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곳곳에서 갈등
한수원·노조, 충돌 우려…정치권 논쟁 확대
여용준
saintdracula@naver.com | 2017-07-12 14:03:45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일시 중단을 앞두고 각계각층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내부에서도 사측과 노조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고 지역사회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 뿐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도 갈등이 이어가고 있다.
한수원은 오는 13일 경북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부가 협조 요청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추진 기간 중 공사 일시중단 계획’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현재 한수원 이사회는 상임이사 6명과 비상임이사 7명으로 구성됐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 등 한수원 직원이 상임이사를 맡고 있고, 비상임이사는 교수와 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 이뤄졌다. 상임이사 6명에 비상임이사 한 명만 더 찬성한다면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구조다.
한수원 이사회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사 일시중단 안건이 통과되면 공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공론화위원회를 9명으로 구성하기로 하고 위원 선정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 노조와 신고리 5, 6호기가 건설되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이사회가 열리는 13일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의결을 저지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한수원 노조는 지난 11일 “주민과 함께 이사회를 원천봉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은 한수원 노조가 예고대로 이사회 원천봉쇄에 나설 경우 경찰을 동원해서라도 이사회 개최를 강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수원이 산업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법적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 측이 한수원으로부터 입수한 법률검토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 ‘공론화 기간 중 공사 일시중단에 관한 이행 협조요청’ 공문의 성격을 ‘행정지도’로 보고 법적의무 즉 강제성은 없는 권고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며 신고리 5, 6호기 중단의 결정권은 한수원 이사회에 있다.
또 한수원의 신고리 5, 6호기 중단을 결정할 경우 이사진 배임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중단 결정으로 인해 이사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기에 형사상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민사상 책임 관련해서는 “이사의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 여부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에 손해배상 책임 성립 유무가 있을 수 있으나 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은 회사가 이사를 상대로 청구하거나 회사를 대신해 소액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는데 한수원의 경우 한전이 1인 주주로서 현실적으로 소 제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시공사와 협력업체들에 대한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사회 결의로 공사 일시중단을 할 경우 이는 인허가 취소 등과 같은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하기 어렵기에 계약서에 따라 손실에 대한 비용 부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수원이 협력사에 보상한 비용을 향후 정부를 상대로 ‘보상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 위해 이사회 결의에 따라 공사를 일시중단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손실 보상 청구가 인정되기 어려워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전 거짓과 진실 토론회에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황일순 교수,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성풍현 교수, 김 의원, 이익환 전 한국원자력연료 사장. <사진=연합>
한편 신고리 5, 6호기의 일시중단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일시중단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신고리 5·6호기 공사중지나 비정규직 제로 정책 등이 대통령의 한마디 말에 법 조항이나 기준이 무시되고 처리되는 나쁜 전례가 되풀이되고 있어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 제로 업무지시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바로 잡아주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전했다.
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같은 날 탈(脫)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열고 “원자력 발전 정책과 관련해 법적 근거나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며 “문 대통령은 ‘원자력은 무조건 위험한 악이고 신재생 에너지는 무조건 선’이라는 허위에 입각한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부산시의회에서는 신고리 5, 6호기 관련 여론조사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탈핵단체와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은 부산시의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30일까지 실시하고 있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찬반 여론조사가 질문과 답변 항목에 부산이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라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점과 응답자의 거주지를 묻지 않아 역선택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조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노태민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탈핵정책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한 상황에서 시의회가 이런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시의회가 지금 할 일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