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재편… 安의 역할은?
내년 4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12-24 13:33:37
치열했던 선거전이 끝났고, 결과도 정해졌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지난 19일 대선 투표를 마친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난 안철수 전 후보에게 쏠리고 있다. 안 후보는 해외에 체류하면서 향후 정치행보를 구상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가 신당 창당과 내년 4월 재보선 출마 등을 놓고 숙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선 이후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한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급속히 힘을 잃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안철수 발(發) 정계개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安의 향후 행보는…
안철수 전 후보는 대선 당일인 지난 19일 오전에 투표를 마치고, 투표가 종료될 때쯤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안 전 후보는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열망을 온전히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사랑에 보답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주변 참모진들에게는 “한두 달 정도 체류하며 새 정치를 구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후보는 “새 정치를 위해서 제 한 몸 바치리라고 다짐했다. 앞으로 민생을 해결하는 새로운 정치, 그리고 정치 개혁, 정치 쇄신을 위해서 이 한 몸 바치겠다”는 말을 통해, 대통령 후보직 사퇴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 관심은 이제 안 전 후보가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현실 정치에 복귀하느냐에 쏠려있다.
◇ ‘안철수 신당’ 창당?
정치권 안팎에선 범야권 정계개편이 ‘안철수 신당’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안 전 후보가 대선에서 보여준 힘의 원동력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로 대표되는 ‘안철수 현상’이지만 그것만으로 ‘정치인 안철수’의 생명력을 이어가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선 캠프를 운영하며 각 지역 조직을 구성한 만큼 조만간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세력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안 전 후보가 최근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실패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한 만큼, 대선국면에서 약점으로 지적된 조직미비를 신당창당으로 극복하려할 가능성이 크다. 안 전 후보를 만난 캠프 관계자들도 “새로운 당이든, 연구소 형태든 뚜렷한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에서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문 후보 측과 대립각을 세웠던 민주당 비주류, 민주당 내 이른바 ‘친안(親安)’ 세력으로 꼽히는 정대철 전 고문 등이 안 전 후보와 힘을 합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대선 출마 포기 선언한 3일 후인 지난달 26일 손학규 전 대표를 만난 만큼 손학규계, 그룹이 동참할 가능성도 높다. 아울러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개혁파 및 친이계 일부도 합류할 수 있다. 이 경우, 국회의원 20명을 확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 민주당에 버금가는 제3당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신당을 창당한다면 안 전 후보의 귀국도 자연히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그 시기는 내년 2월일 가능성이 높다. 2월쯤 창당해 바람을 일으켜 4월 재보선에서 자당 소속 후보 상당수를 당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안 전 후보 측의 한 인사는 “안 전 후보가 ‘안철수 현상’을 정치ㆍ정당개혁으로 현실화할 능력을 보여줘야 ‘정치인 안철수’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고 이를 위한 그릇 또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야권의 패배로 민주당 내분이 심해지거나 이탈 세력이 속출한다면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의 최종 목표가 5년 후인 2017년 대선인 상황에서 독자 신당 창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안 전 후보를 향한 높은 지지율은 막연한 기대감이었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참신함이 사라진 결과였다”며 “안 전 후보가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냉혹한 평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려면 당도 만들어야 하고 재ㆍ보선에 뛰어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편에서는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설과 관련, 좀 더 기다리면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 전 후보 캠프의 정치혁신포럼 멤버인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대선이 끝난다고 해서 안 전 후보가 기다렸다는 듯이 신당을 창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당 창당을 목표로 기존 정치권 세력을 규합하는 등의 인위적 방식은 안 전 후보가 그동안 지양해온 구태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하지만 신당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며 신당 창당의 여지를 남겼다.
전계완 MBN정치아카데미 대표는 “대선 이후 출현할 신당이 큰 틀에서 민주당을 포함할 것이냐, 아니면 안 전 후보의 독자 신당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은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안철수 신당의 출현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 민주당 입당 후, 핵심 역할?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와 새 정치를 위해 대선 이후에도 긴밀히 협의하기로 약속한 만큼,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함께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등 손을 잡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특히 대선에 패배한 민주당에 개혁 바람이 일 경우, 안 전 후보의 역할론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쇄신 압력에 봉착한 민주당이 전면적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그의 역할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당일인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안철수 전 후보가 구심점을 잃은 야권 지각변동의 ‘상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대선 실패로 존폐의 기로에 처하게 되는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게 됐다. 당장 친노와 각을 세워온 비주류를 중심으로 문 후보를 위시한 친노 주류세력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당 전체가 극심한 내홍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한명숙 전 대표, 이해찬 전 대표 등 두차례 당 대표에 이어 문 후보를 대선 후보로 연이어 배출하며 당을 장악해온 친노 그룹은 당분간 급격한 세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다.
