원조달의 경우 4조원은 정부 재정, 2조원은 대학의 자체 장학금, 1조원은 대학 자구노력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청년취업 대책으로는 민관합동 스펙초월 취업센터를 설립하고, 직무능력평가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역대학 출신 채용할당제를 도입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도 들어 있다.


박 당선인의 목표는 임기 중 고용률 70%이다. 유럽연합(EU)의 목표치와 같은 수준이다. 고용률은 15~64세 인구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취업시장 전반의 현황이 이 숫자에 담긴다. 11월 고용률은 59.7%로 1년 전과 같았다. 당선인이 정한 목표치와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고용률을 높이자면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집에 있는 고학력 기혼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박 당선인 측은 수출 대기업과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 만들기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중소기업과 내수 산업·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기로 했다.


박 당선인은 이런 고민을 구체화 해 선거 기간 중 ‘일자리 늘·지·오’ 공약을 제시했다.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그는 2020년까지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400시간 이상 줄이고, 임금 피크제와 연계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부문이 나서 청년 채용을 늘리고, 창업과 해외 취업도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직업마다 갖춰야 할 기본실력인 직무능력 표준은 현재 200개인데 900개로 세분화한 뒤 이를 익힌 취업준비생을 인재은행에 등록하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골프장 케디나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한 박 당선인은 정보통신ㆍ소프트웨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스마트 뉴딜정책’ 과 ‘창조경제론’ 을 제시했다.


◇ 경제민주화는 공정거래 확립부터
박 당선인이 강조한 경제민주화 공약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공정거래 확립이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기업과 소비자, 원청회사와 납품업체 등 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 왜곡된 경제질서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를 담보하는 법률을 만들고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당선인은 전체적으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비교적 온건한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기존 순환출자 금지 등 재계에서 강력하게 반대한 정책은 박 후보의 대선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성장기조와 충돌할 강력한 재벌 규제책은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는 대신 대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한다는 것.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방안도 재계에서 우려하는 대목이다. 박 당선자는 증권 부문에만 허용된 집단소송제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하는 한편 대기업이 소비자나 중소기업에 끼친 피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여러 부문에 도입하기로 했다.


박 당선인은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 금산분리 정책은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보유 한도는 현행 9%에서 4%로 축소할 방침이다.


◇ 정치쇄신, 청와대부터 나선다
박 당선인의 정치 쇄신 의지는 높다. 당이 비리로 파국을 겪을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위기를 넘긴 경험 때문이다.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근절을 위해서 특별감찰관을 제시했다. 특별감찰관은 규제 대상자의 재산 변동 내역 등을 검증하기 위해 계좌 추적, 통신거래 내역 조회 등 실질적인 조사권을 갖는다.


감찰 대상은 대통령 친인척은 물론 측근ㆍ권력 실세까지 지정할 수 있다. 규제 수위도 강력하다.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은 공기업 등과 수의계약을 할 수 없으며 불법으로 불린 재산은 몰수된다. 친인척의 경우 대통령 재임기간에 공직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취임할 수 없다.


대통령 권한도 분산해서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는 책임총리제를 도입한다. 또 장관에게 부처와 산하기관의 인사권을 주며 힘을 실는다. 기회균등위원회도 설치해 공직 임용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국회 개혁에 나서 개헌이 필요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에 손을 댈 생각이다. 도덕성 강화에도 무게를 둬서 국회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을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해 의원 징계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해 상시적인 예ㆍ결산심사가 이뤄지도록 했으며 의원연금 폐지,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도 약속했다.


정당개혁도 눈에 띈다. 국회의원 후보를 여야가 동시에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국민참여경선은 각 정당의 후보 결정 과정에서부터 유권자가 직접투표나 모바일투표로 관여하는 것으로 특정 계파나 유력 정치인의 입김보다는 지역 유권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조직은 이명박 정부에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새로운 형식으로 신설되고 해양수산부도 부활한다. 박 당선인 경제정책의 핵심인 창조경제를 실행할 주축인 미래창조과학부는 현행 기획재정부의 장기전략과 교육과학부의 인재 육성 및 과학, 지식경제부의 정보통신 및 기술정책 등이 합쳐져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 설립도 공약으로 내놓아 미래창조과학부와 어떻게 역할을 조정할지 주목된다. ICT 전담부처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가 주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부도 5년 만에 재설립하기로 했으며 본부와 인력은 부산광역시에 두기로 했다.


◇ 대탕평 인사, 인수위부터 주목
박 당선인의 이러한 정책들이 무리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야권을 지지한 48%의 국민을 잘 설득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첫 5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어느 때보다 보수와 진보의 뚜렷한 대립이 선거 막판까지 이어지면서 홍해처럼 갈린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중요해진 것.


박 당선인은 20일 당선 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 면서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 탕평책으로 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하겠다”며 “그것이야말로 국민대통합이자 경제민주화이고 국민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당선인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와 지지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 드린다”며 “저나 문 후보 모두 대한민국을 위하고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을 위한 마음만은 같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 대통합의 첫 걸음은 연말 안에 출범시키게 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다.


인수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인수위원 24명 등 총 26명으로 구성되며, 인수위원장 인사가 대통합 인사의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장에 정치인이 아닌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거나, 정치인 중 비영남권·야권의 유력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내년 1월 대통령 비서실장을 내정하는 등 청와대 요직 인선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캠프에 참가했던 한 인사는 “주요 국정 사안마다 여야 지도자 연석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등 국민 대통합에 나설 것”이라며 “유세 기간 내에도 지역·국민통합 행보를 해왔다. 호남 등 소외지역을 배려하는 정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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