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호 켜진 한화 경영승계, 앞날은 ‘가시밭길’
한화S&C 주식 헐값 매각 논란 털어낸 김승연<br>경영승계 핵심 계열사 한화S&C, 걸림돌 제거<br>심상치 않은 정부·사정기관 전방위 수사<br>혹독한 시련기 예고…잔뜩 몸 낮추는 한화
민철
minc0716@sateconomy.co.kr | 2017-09-13 15:53:18
[토요경제=민철 기자]한화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향한 고비 하나를 넘겼다. 법원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경영승계 조치를 정당하다고 결론 내면서 경영권 승계 가도는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한화를 향한 사정 당국의 칼날이 날카로워지고 있어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김 회장이 장남 동관씨(현 한화큐셀 전무)에게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넘겨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시민단체와 소액주주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 회장측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05년 6월 이사회에서 한화S&C 주식 40만 주(지분 66.67%)를 동관 씨에게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소액주주들은 당시 주식이 정상가보다 너무 낮은 가격에 넘어갔고, 이 결정으로 김 회장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소를 제기했다. 900억원 이르는 이번 소송은 지난 2010년 경제개혁연대를 이끌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주도해 제기된 것이었다.
대법원의 결정으로 김 회장의 세 아들(동관·동원·동선)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 한화S&C는 경영권 승계의 핵심키로 꼽힌다. 2001년 ㈜한화에서 분할 설립된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의 지분은 장남 김동관 전무가 50%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각각 25%씩, 삼형제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오너가의 지배력 하에 있는 한화S&C는 절반 이상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 등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연이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 왔다.
삼형제의 그룹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나리오 중 가장 유력 하게 꼽히는 것은 한화S&C 기업가치를 높인 뒤 ㈜한화와의 합병이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한화가 3세→합병 ㈜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한편으론 한화S&C가 ㈜한화의 지분율을 대거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한화S&C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로 김 회장은 온전한 경영권 승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 기조와 한화를 겨냥한 국세청을 비롯한 검찰 등 사정 기관의 압박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내부거래로 사세와 자본을 키워 온 한화S&C는 일단 물적분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는 동시 지배력 유지를 통해 승계 작업 과정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화S&C는 매출 3641억원 중 70.6%인 2570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한 수익을 내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기로 했다. 한화S&C의 이번 물적분할 결정이 김 회장의 지배력 약화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오너가의 그룹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했지만 사정 기관이 한화에 대한 방산비리와 면세점 비리 조사에 이어 탈세 의혹까지 수사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화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특혜 의혹에서부터 한화에 대한 현 정부의 부정적 인식까지 겹치면서 혹독한 시련기를 앞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세청은 최근 한화그룹의 방산계열사인 한화테크윈뿐 아니라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의 방산부문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승연 회장의 비서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조사에 투입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심층 및 기획 세무조사만을 전담, 각종 비자금, 탈세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하는 조직으로 이는 통상적인 조사로 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세청은 한화가 지난 2014년~2015년 한화테크윈, 한화시스템,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 등 옛 삼성 계열사 4개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때문에 사정 당국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개발비리와 경영비리 등을 수사하는데 초점을 모으면서 한화그룹 전체로 수사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발표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김낙회 전 관세청장을 소환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감사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면세점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두산이 면세점 허가기관인 관세청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이 한화 고위층과 부적절한 식사자리를 했다는 사실은 이미 국회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고용노동부도 나섰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이 부당 노동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한화테크윈 창원사업장을 압수수색을 했다. 지난 2월 노조가 사측을 노조탈퇴 종용 등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한 데 따른 것으로 고용부는 압수품 분석과 조사 등을 거쳐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방위사업청은 한화테크윈·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 등 한화그룹 방위산업 계열사들을 제재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한화 방위산업 계열사들이 납품 원가 부풀리는 등의 부정행위 혐의로 부정당업자 지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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