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협, 회장 연임 설문조사 '조작' VS 사측 "개입사실 없다"
"윤종규 회장, 검찰에 고발 예정"<br>KB금융 "진실 규명 위한 공동조사 요구"
유승열
ysy@sateconomy.co.kr | 2017-09-12 17:35:43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KB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 협의회(이하 KB 노협)이 12일 사측의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한 증거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또 여론 조작팀을 운영해 사내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KB노협은 이날 서울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노조의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하려 한 증거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KB 노협은 지난 5~6일 양일간 윤종규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계열사를 포함해 총 1만6101명에게 문자를 발송해 1만1105개의 응답결과가 집계됐다.
그러나 6일 오후 3시 이전까지는 일정한 추세를 보이던 응답자수도 오후 3시 이후부터 오후 5시까지 4000여개의 설문
값이 일제히 집계됐다. 해당 시간 동안 17개 IP에서 4000여개 이상의 설문 답변이 중복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응답자 중 6823명은 '유효샘플'로 판단되는 반면, 나머지 4282명은 중복응답자로 확인됐다. 이들 응답 중 약 99.7% 가 '윤종규 연임 찬성' 응답으로 드러났다.
KB 노협은 "조사 결과 제대로 된 유효샘플(무응답 제외)인 6807건 중 81.4%(5541명)가 윤 회장의 연임에 반대했다"며 "여기서 중복응답 4269건을 포함하면 총 1만1076건 중 5558건이 연임에 반대하는 숫자로, 기존 81.4%의 연임반대의 수치가 50.2%로 급격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중복응답은 특정 단말기에서 인터넷 접속 기록을 임의로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한 대의 기기에서 최대 551회나 설문에 반복 응답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에 대해 KB 노협은 "일반인이 알기 쉽지 않은 '쿠키 삭제' 후 재설문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방법으로, 설문결과를 왜곡하려는 의도 없이는 몇 백건씩 동일한 결과값으로 설문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설문 조사 조작은 윤종규 회장 연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며 "이 같은 노동조합 설문조사 방해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며, 동시에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사측 개입을 금지하는 노조법 제 81 조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사내 익명게시판 내에 '국정원 댓글부대' 같은 여론 조작팀을 운영한 의혹도 제기했다.
KB 노협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 연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본점의 특정 부서 직원들을 동원하여 사내게시판에서 윤종규 회장을 옹호하고, 설문조사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해 노조를 폄하하는 내용의 글을 조직적· 반복적으로 게재했다.
이에 대해 KB 노협은 그동안 KB금융에서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의 제왕적인 독재경영이 이뤄지면서 부도덕하고 위법적인 일이라도 윗선의 지시에는 무조건 따른다는 '상명하복' 식의 후진적 행태와 적폐가 만연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KB 노협은 "조사 결과 및 여론 조작 사태의 실질적인 주범인 윤종규 회장은 지금이라도 본인의 연임 포기를 선언하라"며 "이번 설문조사 조작 건에 대해 현재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중인 KB금융 이사회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차기 회장 후보자가 7명으로 좁혀진 지금까지도 해당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현 경영승계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KB 노협은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먼저 찬반투표에 회사측의 개입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진실 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노조에 요구할 것"이라며 "공동조사 결과 노조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과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사내 익명 게시판(핫이슈 토론방)에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는 "핫이슈 토론방은 익명으로 자유롭게 직원간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토론공간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찬성 또는 반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댓글 부대 운영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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