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22)

등기부상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는데…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12-24 13:07:56

Q. 서울 변두리의 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세입자입니다.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매일 출퇴근 전쟁에 시달리느라 지쳐있던 중, 유난히 월세가 저렴한 주택을 발견하게 돼 임대차계약을 맺었습니다. 주변의 다른 집들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등기부가 깨끗했고, 계약하러 나온 사람도 등기부상 소유자와 일치했기에, 별 다른 걱정 없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진짜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진짜 집주인을 자처하는 그는 “공무원이라는 직업 때문에, 재산 신고 의무를 피하기 위해 집 명의를 처남 이름으로 돌려놨을 뿐, 실제 집 주인은 나”라고 주장하더군요.


그러면서 “처남이 자기 마음대로 싼 값에 임대차계약을 맺은 모양인데, 난 그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며, 처남이 아닌 자신의 통장으로 월세를 입금하고, 금액도 주변의 다른 집들과 비슷한 액수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등기부 상에 기재돼있지도 않은 엉뚱한 사람이 나타나 집주인임을 주장하는 것도 황당한데, 여러 요구사항들까지 늘어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집주인이라는 이 사람의 요구에 응해야 하나요?
(인터넷 독자 ana*****)


A. ‘진짜 집주인’이라는 사람의 주장이 맞다면, 이는 ‘명의신탁’의 전형적인 예로 보입니다. 명의신탁은 차명거래의 가장 대표적인 예 중 하나로, 부동산의 실소유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는 것입니다. 주로 조세 회피 등의 목적으로 많이 쓰이지요.


이런 명의신탁은 지난 1995년,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이 제정된 이후, △신탁법에 의한 신탁등기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채무변제목적의 양도담보 △종중재산의 경우 △배우자 명의의 등기를 제외하고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 건의 경우, 부동산 실제 소유자인 공무원은 ‘명의신탁자’. 명의를 빌려 준 처남은 ‘명의수탁자’가 되는데, 부동산실명제가 도입된 이상,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계약은 무효입니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명의만 수탁자 이름으로 돼 있을 뿐, 실제 주인은 신탁자인 나다. 왜냐하면 우리 둘 사이엔 명의신탁계약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임차인(세입자)의 입장에서는 등기부상 소유자가 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지요. 처음에 계약을 맺으신 ‘처남’과의 계약 내용만 잘 지키시면 됩니다. 즉, 처남이 요구한 액수를 처남에게 지급하시면 된다는 뜻이지요. 나중에 이 집에서 나가실 때에도, 처남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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