문 후보가 지난 11월 18일 이 전 대표의 사퇴 이후 겸해온 당 대표 권한 대행 직을 내놓을 경우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민주당내 권력투쟁도 조기에 촉발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패배는 나름의 변화와 쇄신의 노력에도 불구, 기존의 민주당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역부족임을 드러낸 결과여서 민주당의 틀을 뛰어넘는 야권의 새 판 짜기 작업도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야권 지각변동의 ‘핵’으로 떠오른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진로가 새 판 짜기의 경로와 최종 귀착지를 결정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리더십 공백상태를 맞으면서 야권의 무게중심이 그에게로 급속도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탈 세력과 새누리당 내 친(親)이명박 세력 등을 아우르는 ‘안철수 발(發)’ 정계 개편의 결과물인 신당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안 전 후보는 자신이 주장해온 정권 교체와 정치 쇄신의 기치를 세우며 반여(反與) 행보를 하면서 2017년 차기 대선에 한발씩 다가서리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친노만이 남은 기존 민주당은 ‘꼬마 민주당’, ‘국민참여당 시즌2’를 연상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안 전 후보는 자신의 지지 세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대선전을 도왔던 핵심 측근들을 중심으로 꾸리고, 이들과 전국을 돌면서 ‘청춘 콘서트’식의 만남이나 민생 현장을 찾는 행보도 함께 하리란 분석이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지역 포럼 구성원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세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 전 후보 측이 민주당과의 연대 신당 창당이라는 카드를 쉽게 꺼내 들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아 보인다. 안 전 후보 측 내부에서 민주당과의 연대 신당 창당을 꺼리는 복잡한 함수 관계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 지지 기반의 상당 부분은 반노(反盧)와 비노(非盧) 등 반(反)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안 전 후보의 공식 지원 단체인 진심포럼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안 전 후보의 지지층 내부는 상당히 복잡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을 어느 정도 안고 가자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민주당 정서가 강한 사람들도 있다.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창당을 한다는 데는 더 안 좋은 기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안 전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할 명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새 정치와 정당개혁을 주장한 안 전 후보가 개혁의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자신의 신념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의 개혁 움직임 없이는 입당 명분이 없다”며 “민주당이 안 전 후보의 요구치 만큼 개혁한다면 보궐선거 이후 입당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재ㆍ보궐선거 도전 또는 연구소 설립?
일각에서는 다음 대선을 바라보고 내년 4월 재ㆍ보궐선거에 도전하거나 정치 관련 연구소를 꾸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가 지난 11월 23일 후보직 사퇴 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해봤다면”이라고 말하며 아쉬워한 점, 또 사퇴 회견 20분 전 측근들을 불러 “내년에 선거도 있지 않느냐”고 말한 점 등을 보면 출마할 가능성을 안 전 후보 스스로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진심포럼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안 전 후보는 이미 여러 차례 4월 재ㆍ보선에 대해서 강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준비도 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직접 출마할 것인지, 지원만 할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당이 창당된다면, 첫 번째 도전 무대는 내년 4월 재ㆍ보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야권 정계개편이 현실화돼 ‘정치인 안철수’가 구심점을 얻으면 5년 뒤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근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R&R)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0%가 안 전 후보의 정치활동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정치인 안철수'로서의 본격적인 길을 걷기 전에 새정치연구소 등을 꾸리는 방안도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 전 세웠던 아태재단이 그 예다.
◇ 與, 安 정치참여 비관론도
다만 여권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가 현실 정치에서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비관론도 나왔다.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지난 20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총선이 너무 멀리 있어 안철수 전 후보가 독자적인 정치 세력을 구축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민주당에 들어가 민주당의 구심점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사실상 야권의 패배는 안철수의 패배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야권 단일후보가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 됐다고 해도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안철수 선거’라는 말을 탄생시킬 정도로 대선 판을 흔들었던 안 전 후보가 앞으로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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