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간 '어윤대의 꿈'

KB금융, ING 생명 인수 '무산'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12-24 13:05:29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가 물거품이 됐다. KB금융은 지난 18일 서울 명동 본점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위한 표결을 진행했지만 12명 중에 찬성 5명, 반대 5명, 기권 2명으로 ING생명 인수는 부결됐다.


3조원을 웃돌았던 인수가격은 2조2000억원까지 낮아졌지만 반전은 없었다. 은행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겠다는 어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도 보험업계의 불투명한 전망이 발목을 잡았다. 장기 저금리로 국내외 안팎으로 보험업계가 역마진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2조원을 웃도는 자금을 들여 생보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가 주효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어윤대 회장 등 사내이사 2명,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 비상임이사 1명, 이경재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9명 등 의결권을 가진 이사 12명이 모두 참석했다. 의결권이 제한된 본 리터 ING은행 아시아지부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면서 취임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어 회장이 MB정권과 함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데다 선거 직전 이사회가 열린 것도 ING생명 인수전에 힘을 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에는 국민은행 노조가 이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는 긍정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이사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어 회장의 마지막 인수·합병(M&A) 시도는 또 다시 좌초됐다.


◇ 정권말 레임덕?
어 회장은 취임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비은행부문의 수익 포트폴리오 비중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보험사 인수에 의지를 보여 왔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수익성이 점차 하락하는 가운데 비은행부문의 수익 창출도 절실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ING에 한국의 ING생명보험을 팔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말을 꺼내면서 ING생명 인수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이후 ING생명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5월 예비입찰에 참여했고, 7월에는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ING생명 인수를 둘러싼 이사회의 잡음이 흘러나온 가운데 이달 5일 임시 이사회 직전 어 회장의 중국 베이징 소동이 알려지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어 회장이 지난달 중국에서 술에 취해 소동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독원까지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어 회장은 중국 현지법인 설립 기념식에 사외이사들과 동행해 ING생명 인수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ING생명 인수에 부정적인 이경재 의장과 김영진 서울대 교수는 공교롭게도 불참했다. 이후 이달 초에도 부산에서 열린 KB금융컵 한일 여자프로골프대회에 사외이사들을 초청해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두 사람은 빠져 있었다.


지난 5일 임시 이사회 직전 베이징 소동이 알려지면서 이사회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날 다시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당시 2조4500억원이던 인수 가격은 2조2000억원까지 낮아지졌지만 반대파들이 여전히 의견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회 또 놓쳐
ING인수 무산을 놓고 금융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켠으로는 그동안 거수기 노릇을 했던 사외이사가 제 목소리를 내면서 이사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반면 KB금융으로선 은행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기회를 또 놓쳤다.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리스크 분산의 필요성만 인식한채 체질 개선 또는 전환은 다음의 과제로 넘긴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 보험업이 예전처럼 수익을 내기 어려운 측면을 감안해 사외이사들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며 "장기적으로 고령화 시대에 보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정당한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B금융은 이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포기와 관련 "내년도 경제여건이 특히 불투명하고 저금리 장기화, 가계부채문제, 유럽재정위기 등 금융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어서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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